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굵고 투박한 목판화의 칼맛에 만화적인 재미와 과장의 맛을 곁들인 이훈웅의 목판화, 장서표 전이 대전 유성문화원 전시실에서 2008년 4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열렸다.

이훈웅은 대전에서 나고,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행위예술과 판화작업을 꾸준히 해온 작가이다. 그러면서 대전일보사에서 근무하며 만화를 그린 경험을 살려 판화에 만화의 특성을 가미한 목판화 전시회를 개최한 것이다.

             
판화 후 채색,22 x 31cm, 2007
▲ 이훈웅 목판화 '장산곶매' 판화 후 채색,22 x 31cm, 2007
ⓒ 함종호

관련사진보기


이훈웅의 목판화는 굵고 강하며 투쟁적인 선에서 1980년대 민중미술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2 x 31cm, 판화 후 채색,2007
▲ 이훈웅의 목판화 '퇴근길' 22 x 31cm, 판화 후 채색,2007
ⓒ 함종호

관련사진보기


'퇴근길'은 소변을 보는 지친 노동자와 놀라서 펄쩍 튀어 오르는 개구리의 모습을 표현하였는데,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고통을 단순히 대변하고 있는 것만이 아닌, 해학과 과장이라는 만화적 특성을 차용하여, 지친 삶 속에서도 여유와 유머를 찾으려는 서민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31 x 22cm,  판화 후 채색
▲ 이훈웅의 목판화 '도지의 탈출' 31 x 22cm, 판화 후 채색
ⓒ 함종호

관련사진보기


'도지의 탈출'은 고슴도치같은 두 마리의 동물이 내달리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달리는 동작을 강조하기 위하여 만화에서 자주 활용하는 동작선들을 쓰고 있다. 동작선은 자연스럽게 동물의 털에 연결이 되어있어서, 동물이 뛰쳐 내달리는 효과를 증폭시키고 있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만화처럼 재미있게 표현한 장서표들

이훈웅의 목판화에서도 유머와 과장, 만화의 동작선들이 표현되고 있지만, 그가 주변사람들의 장서표를 디자인한 그림에서는 훨씬 재미있고 다양한 만화적 표현들이 구사되고 있다.

장서표(EX LIBRIS)는 과거 인쇄술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 귀중한 책의 주인임을 표시하는 것이다. 라틴어로 EX는 '~으로부터', LIBRIS는 '책'이라는 말로 이 문구와 함께 소유주의 이름이 들어간다. 동양의 한자문화권에서는 책에 직접 찍는 장서인을 사용했고, 서양에서는 15세기 후반부터 별도의 종이에 판화를 찍어 책에 붙여 사용한 것이 유례가 되었다고 한다.(한겨레 2003.11.28 보도참고)

- 조상구
▲ 이훈웅의 장서표 - 조상구
ⓒ 함종호

관련사진보기


장서표 - 조상구는 작은 사람이 큰 부엌칼날 위에서 거꾸로 뒤집어진 채로 웃고 있는 돼지를  한 손으로 거뜬히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 장서표의 주인공은 아마도 정육점을 하고 있는 것 같으며, 힘이 장사이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김병휘
▲ 이훈웅의 장서표 -김병휘
ⓒ 함종호

관련사진보기


  장서표 - 김병휘는 단순화된 인체표현과 과장된 발, 그리고 두 손은  색색의 물감을 칠하는 큰 붓을 들고 있고, 바퀴를 타고 역동적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업으로 하며 살고 있는 인물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단순하면서도 다이나믹한 생동감이 특징적이다. 

-강이구
▲ 이훈웅의 장서표 -강이구
ⓒ 함종호

관련사진보기


 장서표-강이구는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한손에는 동전을 집으려하고 있고, 천원짜리 지폐를 타고 날아가는 양복입은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돈들이 날아다니고, 이 돈을 쫒는 고단한 인물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별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샐러리맨의 고단한 일상을  만화의 특징을 살려서 과장되고 경쾌한, 그러면서 삶의 고단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이훈웅의 목판화와 장서표를 보면서, 1980년대를 풍미했던 민중미술 작품들 중에서 볼 수 있었던 일상성과 삶의 건강성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다. 이훈웅의 장서표에서는 작가가 살고 있는 대전지역의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고단하지만 건강한 삶의 노래가 표현되어 있다. 내 주위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술한잔 하면서 어울리고, 그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진짜 건강한 미술쟁이가 아닌가 하고 이훈웅의 판화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태그:#이훈웅, #목판화, #장서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어느 해 여름 금강변을 소요하다 나는 하늘을 봤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