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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2일 발표된 삼성 쇄신안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논평 전문이다.

 

경제개혁연대

 

과거의 불법행위 책임과 미래의 지배구조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재용씨의 불법재산 반환, 삼성생명 중심의 출자구조에 대한 혁신 언급 없어

이 회장 퇴진·전략기획실 해체? 전후 일본식 기업집단으로의 변화 뜻인가?

각종 불법행위와 거짓말에 대한 진정한 사과부터 해야

 

1. 오늘 삼성그룹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오늘 발표된 경영쇄신안은 비록 세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건희 회장일가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의 온당한 이행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등의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재용 씨의 부당이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의 핵심 출자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현재 예정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의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된 보험지주회사를 통해 기존의 지배⋅승계구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근본적 혁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2. 경제개혁연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특검 수사는 삼성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따라서 삼성의 쇄신안이 불리한 사회 여론을 달래고 이건희 회장의 실형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진정한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삼성의 쇄신안이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는 최소한 ▲ 삼성에버랜드라는 비상장 가족회사를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의 돈(즉 보험계약자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의 변화, ▲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지속 불가능한 출자구조를 기획하고 집행한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대폭적 쇄신, 마지막으로 ▲ 삼성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불법행위 관련인사들, 즉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의 경영 배제와 같은 인적 청산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오늘 삼성이 제시한 안들은 너무나 미흡하고 추상적이어서 과연 삼성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혁신안에는 고객 돈을 통해 총수 일가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비록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이런 대국민 선언이 법적 구속력 있는 약속이 아닌 한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는 것이며, 더군다나 삼성이 비록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자통법이 시행되고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향후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급결제기능을 포함한 실질적 은행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제는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핵심적 출자구조를 금산분리라는 원칙하에 해결하는 것(예컨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분리)인데, 이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은 비용이 많이 들고 경영권 위협이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거부하고 있다.

 

기껏해야 내어놓은 것이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지난 2006년 국회를 통과한 금산법 개정안의 부칙에 따라 5년 내에 매각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마치 이것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삼성의 의지를 보이는 새로운 것인 양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결국 특검수사에 배임행위로 밝혀진 삼성에버랜드 CB, 삼성SDS BW 인수를 통해 얻은 이재용 씨의 불법이득을 그대로 유지하고, 삼성생명 등의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하는 출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삼성의 선언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3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된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 향후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하여 현재의 출자구조의 근본적 변화없이 그룹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재용 씨는 이번 쇄신안 발표를 통해 잃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4.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문제가 된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을 폐지하고, 이학수․ 김인주 씨의 일선퇴진을 발표한 것은 일부 진전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거 백의종군을 약속했다가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한 다른 그룹 총수들의 과거 사례를 감안하거나, 또는 총수가 등기이사 직위 없이도 얼마든지 그룹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오늘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약속이 ‘총수의 실형선고를 피하기 위한 쇼(Show)’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후 집행에 있어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건희 회장이 그룹 경영의 실무(예컨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투자 검토⋅지시 등)를 담당해오지 않았으며, 다만 그룹의 지배권 유지와 승계 문제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자 역할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희 회장의 공식 직함 사임은 사실상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그룹 총수가 법적 실체가 없는 자리인데, 거기서 어디로 물러난다는 뜻인가?

 

이학수․김인주 씨의 일선퇴진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들을 제외하고, 특검이 기소한 최광해나 비록 기소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차명계좌 조성에 책임이 있는 다른 구조본 인사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빠져 있는 것은 문제이다. 더군다나 문제가 된 차명계좌 명의인의 한 사람이자 1999년 이재용씨의 삼성투신 지분인수 당시 삼성생명의 임원이었던 이수빈씨를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인사로 지목한 것은 여전히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를 유지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5. 한편 오늘 쇄신안은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삼장단회의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그룹으로 계속 남아 있는 한,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을 조율⋅조정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다만 현재의 전략기획실 체제는 그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한 전략기획실 해체는 이름만 바뀐 또다른 법적 실체 없는 참모조직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

 

