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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며 시민들의 눈에서 선곡하고 음반을 출시해 전 음악부분 인터넷 인기순위 1위를 달성하고 올해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국악계의 외인구단 '숙명가야금 연주단'(이하 숙가연)을 이끌고 있는 송혜진 단장.

가야금을 통해 세계의 모든 음악과 소통하겠다는 통 큰 스케일로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새로운 국악경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송혜진 단장은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미래 국악계를 이끌어 가기 위해 숙가연의 체질을 바꾸고 서양음악을 전공한 지휘자를 영입하는 등 남다른 노력과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이틀 연속 이어지는 정기연주회와 송년음악회의 바쁜 일정에도 송 교수는 18일 오후 늦게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잠시 틈을 내 기자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년음악회를 앞두고 잠시 시간을 내어 호암아트홀에서 대담을 가졌다.
▲ 숙명가야금연주단장 송혜진 교수 송년음악회를 앞두고 잠시 시간을 내어 호암아트홀에서 대담을 가졌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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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가야금연주단(‘숙가연’으로 약칭)이 올해 광고와 콘서트, 행사를 통해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음반 ‘For You’가 국악분야뿐만 아니라 전 음악장르를 통틀어 인터넷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하던데요.
"그럼요. 몇 주간 1위를 했어요. 놀라운 일이었죠. 제가 경영자는 아니지만 국립국악원에도 있었고 국악FM방송을 설립해서 초기에 운영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음반을 관객중심에서 쉽게 들을 수 있고 그러면서 의미 있는 곡으로 선정을 했어요. 운도 따랐어요. 저희들과 비보이들이 출연한 광고가 뜬 거예요. 그 때를 놓치지 않았죠.  광고가 2월부터 시작되었는데 5월에 음반을 냈어요. 광고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져 사람들이 숙가연을 많이 찾았죠."

- 저도 숙가연과 비보이들이 어울린 유명한 그 광고를 보았어요. 비보이 춤꾼들이 국악리듬을 좀 낮설어 하지 않던가요.
"비보이들은 선율을 신경쓰지 않아요. 비트음악만 있으면 춤을 춰요. 가야금과 비트음악, 비보이들의 현란한 춤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멋진 작품이 만들어졌지요. 처음에 저희들이 광고에 참여할 적에 전체 단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했었어요. 근데 차츰 인원수가 줄어드는 거예요. 저희들의 비중이 낮아질 쯤에 제가 ‘노’를 했어요.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광고에 나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 보통은 '노'하기 힘들었을텐데요
"사실 광고가 공중파 TV용 광고였다면 저희들은 광고를 찍지 않았을 겁니다. 공중파용은 30초잖아요. 2분 30초의 극장과 케이블TV용 광고로 뮤직비디오처럼 방영된다고 해서 참여했죠. 저희들의 음악세계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중인 단원들의 모습
▲ 숙명가야금연주단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중인 단원들의 모습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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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광고로 숙가연이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죠.
"도움이 컸죠. 광고가 나간 이후에 저희가 운이 좋았어요. 당시 영화 <왕의 남자> <괴물> 등이 흥행돌풍을 일으키던 때였어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저희 광고가 나갔어요. 관객들은 무조건 저희 광고를 볼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괴물이 관객 100만을 돌파하면 우리도 100만 돌파한 셈이 된거죠. <왕의 남자>가 얼마하면 우리도 얼마라고 한동안 농담으로 그랬어요."(웃음)

- 하하, 그렇군요. 재미있네요. 근데 송 교수님은 숙가연 2대 단장이시죠.
"예. 김일륜 교수가 1대 단장으로 숙가연을 창단하셨죠. 김 교수가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부임하면서 창단을 했죠. 6회 연주회까지 하시고 다른 학교로 가셨어요. 7회 연주회부터 제가 맡아서 하게 되었죠."

- 숙가연 창단할 적에도 송 교수님이 참여하신 걸로 아는데.
"개인적으로 김 교수와 저는 대학동기예요. 숙명여대로 부임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다양하게 음악을 논의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가야금 오케스트라 개념이나 레파토리 등에 대해 서로 합의했지요."

- 처음에는 어떤 차원에서 연주단이 출발했나요?
"처음에는 재학생들의 연주활동차원에서 출발을 했어요. 교수가 자신의 제자들을 가르쳐서 연주활동경험을 쌓게 하여 내보내는 그런 과정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숙명가야금연주단과 협연을 하고 있는 강은일  교수
▲ 해금 연주자 강은일 숙명가야금연주단과 협연을 하고 있는 강은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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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숙명여대 학부에는 가야금 전공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맞아요. 다른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저희 대학원으로 진학해요. 그런데 그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음악을 배우는 사람들은 스승이 중요하기에 대개 스승을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합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대학교로 가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숙명여대 대학원에는 뛰어난 연주가이자 역량 있는 김일륜 교수가 버티고 있어 타 학교 학생들이 모여들었죠. 근데 버팀목이던 김 교수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떠나시게 되었죠."

