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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처럼 활활 타는 해가 마구 쏟아붓는 햇살이 뜨겁다 못해 이젠 따끔따끔하다. 정말 더워서 못살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해가 진다고 해서 낮보다 좀 더 나은 것도 아니다.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 몇 번이나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도 이내 온몸이 다시 끈적거리기 시작한다.

 

시인 작가들도 더워서 못살겠는지 산들바람 부는 산과 시원한 물소리 들리는 계곡, 수평선 입에 문 파도가 달려오는 바다 등지로 줄줄이 피서를 떠나고 있다. 지난 7월26일(토)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김영현)이 연 '태안문학축전'을 시작으로 8월에 접어들면서 산과 계곡, 바다 등지에서 열리는 문학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8월에 열리는 문학행사는 크게 네 가지다. 12일(화)~13일(수)까지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만해축전'과 15일(금)~16일(토) 정지용문학관에서 열리는 '하계수련회', 21일(목)~22일(금)까지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열리는 '고흥문학기행', 23일(토) 한반도 땅끝 마라도에서 열리는 '마라도문학축전'이 그것들이다.

 

그중 행사 일정이 확정된 <창작21작가회>가 주관하는 '2008 만해문학축전 미얀마작가 초청 국제문학 심포지엄'과 한국작가회의 주최 '2008 한국작가회의 하계수련회', 한국여성문예원 주최 '황학주시인과 함께 떠나는 고흥문학기행'을 날짜순으로 쭈욱 훑어본다. 이들 시인, 작가들은 산과 계곡, 바다에서 어떻게 문학 피서를 즐길까.

 

미얀마가 만해 한용운을 읊다

 

"창작21작가회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깊이 인식하여 미얀마 작가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반도 분단 모순을 해소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문학적 대안과 실천의지를 다져 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 창작21작가회 문창길 대표 '인사말' 몇 토막

 

이명박 정부가 낳은 사생아 '고유가' '고물가' 등으로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출판환경 속에서도 <창작21>이라는 계간지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창작21작가회>. 지난 80년대부터 모순된 역사와 현실을 극복하고자 창작활동과 통일문학운동을 펼쳐왔던 <창작21작가회>(고문 민영 이기형 조오현)가 '2008 만해축전 미얀마작가 초청 국제문학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12일(화)부터 13일(수)까지 이틀 동안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만해마을에서 심포지엄과 함께 열리는 통일걸개시화전, 시낭송회, 미얀마 전통춤 공연 등이 그것. 이번 행사는 (사)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백담사 만해마을이 주최하고, <창작21작가회> 계간 <창작21>이 주관한다. 후원은 문화관광부, 강원도, 인제군. 

 

이번 행사는 12일(화) 오후1시 만해마을에서 통일시전과 '2008 만해축전 입재식 및 만해대상 시상식'에 참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저녁 7시30분에는 미얀마 작가와의 자유로운 대화를 가지며, 밤 9시에는 미얀마문학과 한국문학의 닮은 점과 다른 점 등에 대한 자유토론을 하는 것으로 첫 날 행사가 마무리된다.    

 

13일(수)에는 아침 8시30분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미얀마 시인과 한국 시인들이 시낭송을 하는 것으로 둘째 날 행사가 시작된다. 이날 오후3시부터 본 행사인 '2008 만해축전 미얀마 작가 초청 국제문학 심포지엄'이 오후5시까지 진행된다. 이어 오후5시에는 심포지엄 행사 폐막 및 신인상 시상식을 끝으로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다.

 

시인 고명수(동원대 교수) 사회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은 문창길(시인, 창작21작가회) 대표의 인사말, 민영(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이기형(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시인의 환영사에 이어 본격적인 심포지엄이 시작된다. '미얀마 불교사상과 문학의 전통과 현대'라는 주제 발표는 시인 이승하(중앙대 교수). 

 

'소설과 소설가'라는 기조 발제는 작가 치오뇨(Chit Oo Nyo, 양곤문화대학 희곡과 고문), 토론은 작가 박정애(강원대 교수)가 맡는다. '미얀마의 문학적 현실과 미얀마 작가들의 참여의식'이란 두 번째 주제 발표는 작가 미야니응뇨(Mya Nyaung Nyo, 의사), 토론은 시인 박찬두(중앙승가대 외래교수).

 

'미얀마 문학, 전통과 현대'라는 세 번째 주제 발표는 시인이자 소설가 윈윈민트(Win Win Myint, 미얀마어과 강사), 토론은 문학평론가 엄경희(숭실대 교수)가 맡는다. 종합 토론에는 박정애 박찬두 엄경희 서안나 김신영 박남희 박정선 조미숙 박주하 임금복 이교상 김인구 권혁수 강영은 등이 나와 미얀마 문학과 한국문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창작21작가회> 문창길 대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은 생명 평화사상을 바탕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다"고 말한다. 문 대표는 이어 "만해 선생은 민족의 운명을 예술로 승화시킨 승려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다"라며 "만해 선생의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분단체재를 극복하고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한 실천사상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오

 

"그동안 작가회의 내에서는 소통의 문제가 누적되고, 또 여러 번 제기되었으나 그런 자리를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자리를 힘들여 만들었다 해도 참여율이 낮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하계수련회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그리고 또한 참여율에 대한 막막함이 없지 않습니다."

- 한국작가회의 사무처

 

2007년, 단체 이름 앞에 있는 '민족'을 떼느냐 마느냐로 한동안 시끄럽다가 급기야 지난 해 12월 8일 '민족'을 뗀 (사)<한국작가회의>(이사장 최일남, 이하 작가회의)로 거듭난 작가회의가 '2008 한국작가회의 하계수련회'를 연다. 15일(금)~16일(토)까지 이틀 동안 충북 옥천에 있는 정지용문학관과 옥천휴양림에서 열리는 문학강연과 심포지엄이 그것.

