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사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상의 이름으로

         무참히 죽어야 했던 반 비민주 반인권 반생명의 세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영령들이시여! 이제 우리는 오늘 60년 묵은 슬픔과 절망

         의 세월을 꺼내고자 하오니 오늘의 작업이 무사히 이루어지는 큰

         성과가 있게 하소서! 그래서 당시의 억울함과 분노를 말끔히 씻어

         내고 아직도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좌우들의 낡은 벽을 허물

         게 하소서!.........(중략)

       - 여순사건 순천매곡동현장 개토제 축관(박두규 순천시민연대 사무총장) 중에서

 

반세기가 넘는 60여 년 동안 묻힌 주검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29일 오후 2시 전남 순천시 매곡동 여순사건 유해발굴현장인 매산등경로당 앞에서 발굴에 앞서 노관규 순천시장, 장준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상임대표 등 관계자, 유족,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토제가 진행됐다.

 

1948년 10월 여순사건 당시 진압군이 순천 시내를 탈환하면서 매산등(매곡동 마을이름) 주민 27명을 매산중학교 뒤에서 집단 총살한 후, 주민들에 의해 집단 매장됐다. 처음 27구의 유해가 매장됐으나, 2구는 유족들이 발굴해 이장하고 25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매장 당시 의사였던 정인대(작고)씨가 병원에 있던 페니실린 병에 희생자의 이름을 적어 시신과 함께 묻은 것으로 전해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진실화해위)는 올해 발굴대상지로 이곳 매곡동을 비롯하여 진도 갈명도 등 5개 지역 6개 지점을 선정했다. 순천 매곡동은 여순사건 유해발굴지로는 올해 유일하게 선정됐지만, 앞으로 추가 매장지 발굴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진실화해위가 어떤 형태로든 통폐합될 가능성이 많아 유족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이날 개토제에는 당시 총살 당한 희생자 중에서 살아남은 2명 중 한 사람인 황종권(72) 목사도 참석했다. 황 목사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 12살 나이에 오른쪽 다리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았다. 또 다른 생존자는 황목사의 조카로 당시 5살이었다.

 

"진압군이 모두 무릎을 꿇어놓고 총을 쐈어요. 그리고 진압군이 물러가자, 저는 병원으로 갔고, 며칠 후 시신들은 이곳으로 옮겨져 매장한 겁니다."

 

황 목사는 무더운 날씨에도 그날의 참상을 담담하게 기억했다.

 

이곳 매곡동 유해현장은 약 한 달간 목포대박물관팀(김건수 책임연구원)이 발굴작업에 들어간다. 그동안 주민들이 이 현장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굴로 60여 년 동안 슬픔과 분노를 참아온 유족들의 응어리진 한을 풀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개토제에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주철희 소장과 노병량 함평유족회장, 박선주 유해발굴단장 등도 참석해 발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구례 봉성산 유해발굴 결과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도 이유지만, 어쩌면 마지막 발굴현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http://blog.daum.net)


태그:#여순사건, #진실화해위원회, #순천매곡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