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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가 한창이다. 4·9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물갈이'를 얘기하고 있다. 그 불똥이 엉뚱한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정권 인사 퇴진론' 발언이 진원지다. 이 역시 총선과 무관치 않다. '물갈이'에 반발하는 공천 탈락자들은 물론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줄 선던 사람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안상수 원내대표가 논리적으로 잘 설명했다", "정치적 상식과 금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심전심', 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말이다. 당·청이 한 목소리를 내자 정부도 거들고 나섰다.

 

정부 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외부 강연에서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남아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입을 맞췄다.

 

'코드' 운운하지만, 결국 공공기관·공기업·문화계·지식사회까지 온통 자기 사람들로 채워넣겠다는 '밥그릇 뺐기'다. '이명박식 코드 인사'를 위한 밑자락 깔기인 셈이다.

 

"정치적 불신임 받았다, 이젠 법적 불신임 밖에..." 

 

코드를 맞추려면 주위의 비판을 들어선 안된다. 그래서 귀와 눈을 닫는다. '코드 인사'를 두고 '오기 인사'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이른바 '비리·부패 백화점'으로 불리며 사퇴 압박을 받아온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두고 '오기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성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채 임명되는 첫 인사로 기록됐다. 역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한나라당이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기피하고 있어, 청문회 없이 임명되는 인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기 인사의 들러리'로 전락한 셈이다. 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미국처럼 강제절차로 바꿔야 한다고 얘기가 나오고 있다.

 

통합민주당이 즉각 '탄핵안'을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성이 후보자는 이미 정치적 불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법적인 불신임을 국민에게 약속할 수밖에 없다"며 "18대 국회가 구성되면 탄핵안이라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최재성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들 중 가장 문제가 있는 인사"라며 이같이 말하고, "무수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은 아랑곳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모르쇠 정치의 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안상수 원내대표와 유인촌.이윤호 장관 발언에 이어 김성이 밀어 붙이기까지, 이 정권이 이 정도로 지독할 지 몰랐다"며 "정권 초기에는 눈과 귀를 크게 열어야 하는데 이렇게 막혀 있다면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야당만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교체하라는 국민 여론이 70%로 이미 김 후보자는 레드카드를 받았다"며 "구중궁궐에 자기 식구들끼리 모여앉아 나라를 좌지우지 하겠다는 것인데, 국민들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단체도 반대... 결국 자충수 두나?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단체까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6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선진화국민회의는 "장관이나 수석비서관으로 직무를 수행하기가 힘들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계속 감싸고 돌거나 밀어붙이기식으로 인선을 강행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 제기된 논문 중복게재 및 표절 논란,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 공금횡령 의혹, 국적을 포기한 딸의 건강보험 부정 수급문제 등을 보면, 그가 장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인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특정 일간지에 "신앙심이 복지정책 성패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황당한 기고까지 해 놓고도 최근까지 해명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한다"고 했다가 엄청난 곤욕을 치렀던 일과 클로즈업 된다. 청와대 수석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이라는 신조어가 생긴데다, 최근에는 '믿음·소망·사랑, 그 중에 제일은 소망이니라'는 성경 패러디가 유행한다.

 

이미 3명의 장관 후보자를 줄사퇴 시킨 이 대통령으로서는 추가 낙마자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국정공백 최소화'를 얘기하지만, 더 이상 밀릴 경우 총선에서의 악재와 국정 주도권 상실이라는 위기감이 깔려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성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념을 넘어선 실용'을 얘기했다. 스스로 '머슴'이 되겠다고도 했다. 오기 인사, 코드 인사는 실용이니, 머슴이니 하는 것들과 거리가 멀다. 이 대통령은 결국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태그:#김성이,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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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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