- 송 교수님은 국악이론 쪽이 아니신가요?
"그래요. 저는 실기자가 아니에요. 저에게는 큰 위기였죠. 김 교수가 없는 대학원에 학생들이 진학할까 걱정도 되고. 연주단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도 너무 힘들고. 제가 실기지도를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 끝에 판단을 내렸죠. 연주단을 성공시키려면 체질을 바꿔야겠다. 어정쩡한 재학생 연주단으로는 안 되겠다. 그래서 먼저 연주단 사업자등록을 했어요."

- 사업, 경영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군요.
"그렇지요. 연주단 경영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생들로 팀을 짜고, 실기 트레이너와 지휘자도 모시고. 경영자와 음악가를 분리하였죠. 지휘자와 가야금 코치가 있어 음악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저는 서포터하면서 연주단의 활동영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이렇게 바꿨죠."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뒤 숙명가야금연주단 음악감독겸 지휘를 맡고 있는 김성진씨와 단원들
▲ 지휘자와 단원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뒤 숙명가야금연주단 음악감독겸 지휘를 맡고 있는 김성진씨와 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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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해서 오늘의 숙가연이 있게 된 거군요. 숙가연이 지향하는 어떤 모델이 있나요?
"그런 것은 없고요. 단지 '세상의 모든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한다'는 게 저희들의 목표예요. 세상의 어떤 음악이든지 우리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을 통해서 연주하고 재해석하고 새로운 감성과 형식으로 드러낸다는 것이죠."

- 가야금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건가요?
"음악은 말과 같아서 사람과 사람을 통하게 해주죠. 어떤 차원에서는 말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소통시켜 주죠. 한국문화가 세계문화를 만나는데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훌륭한 것이 있습니다'라고 내보일 경우 우리는 만족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편에서는 무엇인지도 잘 모를 게 뻔하죠."

- 뻔하다는 것은?
"예를 들면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문화행사를 찾아다니면 10번 중에 8번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보게 됩니다. 사물놀이 나오고 부채춤 나오고, 국악원에서는 수제천 나오고. 문화의 교류는 주고 받는 것인데 왜 주기만 하려고 그러느냐, 일방적으로 주고 가르치려고만 하느냐. ‘기브 앤 테이크’가 되어야 되는데. 그럼, 먼저 우리가 ‘테이크’를 해보자. 당신네 문화를 우리가 먼저 알아보겠다. 우리 한국 언어로 한번 알아보겠다. 가야금으로 사귀어 보겠다, 이런 거죠. 그래서 숙가연은 전통 한 가지만 원칙을 삼아서 교류를 하겠다는 것에서는 좀 벗어나 있어요.

뛰어난 기량과 섬세한 손놀림으로 가야금을 울리고 있는 단원들의 아름다운 모습
▲ 공연중인 단원들 뛰어난 기량과 섬세한 손놀림으로 가야금을 울리고 있는 단원들의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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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자유롭게 논다는 말도 듣지 않나요?
"우리는 가야금으로 세계를 품겠다는, 세계음악언어를 가야금으로 해석해서 가야금을 통해서 세계와 소통하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 숙가연은 전통악기 그대로 쓰지 않고 25줄의 화학섬유소재의 현을 쓰느냐, 왜 농현을 버리고 화성을 선택했느냐 그런 말들도 있는 줄 압니다.

근데 가야금도 시대마다 계속 모습이 변했어요. 옛날에는 명주실 12줄 악기를 사용해서  표현하는 음악가도 있었고, 지금은 현대악기를 선택하여 사용하는 음악가도 있습니다. 모든 국악 전공자가 한 가지 답만 찾을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는 전통을 깎아 먹는 게 아니라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겁니다."

- 새로운 것을 개척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고 외로운 길인데요.
"저희는 국악을 담당하는 단체 중 취약한 하나의 연주단입니다. 저희에게는 국악계가 짊어지고 있는 모든 숙제를 풀 능력도 없습니다. 국악계에는 유능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숙제를 감당해주시고 우리는 우리길을 찬찬히 갈 것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에서 분명히 사람들은 국악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고, 관심이 생기면 당연히 수준 높고 예술성이 있는 국악쪽으로 숙가연이 걸어갈 것입니다. 숙가연은 국악개척의 징검다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많은 국악기들 중에 가야금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가야금으로 재해석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가야금으로 하면 달리 들리는 거예요. 저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누가 숙가연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 체크를 합니다. 근데 아주 재밌는 것이 누가 렛잇비(Let it be)를 국악으로 아는 거예요. 왜냐하면 숙가연이 이 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했기 때문에 그렇게 아는 거예요. 렛잇비를 가야금으로 들은 국악이다 이렇게 느끼는 거예요. 그래서 1차원적이긴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가야금을 할 만한 것이 아니냐 그런 거죠."

