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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부천시청에서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도중 일부 기자들끼리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면서 오물까지 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부천지역 시민단체와 언론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부천시청 3층 브리핑 룸에서는 부천지역 11개 시민단체가 4.9 총선을 앞두고 '2008 총선 부천시민연대'(이하 부천시민연대)를 결성하고 그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부천시민연대 관계자 20여명과 중앙·지방언론사 소속 부천시청 출입기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일부 기자, 왜곡·편파보도 모니터 관련 질의 문제 삼아 충돌 

 

그러나 기자회견 질의·응답이 진행되던 오후 2시 40분쯤, 부천시민연대에 대한 질의내용을 놓고 일부 기자들끼리 욕설이 오가며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미리 준비해온 오물을 상대 기자들에게 뿌려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폭력사태는 부천지역 인터넷신문인 B사 Y기자가 부천시민연대의 총선보도 언론모니터와 관련해 "총선이 끝난 뒤에도 언론의 편파·왜곡보도에 대한 모니터 활동을 계속할 것인가"라고 묻자 일부 기자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제지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부천시민연대 관계자는 "Y기자의 질의에 한 기자가 '무슨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제지해 기자들 사이에 욕설이 오갔으며, 일부 기자가 Y기자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면서 "이에 Y기자가 오물을 꺼내 일부 기자들에게 뿌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천시에 우호적인 기자들과 비우호적인 기자들 간의 오랜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천시에 우호적인 성향의 일부 기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부천시에 비판적인 기자들의 취재보도를 문제 삼는 등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증폭됐으며, 마침내 이날 기자회견 질의내용을 놓고 감정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지역 인터넷신문 Y기자, 충돌 과정서 일부 기자들에 오물 뿌려 

 

일부 기자들에게 오물을 뿌린 Y기자는 이날 오전 부천시청 출입기자단 회장을 맡고 있는 <S일보> P기자에게 전화를 통해 폭언을 들었다.  P기자를 비판한 윤아무개 부천시의원의 기고문이 Y기자가 근무하는 신문사에 게재됐기 때문.

 

윤 의원의 기고문은 비판언론에 행정광고와 보도자료 제공 등을 금지시킨 홍건표 부천시장을 옹호했던 P기자의 행태를 꼬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Y기자는 이날 오후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에서 P기자 등과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미리 1.8리터 들이 페트병에 오물을 담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들끼리 충돌사태가 발생하자 시민단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며, Y기자는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고소사건으로 비화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오물세례를 받은 <S일보> 소속 M기자 등 6명은 지난 17일 Y기자를 경찰에 고소한 데 이어 Y기자 역시 M기자 등 3명에게 옆구리와 목 부위 등을 폭행당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맞고소할 계획이다.

 

기자들끼리 맞고소 비화, 시민단체들 충격·분노...파문 확산

 

여기에다 기자들끼리 폭력추태 상황을 지켜본 시민단체 쪽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부천지역신문 기자들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천YMCA·부천시민연합·참여예산부천시민네트워크·부천학부모연대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부천시민연대는 18일 '부천 지역신문기자들의 통렬한 자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일부 기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부천시민연대는 성명에서 "17일 부천시청 브리핑 룸에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시민단체 대표와 회원 뿐 아니라 부천시민 전체가 모욕당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진실을 지키고, 알리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기자들이 시민단체 대표와 회원 앞에서 추태를 보인 것은 개탄할 일"이라며 "지역 언론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반성과 자정의 계기로 삼고, 진실을 담아 시민단체 대표들과 회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Y기자는 "사사건건 취재보도에 간섭하고 부천시장을 감싸는 일부 기자들의 조폭 같은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미리 오물을 준비해 갔다"면서 "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오물을 뿌린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일부 기자들 비리행태 취재보도 한계 느껴 오물 미리 준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일부 부천시청 출입 기자들의 업소 영업방해, 시의원에 대한 의안처리 압력행사, 시장에 대한 정보보고 등 각종 비리행태를 취재 보도해 왔지만 달라진 게 전혀 없어 보도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면서 "기자가 기사로서 말하지 않고 오물투척이란 부적절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Y기자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M기자는 "질의응답 도중 누군가 Y기자의 질의에 문제를 제기해 충돌이 일어났다"면서 "나는 Y기자를 붙잡아 자리에 앉히려다 오물세례를 받는 피해를 입었으며,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M기자는 지역신문기자들에 대한 시민단체 쪽의 사과요구에 대해서도 "오물을 뿌린 쪽에서 사과를 받아야지, 피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부천시 한 관계자는 "시청 브리핑 룸에 오물이 뿌려져 의자 등 일부 집기를 버리고 청소를 했지만 아직도 오물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면서 "전문 청소용역업체를 불러 탈취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기자들의 폭력사태는 <부천데일리뉴스> <부천매일> 등 부천지역 일부 인터넷신문과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스>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태그:#오물투척, #부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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