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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씨.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씨.
ⓒ 정광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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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가수 정광태입니다."
"네? 실례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정광태입니다."

29일 저녁 8시 무렵,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독도 지킴이 정광태씨였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 가사를 자연스레 떠올리고 '도요새의 비밀'을 종종 듣는 저이지만, 일면식도 없던 그분의 전화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다음 말은 더 놀라웠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독도 관련 홈페이지에 얼마 전 '정광태, 독도 지키자면서 뉴라이트 단체 가입하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알고 보니, 내가 뉴라이트 단체의 발기인 중 하나라는 몇 년 전 <오마이뉴스> 기사 때문이더라. 그런데 난 뉴라이트와 뭘 해 본 적이 없다. 당시 이쪽 사람들을 발기인으로 넣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들어간 것 같은데, 그런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기사에서 내 이름을 빼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꽤 흐른 일이기에 어떤 기사인지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예전에 겪은 비슷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2005년 10월 18일, '나라가 망하기 전에 대한민국 살리자'는 제2 시국선언문에 9000여 명의 '보수' 인사들이 서명했다고 발표됐으나, 그 명단은 실제와 달랐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날 저녁, 참여자로 거론된 분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받은 적도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명을 주도한 한 우파 단체에 문의하자, 그 단체에서는 "서명 동참 요청서를 발송한 내용이 실무자 오류로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기록된 것 같다"며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옛 기사들을 들춰본 저는 정광태씨가 이야기한 것이 2006년 4월 12일자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아래 문화체육연합) 창립대회 기사의 다음 대목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에는 박상하 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작가 복거일씨, 탤런트 안정훈·선우재덕·이정길씨, 가수 정광태씨, 국악인 장사익씨 등 문화체육계 인사 3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탤런트 박상면씨, 1988년 서울올림픽 권투 금메달리스트 김광선씨, WBC 전 챔피언 장정구씨 등은 홍보대사로 나섰다."

문화체육연합은 김진홍 목사가 이끄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부문 단체입니다. 2005년 11월 창립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역 및 직능 단체를 빠르게 조직했고,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5개월 후 만들어진 문화체육연합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문화체육연합은 창립 당시 '발기인 300여 명, 회원 4000명'이며 향후 10만 명까지 회원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뉴라이트에 문의했으나... "당시 자료 거의 없다"

다음날(30일) 저는 행사 주최 쪽에서 당시 발기인 명단을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뉴라이트 쪽에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문화체육연합은 자체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연락처를 알 수 없던 저는 먼저 상급 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연락했습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에서는 "부문-직능단체는 자율적으로 움직였다, 중앙(뉴라이트전국연합)에서는 그쪽 발기인이 누구였는지 등은 모르며 당시 자료집도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관계자는 예전에 문화체육연합 간부로 일한 분의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그렇지만 이 분도 "문화체육연합은 올해 초부터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당시 자료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문화체육연합에서 실무자로 일한 또 다른 분도 "사무실을 세 번 옮기는 과정에서 책자를 빼고는 거의 다 버렸다, 현장에서 별도로 배포한 유인물이 있었다고 해도 아마 버렸을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2006년 4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 창립식.
 2006년 4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 창립식.
ⓒ 김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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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경우 '추천' 과정에서 생긴 일일 수도"

다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기인으로 이름이 올랐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제 말에 이 분은 "당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인들의 경우, 어떤 사람을 아는 다른 사람이 '이 사람은 내가 추천하면 괜찮을 것 같다'(참여할 것이라는 뜻)는 식으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있었을 수 있다"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것 때문에 생긴 일일 수 있다는 염려는 든다"고 조심스레 전했습니다.

문화체육연합의 일원으로 함께 활동했을 테고 그렇다면 그 기록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분은 "발기인이 모두 모이는 자리는 없었고, 연예인 등은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문화체육연합 이름으로 활동한 적이 거의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습니다.

2006년 당시 저는 보도자료에 더해 현장에서 확보한 다른 자료에 나오는 발기인 명단을 섞어서 썼습니다. 보도자료에 발기인 300여 명을 다 넣는 건 불가능합니다. 보도자료에 다 담지 못한 이들의 명단을 별도로 현장에서 배포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보도자료에 없던 정광태씨 이름은 그런 과정을 거쳐 기사에 들어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선, 뉴라이트, 그리고 2006년의 정황들

그러나 정광태씨의 문제제기에 대한 뉴라이트 측의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문화체육연합 측 실무자 분의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자신도 모르게' 이름이 올라간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 설령 발기인으로 이름이 올라갔다 할지라도 그 후 적극적으로 활동한 분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위와 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이번 일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할 대선을 2년 앞두고 정력적으로 단체를 조직하던 뉴라이트 쪽에서 의욕이 앞서, 당사자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추천'이라는 형태로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2006년 그때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등 보수 정치권 인사들이 뉴라이트 단체들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고, 뉴라이트 단체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결국, 뉴라이트 쪽 자료를 통해 재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원래 기사의 발기인 명단에서 정광태씨 이름은 빼겠습니다. 누리꾼께서도 이를 충분히 감안해서 사안을 바라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 창립식에 참석해 뉴라이트 운동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던 보수 정치권 인사들. 2006년 4월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이던 오세훈 변호사와 맹형규 전 의원, 예비 대권주자이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사진 왼쪽부터).
 뉴라이트문화체육연합 창립식에 참석해 뉴라이트 운동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던 보수 정치권 인사들. 2006년 4월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선거 예비후보이던 오세훈 변호사와 맹형규 전 의원, 예비 대권주자이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신국환 국민중심당 대표(사진 왼쪽부터).
ⓒ 김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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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광태, #독도,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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