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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 2008과 미디어 리더쉽'에 관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촛불 2008과 미디어 리더쉽'에 관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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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상암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제4회 '세계시민기자포럼'이 열렸다. '모든 시민은 기자'임을 선언하며 2000년 2월에 창간한 <오마이뉴스>가 해마다 주최해온 이번 포럼의 주제는 '촛불 2008과 미디어 리더십'.

원래 기획했던 포럼의 주제는 이와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여중생들이 불을 붙인 '촛불집회'가 '촛불문화제'를 거쳐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촛불시위'로 확산되면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두 달 동안 지속된 세계 최초의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이 '세계 최초의 현상'은 1인 생방송 기기로 무장한 '디지털 뉴스게릴라'와 이들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는 집단지성의 출현 등에서 엿볼 수 있는 바, 이른바 '아테네 직접민주주의'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인 '디지털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이다.

네티즌들은 조중동과의 '한판 승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디지털 직접민주주의'의 구현 수단으로 전개된, 네거티브 및 포지티브 운동 방식이 다 동원된 새로운 형태의 언론 소비자운동은 '미디어 리더십'의 변화 가능성과 맞물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른바 조중동 불매운동 및 광고주에 대한 다중 압박(네거티브 방식)과, <경향신문> <한겨레> 구독운동 및 '오마이TV'에 대한 자발적 시청료 내기 운동(포지티브 방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당연히 포럼에서 관심의 초점은 '현재진행형'인 촛불정국에서 네티즌들이 조중동과의 '한판 승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와 만일, 5년 후에 다시 유사한 촛불이 켜진다면 그때의 미디어 지형은 어떻게 바뀔까에 모아졌다.

포럼에 참석한 20명의 전문가와 학자 그리고 현장 활동가(방송 BJ, 커뮤니티 운영자, 파워블로거 등)들은 이 '세계 최초의 현상'에 대한 참신한 진단과 '미디어 리더십'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두 질문에 대해 꼭 집은, 속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심전심으로 촛불을 들고 나와 광장에서 재협상을 외치고, 과반에 가까운 지지를 얻은 대통령을 100일 만에 마음속으로 간단히 탄핵해버린 이 간단치 않은 국민과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감안할 때, 5년 뒤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한 참석자의 볼멘소리가 사실 '정답 아닌 정답'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두 질문에 대한 '정답'이라고는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논거들은 여럿 제시됐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촛불정국을 '문화의 충돌'과 '프레임의 충돌'로 진단한 다음의 두 가지 가설이었다.

통제할 수 없는 문화, 김이태 연구원과 재수생 J씨의 '사태'

류한석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소장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류한석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소장이 2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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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관점에서 살펴본 촛불 2008과 미디어리더십'의 발제자인 류한석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소장은 촛불정국에서 나타난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이를 '통제할 수 없는 문화'라고 규정했다.

그가 첫 번째로 든 사례는 '김이태 연구원 사태'였다('사례'가 아니라 '사태'다). 한국건설연구원 책임연구원인 김이태 박사가 <미디어다음>의 '아고라'에 올린 양심선언성 글은 5일 만에 조회수 45만을 돌파하고 댓글은 시스템상 최대치인 1만5천개를 기록했다.

두 번째 사례는 '5·17 휴교 메시지 유포 사태'다. 재수생 J씨는 촛불집회 관련 '등교 거부' 메시지를 인터넷으로 알게 된 친구 A에게 보내고, A는 친구 30명에게 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29분 만에 전국 학생들에게 확산된 것이다.

김이태 연구원과 '아고라' 회원들, 재수생 J씨와 친구들이 모두 '기자'이자 '전달자'들이고 인터넷의 펌글과 댓글, 그리고 휴대폰 메시지 등이 새로운 미디어 수단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미디어의 확장과 분산 현상 그리고 속도의 가속화는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류씨가 조사한 전세계의 뉴미디어 활용 현황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의 97%가 PC를 갖고 있고, 94%가 휴대폰을 갖고 있고, 76%가 IM(인스탄트 메시지)을 사용한하는데 IM 사용자 중 15%가 24시간 상시 로그온 상태이다. 38%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44%가 블로그 글을 읽는다. 49%가 P2P를 통해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75%가 페이스백(Facebook, 미국의 개인 간 교류, 인맥 구축 사이트-편집자 주) 계정을 갖고 있다.

'촛불정국'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고에 기반한 '문화의 충돌'

결국 촛불정국은 권력과 전통 매체들이 '통제할 수 없는 문화'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데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즉 촛불정국은 민주주주와 디지털 문화가 진화된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가 아날로그 사고방식으로 디지털 문화를 통제하려는 데서 생긴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인 것이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이 새로운 미디어들은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때로는 허위사실을 실어서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치와 위험이 상존한다. 김이태 연구원과 재수생 J씨의 사례는 이를 반증한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도구는 중립적이며, 그것이 아날로그적 감동과 결합할 때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류씨의 진단은 "5년 후에 다시 유사한 촛불이 켜진다면 그때의 미디어 지형은 어떻게 바뀔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진행형인 촛불정국에서 네티즌들은 조중동과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섣불리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정답에 가까운 시사점은 찾을 수 있다. 황용석 교수(건국대 신방과)가 제시한 '프레임 충돌' 가설이 그것이다.

촛불정국은 '미디어 프레임과 공중 프레임의 충돌'

황 교수는 우선 "촛불집회 기간에 나타난 언론의 신뢰도의 저하와 독자 이탈, 그리고 대의제 시스템의 일시적 마비 등"을 예로 들며, 2008 촛불집회에 나타난 정치커뮤니케이션적 특성으로 '정보와 여론지표로서 대중매체의 역할 약화'와 '정치매개 집단의 영향력 약화'를 들었다.

촛불정국은 이처럼 정치 매개집단이 약화된 공간 속에서 '미디어 프레임과 공중 프레임의 충돌'이 빚은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즉, 공중(Public) 프레임은 '정부에 대한 감시견'(Watch dogs for Public Interest)인데, 일부 미디어의 프레임은 '정부 보호견'(Guard Dog for government)이어서 두 프레임이 쇠고기 정국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가설이다.

"언론은 권력 감시가 핵심 기능이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정국에서 조중동은 '워치 독'(감시견)이 아닌 '가드 독'(보호견) 역할을 했다. 국제통상 이슈는 통상적으로 정권과 국민(공중) 이익이 같이 가는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슈에서는 언론이 거꾸로 국민을 '감시'하고 정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에 프레임의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중동은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감시견)로 돌아가라는 우회적인 답변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민을 향해 짖지 말고, 정부를 향해 짖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여전히 국민을 향해서만 짖고 있다. 그들은 폭력으로 얼룩진 경찰의 '6·29 진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시위대를 향해서만 짖고 있다. 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선량한 시민을 '폭도'로 몰아붙였듯이 말이다.


태그:#톺아보기, #세계시민기자포럼, #조중동, #워치독, #가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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