총수가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하고, 사장단회의 중심으로 운영해나가겠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2차대전 전 일본의 재벌(자이바츠)이 전후 기업집단(게이레츠)으로 바뀐 것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총수일가가 단일한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전 그룹을 지배하던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다만 각 계열사가 사장단회의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연합체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쇄신안 발표문의 표현은 그렇게 되어 있으나, 말한 삼성 사람들도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고, 듣는 외부사람들도 그런 뜻으로 듣지 않는다. 그럼 이것이 실질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진정 삼성그룹이 기존의 재벌체제를 해체하고, 독립경영을 하는 계열사들의 느슨한 연합체로 변모하겠다는 것인가? 그 뜻을 분명히 밝히고, 그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한, 전략기획실 해체, 사장단회의 중심 운영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6. 이번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과는 변명만 있지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다. 무엇보다도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 이후 삼성이 ‘차명계좌는 없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해왔던 거짓해명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빠져 있다.

 

또한 1987년 이병철 회장의 상속 당시 ‘재산조사팀을 동원하여 한국은 물론 일본에 있는 재산까지 빠짐없이 조사하여 성실히 신고했다’던 과거의 거짓 해명에 대한 사과 없이,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의 존재 이유를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으로 둘러대는 것도 과연 삼성이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그저 세금을 적게 내고 계열사 지분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탐욕스러운 화이트칼라 범죄였을 뿐이다.

 

더군다나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 이후 삼성이 계열사와 그 임직원을 통해 언론과 김용철 변호사에게 제기한 각종 명예훼손 소송을 비롯한 각종 탄압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 이런 기본적인 것 하나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고서 무슨 사과와 반성이란 말인가.

 

국민들은 삼성에게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특검이 새로 ‘찾아준’ 4조 5천억원 중 얼마가 사회 공헌으로 되돌아가는지 관심도 없다. 이건희 회장은 탈세한 ‘검은돈’으로 사회환원 운운하며 여론을 무마하기보다는 애초 삼성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 그리고 100일 동안 삼성의 변명과 거짓해명으로 귀를 더럽혀온 국민들에게 단 한 번 만이라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 이런 행동이 없는 한 오늘 발표의 진정성은 절대로 담보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삼성의 경영쇄신안

 

불법 경영권 승계와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 없어

 

오늘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였다. 경실련은 이번 경영쇄신안에서 그동안 삼성그룹 문제의 본질로 지적되어 온 이재용 전무로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시도와 전근대적인 ‘황제경영’ 체제에서 비롯된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본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경영 쇄신방안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은 전근대적인 순환출자를 통해 형성된 삼성 그룹계열사를 장악하기 위해 전략기획실이라는 불법조직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불법상속, 불법 로비 등 각종 불법행위를 해 왔다. 따라서 이번 쇄신안이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략기획실의 폐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삼성그룹의 얽히고설킨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청사진이 제시되었어야 한다.

 

앞으로 삼성을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로 변화시키든가 아니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겠다든지 하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이에 의거하여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전략기획실을 없애고 어떠한 직을 갖지 않더라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건희 회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뒤에서 법테두리를 벗어나 그룹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 내용이 빠지고 형식적으로 임원직을 사퇴하고 전략기획실을 없애는 것으로는 삼성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2월 삼성그룹은 불법대선자금 제공 및 이재용씨로의 편법상속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8,000억원 사회 환원과 함께 구조본 축소,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종료된 삼성 특검은 이 약속들이 당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발언이었음을 증명해준 바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오늘 발표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유야무야될 가능성은 여전히 놓여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 나아가 삼성 그룹 전체가 환골탈태하여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되는 내용이 담기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본질적 변화가 누락된 이번 발표는 국면전환용 혹은 여론호도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라도 과거 LG와 SK가 했던 것처럼 삼성 또한 선진적인 지배구조로 변화될 수 있도록 결단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삼성이라는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삼성은 황제경영의 폐해에서 벗어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이건희 회장의 순수성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건희 회장의 결단을 재차 촉구한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이건희 회장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전향적... 

 

그러나 계열사 손실에 대한 환원, 이재용씨 경영권 승계 문제 불분명

- 지배구조 개혁 원론에 그쳐 실질적 방안 미흡

- 스스로 밝혔듯이 삼성의 쇄신은 이제 시작이다

 

1. 오늘(22일)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사건 등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법성이 확인되어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 핵심인물들이 기소된 삼성특검 종료에 즈음하여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였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오늘 삼성이 발표한 쇄신안과 관련해 불법경영을 주도한 이건희 회장 및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의 퇴진과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저해하고 각종 불법행위를 기획렘피璿?전략기획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전향적 조치라 평가한다. 그러나 이 같은 불가피한 조치들 외에 삼성 불법행위의 핵심원인이 되는 이재용 씨 경영권 승계 중단에 관한 언급이 없는 점,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실질적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미흡한 점이라 평가한다.

