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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역
▲ 광천역 광천역
ⓒ 장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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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두어시간 무궁화호를 타고 광천역으로 가본다. 광천하면 육젖이 떠오르기는 한다. 하지만 가본 적이 없다. 이름도 강하고 '쎈' 느낌이라 기차표를 덜컹 사버린 것. 때늦은 오후 출발이라 도착하니 금세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도대체 여기선 어디를 가야 그럴싸한 여행객들이 붐빌까.

광천재래시장
▲ 광천재래시장 광천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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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려 읍내를 한바퀴 둘러보니 썰렁하기만 하다. 재래시장을 보니 한가하다. 육젖 가게가 즐비하다. 아직 철이 아닌가 사람들도 없고 한적하다. 읍내는 변한 게 없다. PC방 간판 정도가 달라진 게 아닐까 싶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

자전거를 타고 둑방길을 가는 아이
▲ 광천읍 자전거를 타고 둑방길을 가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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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에게 묻는다. 해안가를 가려면 어떻게 하냐고. 더불어 특산물이랄까 먹기 좋은 건 뭔가하고. 오천항으로 가서 키조개 한 사발에 소주 한 잔 하면 나쁘지 않을 거란다. 망설인다. 오천은 또 뭐지? 하지만 키조개란 말에 맘이 흔들린다. 택시기사가 자기 차 타라고 뻘쭘히 보고 있다. 오천항으로 갑시다!

오천항 키조개구이
▲ 키조개구이 오천항 키조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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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가 오천항의 자기 단골집 앞에 내려주고는 주인아줌마한테 자기 손님이라고 한 마디 해준다. 포장마차같은 집이다. 키조개가 하나에 천 원쯤 한다니 많이 싸다. 서울서야 아니 경기도만 해도 조개구이집에 가면 하나만 달랑 나오는 게 키조개다.

은박지 위에 빨갛게 양념을 한 키조개 양념구이가 한 접시 나온다. 대략 대여섯 마리는 돼보이는 양이다. 지글지글거리고 고추장냄새가 좌악 퍼지자 소주 한 잔 털어넣는다. 탄력 좋은 가이바싯살과 싱싱한 야채들이 한데 어우러진 최고급 보양식이다.

닭한마리 튀김에 호프 한잔
▲ 호프집 닭한마리 튀김에 호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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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차가운 밤바람으로 소주 기운 털어내고 여인숙을 찾아보지만 많지 않다. 모텔이라는 곳을 간신히 잡자 2차 맥주 생각이 난다. 그야말로 체인점이 아닌 닭튀김집이 아래 보인다. 닭 한 마리에 오백 두어잔! 그렇게 오천항의 하루밤을 넘어간다.

아침부터 대천항에 거려는 사람들로 오천항의 농협앞 정류장이 부산스럽다. 버스는 신식 좋은 버스다. 1시간 반여 대천역에서 대천항으로 갈아타고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한다. 겨울이지만 사람들이 아주 많다. 포근한 날이어서 그런가. 대천해수욕장은 항상 파란 바닷색이 좋다. 약국에 들러 박카스 한 병 마시자 흥이 난다.

추운 날에도 맨발인 사람들
▲ 대천해수욕장 추운 날에도 맨발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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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거리의 해안가를 따라 사람들 틈에 끼어 주욱 끝까지 걷는다. 즐겁게 사진 찍는 모습, 환하게 웃으며 파도와 모래사장에 묻혀있는 사람들. 항상 바짓단을 걷고 맨발로 누군가를 빠뜨릴려고 애쓰는 무리가 있다.

포옹하는 연인
▲ 대천해수욕장 포옹하는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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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좋아하고 누구나 여기선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 마음을 정리하느라 혼자 고개를 숙인 채 걷는 싱글들도 멋져 보인다. 바닷가는 항상 언제 와도 비슷하지만 기쁨만이 있다.

대천해수욕장
▲ 해삼 멍게 낙지를 파는 아줌마 대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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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자락에 이르자 비치파라솔로 바람막이를 한 채 해삼, 멍게, 낙지를 파는 아줌마가 있다. 몇몇은 이미 소주 여러 병을 까놓고 노닥인다. 아줌마가 많이 줄팅께 한 접시 먹으란다. 아직 점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바닷가에서 찬바람 맞으며 살아있는 이 먹거리를 누가 마다할 것인가.

해삼은 요즘 먹기가 쉽지 않은데 잘 됐다 싶다. 파도 소리 들으며 스티로폼 조각 위에 엉덩이를 놓고 한 잔 해본다. 차가운 소주가 위 벽을 타고 내려가면서 시원해진다. 해삼하고 낙지덕에 온몸 가득 바다 내음이 퍼진다. 밤 사이의 취기가 말끔히 사라진다. 해장술이 이런 건 가보다.

낙지 멍게 해삼 소주 한잔
▲ 낙지 멍게 해삼과 소주 한잔 낙지 멍게 해삼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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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정오 나절 하늘 위로 연이 떠오른다. 긴꼬리를 달고 무시무시한 바람소리를 내며 위태로운 곡예 비행을 한다. 가만히 멀리 떠 있는 어린 시절 우리들의 연이 아니다. 일종의 경기처럼 한 사람이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온몸으로 연과 맞서서 멋진 연비행을 보여준다.

위태로운 연쑈
▲ 연쑈 위태로운 연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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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쑈
▲ 연쑈 연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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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외국서 들어온 일종의 레포츠일까? 어쨌거나 사람들 모두 보느라 정신이 없다. 광활한 바닷가 드넓은 하늘 그 도화지를 마구마구 휘젓는 연 쇼다. 막혔던 모든 게 뚫리는 기분이다. 항상 이렇게 마냥 좋을 순 없을까? 물론 돈과 시간이 항상 필요하다. 행복의 기본조건이니까. 돈 벌러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낙조까지 보려니 슬퍼지고 상행선에 올라 피곤한 척 잠을 청한다.

대천해수욕장
▲ 대천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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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천, #오천 , #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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