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넣고 환호하는 정대세(맨 왼쪽) 정대세는 지난해 허정무 감독을 두 번 울렸다. 당시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었던 허정무 감독과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소속팀이었던 정대세는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정대세는 3차전을 앞두고 전남의 경기력을 분석해 팀에 도움을 준 것을 물론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차 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골 넣고 환호하는 정대세(맨 왼쪽) 정대세는 지난해 허정무 감독을 두 번 울렸다. 당시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었던 허정무 감독과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소속팀이었던 정대세는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정대세는 3차전을 앞두고 전남의 경기력을 분석해 팀에 도움을 준 것을 물론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차 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동아시아축구연맹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지난해 4월 25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사령탑을 맡고 있던 전남 드래곤즈가 2006년 FA(축구협회)컵 우승 자격으로 참가한 AFC 챔피언스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F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0-3으로 대패하며 사실상 탈락의 아픔을 맛보고 축구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는 계기가 된 날이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을 수렁에 빠트렸던 정대세 

이미 약체로 꼽히던 태국 방콕대학과의 첫 경기에서 졸전을 벌이며 0-0, 무승부를 거뒀던 상황이라 어떻게든 승리를 거둬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했다. 국내 팀들이 매년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한 해 앞선 2006년에는 전북 현대가 '역전의 명수'라는 애칭을 얻으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터라 예선 탈락은 'K리그의 망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허정무 감독과 전남을 울린 가와사키의 중심에는 재일교포 정대세가 있었다. 나고야가 고향이지만 본적이 경상북도 의성이라는 정대세는 공격수로 나서 짠물수비를 자랑하던 전남을 무너트리며 2골을 기록했다. 당시 그는 J리그 개막 뒤 7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못하며 주로 교체요원으로 활약했다.

전남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대세가 직접 전남에 대한 기록을 번역해 가와사키에 제공하면서 수비가 좋지만 공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정대세는 전남과의 챔피언스리그 3차전을 위해 광양을 방문했을 당시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남을 잘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골을 잘 허용하지 않지만 공격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정대세의 이런 분석은 허정무 감독의 전술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이기도 했다. 묘하게도 그들은 1년여 만에 국가대표팀 감독과 북한 대표 선수로 재회하게 됐다. 

정대세는 17일 일본과의 2008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뽑아내며 주목의 대상이 됐다. 180cm로 공격수로는 큰 신장은 아니지만 근래 남한에서도 볼 수 없었던 '파이터형' 공격수로 큰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 좋은 신체능력을 가졌고 몸싸움이 장점이라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정대세를 중심으로 북한의 공격은 강하게 전개됐다.

정대세, 허정무 감독의 수비 전술을 깰 수 있을까?

허정무 감독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정대세를 막을 비책을 세웠을까? 자신을 망신살에 뻩치게 했던 정대세와의 만남은 흥미롭기만 하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열리는 월드컵 예선과도 맞물려 미리보기는 좋은 보약이 될 전망이다.

▲ 허정무 감독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정대세를 막을 비책을 세웠을까? 자신을 망신살에 뻩치게 했던 정대세와의 만남은 흥미롭기만 하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열리는 월드컵 예선과도 맞물려 미리보기는 좋은 보약이 될 전망이다. ⓒ 동아시아축구연맹

북한은 2005년 3월 일본과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참가를 통해 현재 대표팀의 초석을 다졌다. 1-2로 패하기는 했지만 체력, 스피드, 정신력의 3박자가 조화를 이뤄냈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이번 대표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90분 동안 체력을 바탕으로 짧은 패스를 쉼 없이 이어가며 경기 속도를 일본과 대등하게 가져갔다. 몸싸움과 제공권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선발, 교체 출전했던 선수의 절반이 넘는 7명이 군 팀인 '4·25 축구단' 소속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25 축구단은 2003년 세계 군인체육대회 축구 종목에서 우승을 했을 정도로 강하다.

더불어 K리그 수원 삼성 소속의 안영학과 중국 옌벤에서 뛰고 있는 김영준이 미드필드에서 공, 수 균형을 맞춰 일본을 괴롭힌 것도 인상적이었다. 4·25 축구단 소속의 측면 미드필더 문인국의 돌파력은 2년 전과 비교해 더욱 발전했다. 이들이 정대세에게 연결하는 볼은 위협적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가와사키에서와 달리 이번 북한 대표팀에는 국내 선수를 잘 아는 안영학이 추가됐다. 한국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기이한 상황이라면 허정무호의 대표팀은 지난달 칠레와의 친선경기부터 중국전까지 치른 세 경기를 통해 7골 3실점이라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표팀이 치른 11경기에서 9골 8실점 한 것과 비교해 빠르게 골을 넣고 있다. 정대세가 낮게 평가했던 허정무 감독의 공격 전술이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스리백 수비는 명확하게 허점을 보이고 있다. A매치 세 경기 만에 두 골을 넣어 떨어지는 수비력이 상쇄되고는 있지만 곽태휘가 책임지는 공간에서 중국은 두 골을 뽑아내는 실마리를 마련했다. 세트피스에서도 허점을 보이고 있다. 상대 선수를 놓쳐 위협적인 장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나마 한국은 김남일-조원희라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국의 거친 축구에 맞서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K리그에서 이미 김남일에 판정승을 거둔 바 있는 안영학이 정대세에 연결하는 패스는 허정무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게다가 스리백의 중심에 있는 '제2의 홍명보' 조용형은 다양한 실수를 '경험'을 하고 있는 단계라 20일 밤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정대세와의 만남은 흥미롭게 작용한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의 전초전 격인 양측의 겨루기는 만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그 가운데 인연이 있는 허정무 감독과 정대세의 또 다른 만남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정대세 허정무 감독 축구대표팀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안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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