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제이던 시절 생각하면 안되죠."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그다지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덕을 못 보고 있는 한 구단 관계자가 자조섞인 말투로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물론, 올 시즌 전체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 터라 이 팀 말고 다른 팀들 역시 올 시즌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힘겨워 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사막에도 오아시스는 있고, 거센 비바람에 고목은 쓰러져도 갈대는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듯 제 아무리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됐다고 해도 그 와중에도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은 존재한다.

 

바로 올 시즌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이면서 소속팀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3인방’은 오코사-챈들러-섀넌이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를 꿈꾸는 세 선수의 활약상을 되돌아본다.

 

 자유투를 시도하는 오코사

자유투를 시도하는 오코사 ⓒ 서민석

 

'센터답지 않은 센터'인 레지 오코사

 

터치아웃 되는 볼을 끝까지 쫓아가 살려내려는 투지를 보이는 선수. 수비력이 돋보이는 국내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원주 동부의 특급 센터 레지 오코사의 플레이다.

 

204.1cm-103.7kg의 센터치고는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오코사는 두터운 입술에 천진난만한 웃음을 경기 중에도 선보이는 등 왠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쇼맨십을 선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얌전한’ 선수들이 많은 동부의 분위기를 이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기량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원주 동부가 굳건한 선두를 지키는 데에 일등공신으로 그가 꼽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12월 24일 현재 26경기에서 평균 18.96점 12.24리바운드를 기록중인 오코사는 팀 동료인 김주성과 함께 그야말로 ‘공포의 쌍 돛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나 오코사는 센터 본연의 임무인 골밑 플레이나 리바운드는 능력이고, 왠만한 포워드를 뺨치는 유연한 몸동작을 앞세운 턴어라운드 슛이나 빠른 스텝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골치 아프게 한다. 여기에 외곽에서의 플레이 역시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그야말로 때로는 가드로 때로는 센터로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지난 12월 23일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32점 11리바운드를 따내며 왠만한 득점루트 못지않은 기록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골밑에서 오코사를 막을 선수를 좀처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마도 당분간 오코사의 ‘골밑 독주’를 막을 선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오코사의 활약이 계속될지 주목해보자.

 

 경기 전 신발끈을 묶는 챈들러

경기 전 신발끈을 묶는 챈들러 ⓒ 서민석

 

KT&G의 확실한 득점 기계 마크 챈들러

 

"만약 KT&G에 챈들러가 없었더라면…”

 

올 시즌 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KT&G의 원동력은 역시 가드진을 앞세운 ‘강력한 수비’다. 하지만, 농구라는 스포츠는 결코 수비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수비 못지않게 공격에도 신경을 써야만 많은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슈터 양희승이 KTF로 이적하면서 상대적으로 KT&G의 공격수는 그다지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물론, 포인트가드인 주희정이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3점슛을 앞세워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주희정 본연의 임무는 포인트가드이기 때문이다.

 

결국, 'KT&G표 농구'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공격을 마무리 할 확실한 공격수가 필요한 셈이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역할을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영입된 마크 챈들러가 확실하게 소화하고 있다.

 

챈들러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붙으면 돌파하고 떨어지면 슛을 쏜다’는 농구계 격언을 가장 잘 소화하고 있는 선수인 셈이다. 196.5cm에 104.3kg라는 체격 조건에서 나오는 플레이는 그야말로 예술에 가까운 셈이다.

 

12월 24일 현재 24경기에 나와 경기당 평균 25.5점 9.58리바운드 2.38어시스트라는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챈들러가 기량 못지않게 돋보이는 것은 온화한 성품이다. 유도훈 감독이나 주희정 감독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따른다는 말을 할만큼 자신보다는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할줄 아는 선수가 마로 챈들러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KT&G 입장에선 ‘굴러온 복덩이’가 따로 없는 셈이다.

 

 음악을 들으며 몸을 푸는 테런스 섀넌

음악을 들으며 몸을 푸는 테런스 섀넌 ⓒ 서민석

 

드래프트 1순위 다운 활약의 테런스 섀넌

 

오코사와 챈들러에 비해 팀 성적이 다소 떨어져 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되었던 테런스 섀넌의 활약 역시 돋보인다.

 

196.9cm에 89.2kg라는 신체 조건을 지닌 섀넌은 외국인 선수 치고는 다소 웨이트에서는 약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섀넌을 만만하게 봤다가는 수비에서 고전하기 십상이다. 물론 챈들러에 비해서는 외곽 플레이보다는 골밑 플레이를 선호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골밑에서의 개인기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중 최고로 꼽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특히나 지난 12월 20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34점을 몰아넣으면서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물론, 이렇듯 출중한 섀넌의 개인 기량이 오히려 팀 전체로 놓고 보면, 그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만약 섀넌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전자랜드도 없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셈이다.

 

2003~2004시즌 4강 신화를 일궈낸 이후 세 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전자랜드. 하지만, 올 시즌은 섀넌이 있기에 6강의 꿈은 더욱더 영글어 가고 있다. 과연 섀넌이 팀의 6강행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2007.12.25 13:27 ⓒ 2007 OhmyNews
오코사 챈들러 섀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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