 

2. 특검 수사까지 이르게 된 삼성 불법행위의 근본 원인이 이재용 씨로의 무리한 경영권 세습에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면서까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산을 증식시킨 것이 경영권 승계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 일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동시에 에버랜드를 포함해 서울통신기술, 삼성SDS, e삼성,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등 손해를 끼친 회사에 보상했어야 마땅하나 이 같은 방안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울러 이재용씨가 비록 특검의 기소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불법적인 배임의 수혜자이며, 경영능력도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경영권 승계 대상에서 배제 또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나 해외사업장 체험,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미명하에 일시적인 외유와 다를 바 없는 조치로 문제를 비켜간 것은 진정한 의미의 경영쇄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3. 삼성그룹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사퇴와 전략기획실 해체로 인해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본 전제조건을 마련했다는 점과 사외이사 제도 운용을 보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각 계열사 이사회가 중심이 된 실질적인 독립경영체제의 전제조건인 순환출자 해소나 대안으로 거론되는 지주회산 전환과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표명에 그친 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4. 삼성이 특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조세포탈 문제와 관련해 탈루 세금을 내겠다고 밝힌 부분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난 98년 실명 전환한 삼성생명 주식 700만주에 대한 상속세 납부 언급이 없는 점, 특검 수사에서 차명주식임이 밝혀졌으나 조세포탈 혐의를 받지 않은 삼성생명 주식 16.2%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점은 의혹의 해소와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미흡하다. 또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를 실명화해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그에 앞서 분명히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들의 손실에 대한 환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 삼성이 그동안의 총수일가를 중심으로 한 불법과 전횡의 폐해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해소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삼성 그룹은 기자회견 말미에 스스로 밝혔듯이 오늘 경영쇄신 조치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 일동

 

이건희 회장 사과성명과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에 대한 입장

 

4월 22일 오전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 성명과 함께 전격적으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였다.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들은 이날 오전 급히 특검수사결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삼성의 책임 문제를 밝힌 바 있으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 발표된 사과 성명과 경영쇄신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1. 우선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을 환영한다. 당연한 처사이다. 그러나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 안고 가겠”다는 이 회장의 말과는 달리 그의 진두지휘 아래 전략기획실(구조조정본부)의 각본에 따라 이루어진 숱한 범죄행위는 혼자서 떠 안고 가기에는 너무나 큰 비리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건희 회장이 밝힌 “법적 도의적 책임”에 대하여 묻고자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이후 삼성이 벌인 숱한 범죄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행유예기간에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한결같이 진행된 불법적 범죄행위들에 대해서는 다 묻어버리고 오로지 특검 문제에 대해서만, 그것도 혼자서 떠 안고 가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건희 회장의 사과 성명에서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읽어낼 수가 없다.

 

성명에 이어진 경영쇄신안의 제1성으로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서,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퇴진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지난 몇 달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배임을 통하여 경영권 세습을 기도하고, 떡값과 로비를 통하여 범죄행위를 무마하려고 시도하고, 수천개의 차명계좌를 통하여 비자금을 운영하거나 최소한 조세를 포탈하는 것을, 이건희 회장은 “기업경영”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 하지만, 우리 법학교수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은 그러한 행위들을 모두 범죄라고 부른다.

 

2. 삼성 사장단을 비롯한 임직원 전원은 “이건희 회장이 못다 이룬 세계 초일류기업”을 만드는데 매진한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은 무엇일까? 설마 그것이 무노조정책으로 뒷받침된 노동착취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무노조경영은 그 자체가 범법행위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명시적으로 부정하면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헌정질서 자체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어떤 일류기업이 무노조경영을 하는가? 그런 기업은 오히려 이 사회에서 퇴출되어야 할 악덕기업일 뿐이다.

