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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대학자율화의 목청을 연일 높이고 있다. 오늘날의 복잡한 교육현안을 해결하는 특효약이나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연 대학자율화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입시지옥이라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특효약 될까.

자율화 방향이 아무리 옳다 해도 그 동안 대학이 보여 왔던 여러 행태를 볼 때 자못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새정부는 먼저 대학이 과연 자율화 능력이 있는지 냉철히 진단해보고 그 후에 판단할 일이다.

지금까지 대학은 타 교육기관에 비해 많은 예산이 지원이 되었을 뿐 아니라, 학사운영에서도 분명한 자율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세계의 다른 대학들과 비교 할 때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대학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대학 자율을 가로막고, 지원 또한 턱없이 부족했다고 강변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일류대학이란 곳이 오로지 일류를 유지하기 위해 공부 잘하는 학생들 뽑는데 관심이 많았지, 사회의 인재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매우 부족했다고 본다.

공교육이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에도 대학은 그들만의 잣대로 우수한 학생들을 뽑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언제 공교육 정상화에 책임 있는 자세를 한 번 보여주었는가. 정부나 사회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내신 반영 비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할 때 대학은 과연 무슨 고민을 하였나.

오로지 고교간 학력격차를 줄이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한 명이라도 더 뽑을 방법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무너져 가는 공교육정상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렇듯 대학은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고 우리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교육현안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복잡하고 어려운 우리의 교육문제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책임의식을 느껴야 할 대학이 이와 같이 무책임했다. 이러한 대학들에게 모든 자율을 허용한다는 것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적어도 대학은 대학입시문제 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다시 말해 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편향된 사회의 의식을 바로 잡으려는 책임 노력이 필요했다고  본다.

이를테면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학교내신이나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획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내놓는다든지, 아니면 학생들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반드시 키워내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었다면, 적어도 대학에 최소한의 신뢰를 보내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삼십 년 동안 대학입시문제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 때, 대학은 한 번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입학부정, 교수채용비리, 연구비횡령 등으로 사회의 질타를 받으며 내부의 문제에 부딪혀 어찌할까 고민만 하고 있었다. 사실 어떤 문제가 사회에 공론화 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썩어 있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대학자율이라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대학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갈망했음에도, 대학은 가장 안전한 무풍지대로 안주했다고 본다. 그래서 대학은 살을 깎는 스스로 자체의 혁신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분명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지고 새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대학이 보여준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준비가 안된 그들에게 모든 자율과 권한을 허용하게 된다면 많은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오늘날 큰 입시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 선발에서부터 국가인재를 키워낼 프로그램까지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후에 대학의 자율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판단되면 자율화를 허용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허나 아무런 준비 없이 대학자율화 강행한다면 지방의 교육현실은 지금보다 더 황폐화 될 것이 자명하고, 지나친 사교육으로 공교육의 정상화는 더 이상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방에 자립형 사립고나 기숙형 공립고를 아무리 많이 만든다 해도 현재와 같이 서울과 지방의 교육격차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대학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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