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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물, 그리고 겨울 풀. 아름다운 만큼 시린 차가움이 있다.
▲ 섬진강 풍경 하늘과 물, 그리고 겨울 풀. 아름다운 만큼 시린 차가움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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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7일) 다니는 절에서 방생(放生)행사가 있다기에 따라나서기로 했다. 행사장인 섬진강변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둘러 준비하고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곡성 IC로 나와 구례 섬진강까지 달렸다. 아름다운 길로 유명한 국도 17호선, 곡성에서 구례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 얕은 천을 출렁거리듯 흘러 내려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면서 걸어서 가고픈 충동이 일어났다.

시간도 늦었는데 길까지 잘못 들어 더 늦어졌다. 구례와 순천 사이 경계를 이루며 흘러가는 섬진강변. 어렵게 찾아간 행사장에는 방생법회가 한참 진행 중이다.

섬진강변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힘차게 흘러내려가는 섬진강과 주변 풍경이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추운 날씨에 강변에 서니 더욱 차갑다. 강 가장자리에는 옅은 얼음이 물결에 살랑거리고 있다.

강물이 힘차게 흘러 내려간다.
▲ 섬진강 풍경 강물이 힘차게 흘러 내려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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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 섬진강 풍경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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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강변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어본다. 나의 소원은 무조건 건강이다. 부모님 건강·아내 건강·애들 건강. 아내는 무슨 소원을 빌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님은 불경 낭독을 마치고 축원문을 읽고 있다. 신도들은 작은 그릇 하나씩 받아 들고 방생할 물고기를 받기 위해 줄을 선다. 마치 스님을 주위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듯하다.

모두들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 방생법회 모두들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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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추어탕이 되는 것은 면했다.
▲ 오늘 방생할 미꾸라지 너희들 추어탕이 되는 것은 면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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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라.
▲ 방생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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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생할 물고기는 미꾸라지다. 최근 들어 환경에 부정적이라는 방생행사를 불식시키고자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추어탕용으로 양식되었을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 날씨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아내는 물고기를 물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마음속에 담고 있는 나쁜 생각을 떠나보내고, 희망으로 가득 찬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고 있다. 물고기는 차가운 물에 놀랐는지 난생처음 접한 흐르는 물길에 당황했는지 돌 틈 사이로 머리를 숨기고 있다.

방생법회가 끝나고, 스님께서는 언제 숨겨 놓았는지 보물찾기를 한다. 신도들은 순간 어릴 적 소풍가던 날로 되돌아간다. 열심히 돌들을 들척이며 선물이 적힌 종이를 찾고 있다.

“찾았다.”

여기저기서 찾은 작은 쪽지를 들고 스님 앞에 선다. 스님은 선물로 108염주를 준비하셨다. 아내도 하나 받았다.

푸른 잣나무는 어데 가고

방생법회가 끝나고 사찰 순례를 떠났다. 보통 방생을 하는 날은 사찰 세 개를 둘러본다고 한다. 첫 번째 방문할 사찰인 광주 무등산 증심사(證心寺)로 향했다. 법회를 하느라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그래서인지 앞서가는 관광버스는 엄청난 속력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방생하는 날인데….

무등산 증심사 입구에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온갖 나물과 김치 반찬이다. 행사를 준비한 보살님이 일부러 고기반찬은 올리지 말라고 했단다. 야채만으로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늦은 점심에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무등산은 학창시절부터 무수히 올랐던 산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등산을 대표하는 사찰인 증심사를 한번도 들러보지 못했다. 아마 산에 올라갈 것만 생각하다 보니 절에 들르는 것을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절을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취백루는 파란하늘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취백루 절을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취백루는 파란하늘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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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등산로를 따라가다 일주문을 만나면 왼쪽으로 절에 오르는 길이 있다. 갈림길에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와 돌담이 어우러진 취백루(翠栢樓)가 파란 하늘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다.

절에 누각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런 이름을 붙였던 당시의 풍류와 여유가 배어 나온다. 푸른 잣나무가 일렁이는 누각이라는 뜻이지만 잣나무는 보이지 않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만 배경으로 깔아놓았다.

증심사는 헌인왕4년(860) 철감국사가 창건한 오래된 사찰이다. 정유재란 때 불탔다가 새로 지었는데, 6·25전쟁으로 다시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으로 조선 세종 때 오백나한을 모신 오백전만은 전쟁의 화마를 피했다. 대웅전을 비롯한 대부분 건물은 1970년 이후 활발한 복원작업으로 새로 지어졌다고 한다.

무등산을 대표하는 사찰 답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 대웅전 무등산을 대표하는 사찰 답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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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은 무등산을 뒤에 세우고서 당당하게 서 있다. 오른쪽으로 담양 서봉사지(瑞鳳寺地)에서 옮겨온 석조보살입상이 있는데, 많이 훼손되어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뒤로 돌아 들어가면 보물131호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을 모신 비로전이 있고, 많은 고통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백전이 있다. 오백전은 조선초기의 건물로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안에는 십대제자와 오백나한이 제각각의 얼굴을 하고서 오랜 시간 동안 지키고 있다.

옆으로 자그마한 탑 두기가 있는데,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다만 칠층석탑에 범자(梵子)로 글씨(옴마니밧메홈)를 새겨 놓은 게 특이하게 보인다. 할머니 한분이 탑 위에 동전을 올려놓고서는 소원을 빌고 있다.

아기자기한 두탑이 남매 처럼 서있다.
▲ 석탑 두기 아기자기한 두탑이 남매 처럼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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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 스님과 함께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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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뒤로 둘러친 대나무에서는 맑고 시원한 겨울 소리를 내고 있다. ‘사라락 사라락’

스님께서는 다음 절로 송광사를 둘러본다고 한다. 우리는 별도의 일정이 있어 더 이상 동행하지 못한다고 말하고서 헤어졌다.

“성불 하세요.”


태그:#방생, #증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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