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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6일, 현행 18부4처18청10위원회인 중앙 행정조직을 13부2처17청5위원회로 축소 조정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발표 안에는 위원회 폐지안도 포함되었는데 청와대와 총리실,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각급 위원회 416개 중 절반이 넘는 215개를 폐지하고 201개만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정부의 규모를 줄여 세금을 절감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대통령산하,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라고 해서 다 같은 위원회가 아니다. 여기에는 고유의 기능이 있고 오히려 더 확대 발전시켜야 할 위원회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대통령 산하 정보공개위원회와 국무총리 산하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이다.

먼저 정보공개위원회는 한나라당과 언론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취재선진화 방안과 대단히 밀접한 곳이다. 2007년 5월 국정홍보처는 취재선진화 방안을 도입하면서 정보공개법을 개선해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용해서 취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개선안이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자발적 정보공개제도 도입, 공익검증 제도 도입 같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내용을 발표해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정보공개법의 핵심 개선사안은 정보공개위원회와 행정심판기능 부여를 통한 상설화와 자의적 비공개에 대한 처벌조항 도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도 이런 비판을 수용해 취재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이는 대신 정보공개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해 행정자치부, 국정홍보처,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 등이 2007년 8월 이후 4개월 이상 논의해 합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만들어 냈다. 이 안에는 정보공개위원회에 행정심판 기능을 부여하고 처벌조항을 두겠다는 안까지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런 합의안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번 인수위원회 발표에서 정보공개위원회 폐지가 발표된 것이다. 차기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정보공개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정보공개위원회는 공무원도 없고 예산도 거의 없는 비상설 위원회이다. 공무원 및 예산 절감 효과가 거의 없는 위원회 인 것이다.

이렇게 유명무실한 정보공개위원회를 확대 발전시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시민사회와 언론 등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인데 인수위원회에서는 엉뚱하게도 정보공개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하니 황당하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만약 정보공개위원회가 폐지되면 정보공개법은 유명무실해 질 수밖에 없고 국민의 알권리는 다시 안갯속에 빠지게 된다.

이런 피해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는 언론, 시민들이겠지만 크게는 공공기관의 부패로 이어질 수 있어 이명박 정부에 큰 타격이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번 안에는 총리 산하에 있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가 폐지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에 존재하는 위원회로서 ▲기록물관리에 관한 기본정책의 수립 ▲기록물관리 표준의 제정·개정 및 폐지 ▲영구기록물관리기관 간의 협력 및 협조 ▲대통령 기록물의 관리 ▲비공개 기록물의 공개 및 이관시기 연장 승인 ▲국가지정기록물의 지정 및 해제 등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국민의 알권리의 기본 바탕은 바로 기록이다. 아무리 공개를 요구해도 기록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가기록물관리위원회는 기록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심의, 결정 하는 곳이다.

특히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되면서 대통령기록에 관해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기본정책 ▲대통령기록물의 폐기 및 이관시기 연장의 승인 ▲제17조 제1항에 따른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조치 해제 ▲비밀기록물 및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 ▲개별대통령기록관의 설치에 관한 사항 등 대부분의 사안을 담당하는 대통령기록물관리위원회도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 두도록 하고 있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2006년 10월 우리나라의 기록물 관리실태가 문제있다는 학계 및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기록물관리법에 포함되어 있는 위원회이다. 만약 이번에 국가기록관리위원회마저 폐지한다고 하면 입법 행위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정보공개위원회와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내는 핵심이자 마지막 마지노선이다. 오히려 이 조직은 더욱 확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를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고 분열된 국민 민심을 통합하라는데 있는 것이지 국민의 알권리마저 무시하라고 지지한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두 위원회의 폐지는 절대 있을 수 없다. 이번 처리 안에 두 위원회를 같이 폐지 처리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사)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선임연구원이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입니다.



태그:#정부 조직개편, #정보공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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