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들어올린 대표팀  축구대표팀이 23일 밤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끝난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골 득실에서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각급 대표팀에서 단 한 개의 우승도 못한 것과 비교하면 좋은 출발이다. 대표팀 주장 김남일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 우승컵 들어올린 대표팀 축구대표팀이 23일 밤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끝난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골 득실에서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각급 대표팀에서 단 한 개의 우승도 못한 것과 비교하면 좋은 출발이다. 대표팀 주장 김남일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 동아시아축구연맹

 

지난해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핌 베어벡 감독은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원에 배치하고 양 날개 공격수가 중앙 원톱에 지원하는 4-2-3-1 형태의 포메이션으로 팀을 운영했다. 그 결과 대표팀의 포백 수비는 어느 정도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공격에 있어서 해결사가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해결사 부재는 아시안컵에서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세 골이라는 극심한 골 가뭄을 낳았다. 특히 8강부터 3~4위 전까지는 무득점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야 했다. 아시안컵 이전에 치른 다섯 차례의 친선경기에서 여섯 골을 넣은 것까지 포함하면 11경기 9골 8실점이라는 다소 씁쓸한 기록을 남겼다.

 

다양화한 허정무호 1기의 공격력

 

이런 것과 비교해 출범한 지 채 한 달이 안 되는 허정무호의 공격력은 단순 수치로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월 30일 칠레와 치른 친선경기부터 토요일(23일) 북한과의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까지 총 다섯 차례의 겨루기에서 모두 9골 5실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국내파'로 참가한 동아시아 대회에서는 5골을 넣었다. 박주영(23, FC서울), 염기훈(25, 울산 현대)이 두 골을, 수비수 곽태휘(27, 전남 드래곤즈)가 한 골을 넣었다. 국내파 공격수들의 골은 지난해 7월 11일 아시안컵 사우디이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최성국의 득점 이후 무려 7개월여 만이다.  

 

골의 양도 그렇지만 질에 있어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세트피스에서 두 골을 얻어내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박주영의 오른발과 염기훈의 왼발이 얻어낸 결과였다. 더불어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킥 능력이 있는 이종민(25, 울산 현대), 이관우(30, 수원 삼성)의 발도 유용하게 쓰였다.

 

박주영의 부활은 가뭄 속 단비였다. 박주영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넣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의 골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남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다음달 평양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경기를 준비하는 대표팀에게는 큰 힘이다.

 

측면 공격수 염기훈도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의 공격력에 힘을 더 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되며 득점에 성공하며 측면, 중앙 가릴 것 없이 어느 포지션도 가능함을 새롭게 알려줬다.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이근호(23, 대구FC), 조진수(25, 제주UTD)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특히 조진수는 지난해까지 소속팀 감독이었던 정해성(50) 코치의 배려가 들어간 '코드 발탁'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일본과의 경기에는 선발 출전, 쥐가 날 정도로 뛰며 몸싸움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수비 공간을 깨는데 주력했다.

 

골 감각 찾은 박주영  박주영은 이번 대회 중국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대표팀 공격의 희망으로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사진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는 장면

▲ 골 감각 찾은 박주영 박주영은 이번 대회 중국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대표팀 공격의 희망으로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사진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는 장면 ⓒ 동아시아축구연맹

 

'국내파'들의 골 넣는 방법을 되찾다

 

하지만, 선수들의 잦은 부상은 공격에 있어 허정무 감독의 실험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큰 키의 고기구(28, 전남 드래곤즈)와 박주영 투톱을 통해 공격수 간의 임무를 나눠보는 것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당초 대회를 앞두고 허정무 감독은 장신 공격수들의 부상으로 큰 고민을 안고 있었다. 정조국은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허리를 다쳤고 조재진은 장염에 소속팀 부재 문제까지 겹쳐 이탈하면서 마땅하게 공격을 해결할 자원이 없었다. 허정무 감독은 부상중인 국내 프로팀의 여러 공격수를 거명하면서 "선수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속타는 허정무 감독은 소속팀에서 해외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187cm의 고기구를 긴급하게 호출한 것도 이들의 낙마를 대신할 응급처방이었다.      

 

고기구는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곽태휘의 결승골을 머리로 도와주며 허정무 감독의 선수 기용술을 돋보이게 했지만 북한과의 경기에서는 박주영의 부상으로 짝을 찾지 못하며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경기력을 보였다.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부상으로 그나마 허정무 감독이 시도하려 했던 포스트 플레이를 봉쇄해 버렸다.

 

그래도 어떤 방법으로든 골이 터지면서 지난해와는 다른 출발을 보이는 것은 최종목표가 월드컵 본선 진출인 대표팀에게는 큰 희망이다. 더불어 '국내파' 공격진들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골 넣은 방법을 되찾았다는 점도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소득 중 하나다.

2008.02.24 13:51 ⓒ 2008 OhmyNews
축구대표팀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박주영 염기훈 허정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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