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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가 추진중인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논란의 핵심은 작은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인수위의 기본 노선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는, 통합 또는 폐지하겠다는 부처 및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포지션(Position)과 존재 필요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러한 논란 중에 국가청소년위원회를 보건복지여성부로 흡수통합해 출범 3년만에 다시 폐지하겠다는 인수위 안은, 새 정부가 과연 청소년 정책에 대한 철학과 중요성을 갖출 수 있는지 의심스럽게 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1964년 당시 내무부에 청소년보호종합대책위원회가 설립된 이래 40여년동안 9차례나 청소년 소관 부처가 이리갔다 저리갔다를 반복하면서 청소년 정책은 일관성을 확보하기는 커녕 국가의 주요 정책에서 찬 밥 신세를 면하지 못해 왔다.

 

청소년은 우리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며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허울뿐인 셈이었다. 하여 독립된 청소년 부처의 필요성은 그동안 행정조직 개편의 시각과 논리보다는, 일관된 청소년 정책의 수립과 그 효율성을 근간으로 한 국가의 청소년 철학을 세운다는 차원에서 수십 년 동안 청소년계가 청소년 전담 독립기구의 설립을 건의해 왔고, 지난 1997년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족하고 연이어 문화관광부로 이원화되어 있던 청소년 육성 업무를 통합하여 2005년 '청소년위원회(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발족했다.

 

짐보따리를 들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몇 십년만에 청소년 전담기구 '청소년위원회'가 탄생한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 정책사는 물론, 정부의 정책 업적으로도 중요한 한 획을 긋는 괄목할 만한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청소년위원회 출범 3년만에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다시 보건복지와 여성정책을 강제로 합쳐놓은 논란 많은 부처의 일개 부서로 다시 들어가라는 것은 대한민국 청소년정책의 퇴보임이 명백하다.

 

모든 정책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지향적 아젠다(Agenda)를 수립하고 사회의 건강한 척도를 마련하는 데에 청소년 정책의 중요성은 날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몇 십년만에 이루어진 청소년 기본정책 수립·집행에 관한 종합적 골격을 다시 훼손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국가청소년위원회는 단순히 참여정부가 만들어놓은 여러 위원회 중 하나가 아니라 범청소년계 요구의 산물이자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컨트롤 타워임을 인수위는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청소년위원회는 현 체제로 계속 존속시키며 더욱 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며, 백보를 양보해 이명박 정부가 굳이 국가청소년위원회 폐지를 강행하겠다면 먼저 이명박 정부의 청소년정책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생뚱맞고 구시대적인 보건복지여성부가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유관성을 감안해 예전처럼 문화부로 이관하고 부처명에 청소년을 반드시 명시(문화청소년부)해야 한다.

 

청소년 정책은 급변하는 사회 흐름속에서 다양한 자생적 분화 발전을 거치며 독자적 문화와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해와 욕구를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유도하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며, 이 정책이 바로 서느냐 아니냐에 따라 청소년들의 인격 형성과 성장의 방향, 여기에 따른 가족문화에의 파급 정도, 사회적 책임이라는 카테고리와의 관계 설정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마련한 청소년 정책과 행정조직의 근간이 훼손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정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늦기전에 인수위의 발상 전환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민사회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소년, #청소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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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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