 

충북 옥천군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15일(금) 오전 11시 애오개역에서 출발, 오후2시 정지용문학관에 모여 김성장 시인의 '정지용의 생애와 문학'이라는 강연을 시작으로 첫 날 행사의 문을 연다. 이어 오후 3시30분에는 세미나실에서 '작가회의의 걸어온 길'을 상영하며, 오후 5시30분에는 작가 현기영이 나와 '시대와 문화'라는 기조강연을 한다.

 

저녁 7시 첫 번째 심포지엄에는 김해자 시인이 나와 '쓰고 싶은 글과 써야만 하는 글'을, 저녁 7시25분에는 작가 이종형이 나와 '지역의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을 발제한다. 밤 8시 두 번째 심포지엄에는 윤석정 시인의 '이 시대가 그 시대에게'란 발제를 들은 뒤 종합토론을 갖는다.

 

둘째 날인 16일(토)에는 아침 9시 30분 옥천휴양림에서 윤석위 시인의 숲 해설을 들으며 휴식시간을 가진 뒤 오전 11시30분 서울로 돌아온다. 지방에서 참가할 회원은 정지용문학관으로 직접 오면 되고, 서울 경기지역 회원은 애오개역 1번 출구로 나와 미리 대기하고 있는 전세버스를 타면 된다. 회비는 1인당 3만5천원.

 

작가회의 도종환 사무총장은 "회비 3만5천 원이 몇 몇 회원들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일 것"이라며 "회비를 낮추려고 많은 애를 썼으나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는 이 땅에서 글을 쓰고 있는 시인 작가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하소연처럼 들리기도 한다.

 

도 총장은 이어 "신입회원이나 기존 회원들께서는 모처럼의 연휴에 가족나들이 계획도 세우고, 개인적인 여행계획도 세우셨을 것으로 안다"라며 "특히 신입회원들께서 가능한 한 많이 참석하셔서 기존 회원들과도 얼굴을 익히고, 또 서로 간에도 얼굴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작가회의 여름 수련회. 과연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 작가들은 이번 수련회에서 무엇을 줍고 돌아올까. 이번 수련회에서 보석처럼 영롱한 시를 줍고, 산맥처럼 굽이치는 소설을 줍고, 회원들 사이의 살가운 정까지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시와 소설의 수련은 작가들의 마음 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겠는가. 

 

2008 다도해에서 시를 이야기하다
 

"한국여성문예원이 여름문화여행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있는 고흥으로 떠납니다. 고흥 사람 황학주 시인과 동행하며 시인의 삶과 시를 이야기합니다. 황학주 시인의 작품 공간인 고흥의 능가사, 남만, 도화, 발포해수욕장, 구암리와 다도해 풍경을 만납니다."

- 한국여성문예원 '인사말' 몇 토막 

 

문학을 공부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문학 강좌와 백일장 등을 펼치고 있는 한국여성문예원(원장 김도경)이 '2008 다도해에서 시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황학주 시인과 떠나는 고흥문학기행'을 펼친다. 21일(목)부터 22일(금)까지 고흥 앞바다 일대에서 열리는 특강과 문학현장 둘러보기, 시낭송, 판소리 공연 등이 그것. 

 

이번 문학기행은 21일(목) 아침 7시20분 강남고속터미널에 모여 서울을 출발해 낮 12시20분 고흥에 도착, 오후 2시 도화면과 발포해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첫 날 행사가 시작된다. 이어 유명 문인들의 문학작품에 자주 나오는 나로도와 남열리 해수욕장, 능가사 등을 황학주 시인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본다.

 

저녁 7시에는 구암리와 황시인해변, 남만 등지에서 특강과 시낭송, 판소리 및 민요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날 저녁 행사에는 황학주 시인의 특강 '고흥과 ㄴ의 시'를 시작으로 시울림의 시낭송, 흥양예술단의 판소리 및 민요공연, '고흥 바닷가에서 만난 황학주 시인' 동영상 시청, 고흥작가회 시인들과의 흥겨운 만남 등이 잇따른다.
   
22일(금)에는 아침 7시 고흥 해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둘째 날 행사가 시작된다. 이어 참가자들과 현지 어민들이 어우러지는 미역, 다시마 채취 체험행사, 작가 이청준의 <우리들의 천국> 무대가 되었던 소록도를 기행한다. 이와 함께 한하운 '보리피리' 시비, 유자공원 등을 둘러본 뒤 오후4시 고흥을 출발해 서울로 돌아온다. 참가비는 8만 원, 현지 합류 2만 원.

 

한국여성문예원 김도경 원장은 "황학주 시인과 함께 떠나는 고흥문학기행은 문학을 공부하려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원장은 이어 "황학주 시인과 작가 이청준, 한하운 시인 등의 작품무대가 되기도 했던 이번 다도해 일대 문학기행은 피서와 문학의 아름다운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시인 황학주는 "고흥은 제 문학의 탯줄이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황씨는 "바다 하면 고흥 앞바다와 그 앞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수많은 크고 작은 섬들이 떠오른다. 이 자잘한 섬들은 때론 제 가슴에 다가와 시가 되기도 하고, 때론 에세이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시인 황학주는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7년 시집 <사람>을 펴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루시> <저녁의 연인들> <아프리카 아프리카>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인디언 마을로 가는 달> <아프리카 마사이와 걷다>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세 가지 사랑>, 시선집 <상처학교>를 펴냈다.


태그:#만해축전, #한국작가회의 하계수련회, #고흥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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