숙명가야금연주단 25현가야금 실기강사를 맡고 있는 박순아씨가 협연곡 초소의 봄을 연주하고 있다
▲ 25현가야금 협연 숙명가야금연주단 25현가야금 실기강사를 맡고 있는 박순아씨가 협연곡 초소의 봄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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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사람들도 있군요.
"또 음악하는 처지에서는 굉장히 동기유발이 돼요. 우리가 모차르트 심포니를 하는데 처음에는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 긴가민가 했어요. 근데 연주작품을 통해서 거장을 만나게 되는 거예요. 가야금을 통해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도전도 되고 상상도 되고 음악언어를 익혀가는 훈련이 되는 거예요."

- 서양음악을 전공하신 지휘자를 모셨다던데.
"지금 국악 연주자들이 퓨전하면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은 연주예요. 그걸 뛰어넘으려고 그래요. 정확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이걸 들으려고 지휘자를 모셨죠. 서양음악하는 사람이 와서 연주를 들어보고 '너무 엉터리다, 재네들 왜 저러니' 이런 소리를 하지 않고 '쟤들이 왜 저것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싶은 거죠."

- 비빔밥처럼 동양과 서양을 섞는 것인가요?
"저는 숙가연을 다중언어자라 말해요. 25현 가야금은 현대의 세계 언어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악기죠. 세계화란 서로 소통하자는 것인데 단일한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다중언어를 할 수 있는 악기가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마련된 악기를 가지고 다양한 언어들을 받아들이는 중이죠."

다중언어자 가야금을 통해 세계의 모든 음악을 연주하고 재해석하고 그들과 소통한다.
▲ 세상의 모든 음악을 가야금으로 담는다 다중언어자 가야금을 통해 세계의 모든 음악을 연주하고 재해석하고 그들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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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상의 어려움도 많을텐데요.
"피카소 전시회가 한국에 오면 수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는데 이게 수준이 낮아서 대중화 된 것이 아니듯이 국악도 쉬워진다고 무조건 대중화가 되는 게 아니겠죠. 제 영역을 지키면서 사랑받는 연주단이 되려면 좋은 작품이 문제죠. 좋은 작곡가들이 우리 연주단에 관심을 가져서 잘 이끌어주셔야 해요. 저희는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가는 중이거든요."

- 연주회 때 입는 의상은 어떤 이미지를 디자인하신 건가요?
"지금은 이미지 시대인데도 저희들이 디자이너를 위촉해서 모실 만한 형편이 못됩니다. 저희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멋지고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입고 활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 여력이 그렇게 안 돼요. 누군가가 '연주는 좋은데 옷이 좀 약하다. 내가 옷을 좀 입혀주겠다' 라는 분이 나오시면 정말 좋겠어요."

- 숙가연 단원들의 역할은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단원들에게 연주 외의 역할을 줘요. 옷을 늘 잘 입고 다니는 사람은 의상코디네이트를 시키고, 전화매너나 사람 대하는 태도가 좋은 사람은 총무를 시켜 대외섭외를 시키고. 이렇게 각자 적절한 역할을 맡깁니다. 자율성을 많이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연구실을 버리고 조교실에서 책상 놓고 일을 하고 있어요."

- 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올해까지는 정기적인 급여를 주지 못했어요. 내년부터는 소액이지만 정액 수당을 주려고 합니다. 수익금에서 대학원생 장학금도 내놓고 일부는 저축도 합니다. 저축한 돈으로 앞으로 숙명음악원을 세울 계획입니다."

종의 울림과 함께 연주회는 시작되고
▲ 막은 열리고 종의 울림과 함께 연주회는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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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음악원이 뭡니까?
"국악계는 전문음악인들의 영역은 잘되고 있는데, 일반인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편차가 심해요. 일반인들은 국악을 배우고 싶은데 정보도 없고 또 배우려고 들어갔는데 수강료가 너무 비싸고. 그래서 동네 피아노 학원 수준의 수업료만 내고도 양질의 국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그때 누군가가 나와서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저희가 어렵더라도 몸으로 때워가면서 잘 꾸려갔는데 음악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지원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 각 대사관에 편지를 보내셨다고 들었는데요.
"한국 주재 각 외국 대사관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한국의 아리랑처럼 가장 사랑받는 자국의 노래를 추천해 달라고요. 추천해 주시면 숙가연이 가야금으로 연주해 보겠다고요. 그랬더니 여덟 군데서 회신이 왔어요. 그 분들과의 약속을 꼭 지킬 거예요. 이번 공연에 저희들이 각국 대사관에 초청장을 다 보내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 이번에 정규음반은 아니지만 음반 2장을 내셨다고요.
"클래식 위주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과 젊은이들이 좋아할 '싱잉 앤 댄싱'(singing and dancing)을 출시했습니다. 음악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2개로 나눠서 출시했습니다."

- 숙가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주단으로, 세계속의 숙가연으로 성장해가기를 기원합니다. 단장님, 바쁜 시간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태그:#숙명가야금연주단, #송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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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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