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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맹점이 다수에 의한 횡포를 막을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회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본 회의장이 아니면 안건 통과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의회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경기도 박순덕(민주당. 비례) 의원은 5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동료 의원들이 삭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7월 4일 의장 및 부의장 선출을 강행했다. 이에, 본회의장을 점거한 채 농성 중이던 민주당 소속 의원 11명 중 여성인 박덕순·조복록 의원과 고령인 김형식 의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8명이 항의 삭발식을 단행했다.

 

이들은 삭발식에 앞서 낭독한 성명에서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을 떠나 다른 장소에서 의장단 선거를 비겁하게 날치기 통과하는 의회 폭거를 저질렀다"며 "이러한 폭거를 만천하에 고발하기 위해 삭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열린 의장단 선거를 "편법적 행위"로 규정한 뒤 "의장단 선거에 대한 항의 활동은 물론 앞으로 의회민주주의의 새싹이 다시 돋아날 때까지 모든 행동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12시40분께 도의회 1층 제1회의실로 본회의장을 옮겨 제233회 제1차 정례회 1차 본회의를 열고 제7대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 2명을 모두 선출했다.

 

진종설 도의원(고양)이 유효표 94표중 90표를 얻어 각각 2표에 그친 최환식(부천), 정문식(고양) 도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어 각각 진행된 제1, 2 부의장 투표에서는 장경순(안양), 이재혁(이천) 도의원이 과반을 얻어 선출됐다.

 

회의 과정에서는 민주당 정기열(안양), 김진경(시흥) 도의원이 회의장을 찾아 현수막을 들고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으나 한나라당 이태순 도의원(성남6) 등의 제지를 받고 본회장 밖으로 밀려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삭발식이 끝난 후, 자체 대책회의를 통해 본회의장 농성을 풀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의장 부의장 선거가 끝났기에 더 이상 점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삭발 후, 농성 풀고 자진 해산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 일에서 손을 뗀 것은 아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본 회의장을 옮겨서 통과한 안건이 효력이 있느냐는 것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소송을 제기 하는 문제는 고문변호사와 협의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경남에서 2005년도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회에서 2005년 버스에서 안건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5월28일 당시 열린 우리당·민주노동당·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던 경남도의회의 '기초의원 2인 선거구 획정안'이 버스에서 통과됐던 것이다. 

 

한나라당 경남도의원들은 오후 4시경 도의회 주차장에 세워놓은 버스 안에서 본회의를 열고 '4인 선거구'를 분할하는 내용의 선거구 획정안을 상정했으며, 남기청(의령 2) 부의장이 도의회 건물 현관 입구에 와서 의사봉을 두드렸다.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은 이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당했다. 기각 사유는  ‘버스도 법률상 실내로 볼 수 있고 의회 주차장도 의회 내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의장에 당선된 진종설 의원은 이미 고발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 측에서 지난 7월2일, 진 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 고영인 대변인에 따르면 진 의원은 6개월 전부터 동료 의원들 생일날 화분(란) 등을 선물했고  2~3차례 모임에서 양주를 대접한 것으로 전한다.

 

이 사실을 폭로한 것은 같은 한나라당 소속 최환식 의원이다. 최 의원은 당시 의장 후보 한나라당 내 경쟁자였다. 최 의원이 한나라당 선관위에 이 사실을 사전 선거운동이라 고발했고 한나라당 선관위는 ‘선거운동 기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고 조치만을 내렸다.

 

“도의회 의장은 한나라당 의장이 아니라 1100만 경기도민을 대표해야 하기에 좀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당 경기도 의회 고영인 대변인은 5일 전화통화에서 진 의원을 고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향후 2년간 의정활동을 통해 다수당 독재 폐해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 이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경기도의회, #삭발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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