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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복수 | 제임스 러브록 지음 | 이한음 옮김 | 세종서적 | 263쪽 | 1만2000원

<가이아의 시대> <가이아-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 <가이아에 경의를 표하며> 등을 통해 '가이가 이론'을 전파해온 자칭 '행성의사'의 최근 처방전. 가이아 가설은 지구를 거대 생명체로 보고 지구가 자기 존재의 합목적적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론. 그 '서정성' 때문에 과학계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2001년 '암스테르담 선언'에 그 개념이 반영될 정도로 권위를 얻었다. 이 책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구온난화라는 환경 대재앙을 가이아가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복수'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 대책을 긴급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그 대책이 극약처방에 가깝다. 재생에너지 개발을 멈추고, 유기농법을 포기하고,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자…. 그만큼 가이아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것인데, '가이아 이론'에 동조해온 환경론자들로선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다.


미래를 말하다
| 폴 크루그먼 지음 | 예상한 외 옮김 | 현대경제연구원BOOKS | 360쪽 | 1만8000원

정치적으로 진보주의자이고 경제적으로 케인스주의자인 저자는 미국의 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시공을 넘나들면서, 특히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사회적 양극화의 원인을 파헤치고 미래 번영을 위한 해법을 날카롭게 제시한다. 비록 미국 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다음 문장을 읽다보면 이게 미국 얘기인지 한국 얘기인지 헷갈린다. "수백만의 중산층 가정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실제 형편보다 무리해서 집을 사고, 갚을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은 빚을 지는 것은 큰 문제다.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일류 학군들은 줄고 있으며, 부근의 집값은 점점 더 오르는 추세다. 이들 중산층은 욕심이 많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녀에게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사회에서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곳에서 시작하지 못하면 자녀의 미래는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311-312쪽) 원제는 'The Conscience of a Liberal'.

위미 | 베페이위 지음 | 백지운 옮김 | 문학동네 | 404쪽 | 1만1000원

'위미'는 한 마리 매처럼 위풍당당하다. '위슈'는 요사스럽게 반짝이며 넘실댄다. '위양'은 평범하지만 들쥐처럼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 1970년대 중국 농촌과 도시를 배경으로 위미·위슈·위향, 서로 다른 성격과 운명을 지닌 세 자매의 인생 역정을 통해 인간의 용기와 비창(悲愴)과 존엄을 그려내고 있다. '위미(玉米)'는 중국말로 옥수수란 뜻. 옥수수가 중국 농촌의 일상적인 양식이었듯이 소설 <위미> 역시 중국의 일상 풍경을 아주 구체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2003년 작가에게 두 번째로 루쉰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경극 여배우의 신산한 삶을 그린 작가의 <청의>도 함께 출간됐다.


손을 씻자
-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법칙 | 프레데릭 살드만 지음 |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86쪽 | 1만1000원

프랑스의 영양·위생 전문가인 저자가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환자에게 미처 해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다. 그가 들려주는 조언의 첫번째는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그대로, '손을 깨끗이 씻자'는 것. 손만 제대로 씻어도 장질환을 40%까지 줄일 수 있다. 반면,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과 악수를 나눴을 때 그 사람의 대변에 있던 균들이 2시간 내에 내 입에서 발견될 확률은 3명에 1명꼴이라고 한다. 그밖에 우리가 베고 자는 베개 무게의 10%는 진드기 시체와 그 배설물이고, 과일 표면에 남아 있는 살충제, 날생선에 들어 있는 고래회충, 탄 고기나 토스트의 타르 등 페이지마다 악몽 같은 이야기들이 소개돼 있다. 원래 집필 의도와는 달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용 책자로 활용될지도 모르겠다.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들의 노트 | 이재영 지음 | 한티미디어 | 311쪽 | 1만5000원

"우리는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일과, 느릿한 걸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단순함을 지녀야 한다. 그 단순함과 긴 세월을 버텨줄 좋은 도구가 바로 노트이다."(머리말) 노트보다는 노트북이 더 친숙한 디지털 시대이다. 하지만 저자는 위대한 업적과 발견, 발명의 근원을 추적해 그 바탕을 노트로 요약하면서, 아날로그 노트의 장점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 빈치, 뉴턴, 패러다이, 정약용 등의 노트를 슬쩍 엿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평생 1만4천 쪽에 이르는 노트를 남겼고, 빌 게이츠는 경매에서 그 가운데 한 부분을 3천만 달러에 구입했다는데, 혹시 우리 노트도 언젠가는? 하지만 노트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거~.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 유럽 정원에 담겨 있는 공간의 비밀 | 고정희 지음 | 나무도시 | 256쪽 | 1만4000

바로크 정원은 가장 유럽적인 정원이다. 책 뒤편의 대표적인 바로크 정원 목록에도 23곳이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저자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바로크 정원 이야기라고 해놓고 정작 책에선 달랑 네 개의 정원만 소개한다. 베르사이유, 볼 르 비콩트, 헤렌하우젠, 쌍수시 정원이 바로 그곳. 이런저런 바로크 정원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책의 분량을 채우기보다는 바로크 정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하고 소멸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한 다양한 공간 장치들과 바로크 코드 속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바로크 시대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그림만이 아니다. 저자는 이미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를 펴냈고, 다음으로 '중세 정원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하이킹 걸즈
|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96쪽 | 9500원

잦은 학교 결석과 가출, 폭행을 일삼는 고교 1년 여학생 은성. 그녀와 같은 또래로, 얌전한 성격이지만 '왕따'의 괴로움으로 도벽에 빠져드는 보라. 구치소에서 만난 두 소녀는 실크로드에서 도보 여행을 하면 소년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제안을 받고, 인솔자 미주 언니와 함께 총 1200킬로미터의 길을 걷는 70일 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열두 살 때 신문에서 본 소설가 공지영이 너무 예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저자답게 이 소설 역시 "그 발상과 설정 자체가 참신하며,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현장감, 발랄한 문장과 풋풋한 감수성 등이 인상적"(소설가 정이현)이다. 비룡소가 청소년문학의 새 지평을 열고자 제정한 블루픽션상의 첫번째 수상작이다.


있다면? 없다면!
- 정재승과 꿈꾸는 과학의 상상력 충전 프로젝트! | 꿈꾸는 과학·정재승 지음 | 정훈이 그림 | 푸른숲 | 285쪽 | 1만2000원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알버트 아인슈타인)하고 "세상은 존엄한 상상력의 산물"(윌리엄 스티븐슨)이라고 믿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와 대학생 동아리 '꿈꾸는 과학'이 책 제목과 같은 주제로 상상하고 토론한 과정과 내용을 다듬어 펴냈다. '만약 인간에게 꼬리가 있다면?' '만약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만약 태양이 두 개라면?'과 같은 질문이 던져지고, 상상에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상상은 대개는 엉뚱하지만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과학적으로 검토해 나름의 균형감각을 갖췄다.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영화 패러디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정훈이의 그림도 상상력을 유쾌하게 자극한다.


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세종서적(2008)


태그:#이주의 새책, #폴 크루그먼, #위미, #가이아, #바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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