 

3. 돌이켜 보면 삼성의 모든 범죄적 행위에는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의도가 개재되어 있으며, 이재용 전무 자신은 삼성의 모든 범죄의 최대의 수혜자이다. 그는 특검이 수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하여 삼성그룹에 대한 확고한 지배권을 확보하였다. 즉 경영권 승계는 사실상 종료되었다.

 

그런 이재용 전무가 그저 삼성전자의 CCO를 사임하겠다고만 한다. 100% 범죄행위로 취득하거나 증식한 그의 재산과 그룹에 대한 지배권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바로 이 부분이 이번 삼성 경영쇄신안의 핵심이라고 본다. 범죄로 이루어졌건 다른 어떤 이유로 이루어졌건 이미 완료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이 쇄신안의 골자인 것이다.

 

범죄행위로 취득된 재산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하고,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경영권 승계는 당연히 무효화되어야 하며, 그 당사자인 이재용 전무는 모든 불법취득 재산과 경영권 승계에 대한 포기를 선언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학교수들의 생각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쇄신안일 것이다.

 

4. 쇄신안에는 전략기획실의 해체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략기획실은 범죄행위의 집행을 맡은 책임 때문에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경영상의 판단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왜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과 성명과 그룹의 경영쇄신안을 분리하여 발표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이 쇄신안이 삼성이 저지른 모든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판단한다. 특검수사가 모두 끝났으니 이제 이건희 회장의 이름으로 퇴진으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니, 더 이상의 어떤 책임도 묻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일은 순전히 경영상의 판단으로, 당당하게 처리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 바로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의 정체다. 삼성의 후안무치함이 이번 쇄신안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다.

 

5.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이 보기에는, 차명재산이 이병철 전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특검의 수사결과를 믿을 수는 없지만 설령 이에 따른다고 해도,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조세포탈이라는 범죄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세금은 과실에 의하여 “누락” 된 것이 아니라 고의에 의하여 포탈된 것이다. 하나의 표현을 통하여 범죄를 과실로 순치하는 것에서 다시 한번 삼성의 용의주도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 보자고 한다. 그 유익한 일이란 아마도 삼성이 누누이 강조하는 세계 일류기업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세계 일류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은 범죄행위로 점철되어 있다. 수많은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된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결코 회장 개인의 것이거나 삼성그룹의 것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이들 재산은 전 사회와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면서 행해진 범죄에 의하여 취득된 것으로 마땅히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그 재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더 이상 삼성의 소관사항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이든 이재용 전무의 불법취득 재산이든 배임이라는 범죄로 취득한 재산이니 삼성으로서는 그저 이를 사회에 내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삼성이 아니라, 이 사회와 전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6. 금융사업에 대해서는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금융사에 대해서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다.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라면서 이를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 삼성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법을 준수하는 일이다.

 

쇄신안에서는 결국 지주회사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거나 계속 검토하겠다는 말로 피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예의 “경영권”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순환출자 문제는 모든 범죄행위의 목적이 되었던 “그룹경영권 승계”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약간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고, 그 출발이 바로 에버랜드였으며,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지주회사임을 고려할 때, 종래 유지되어 왔던 순환출자를 통한 특정인의 그룹 지배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법학교수들은 결국 삼성의 경영쇄신안이 현 체제에 대한 어떤 근본적 변화도 거부한 채로 약간의 외형상의 변경만을 가하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7. 마지막으로 쇄신안에서는 “오늘 발표한 것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고 밝힌다. 맞는 말이다. 쇄신안은 또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법학교수들은 오늘 발표된 쇄신안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되기는 커녕 아직 시작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요컨대, 우리 법학교수들은 오늘 발표된 이건희 회장의 사과성명과 삼성의 쇄신안이, 그저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한 바탕 쇼였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지난 성명에서 밝혔던 요구들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 이재용 전무는 불법적 범죄로 취득하거나 증식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반납하고 그룹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라.

- 삼성 관련 범죄에 가담하거나 이를 지원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떡값검찰과 금융 및 조세 당국, 각종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은 엄중 사죄하고 즉각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 모든 재벌기업들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포기하고,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한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정의로운 기업문화의 진작에 앞장서라.

- 정부와 국회는 지배주주의 위장분산과 세금포탈을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한 차명명의인과 실소유주 지배주주에 대해서는 양벌죄를 규정하는 차명금지특별법을 제정하라.

 

 

 


태그:#삼성 쇄신안, #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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