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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늦은 아침을 먹고나자 슬슬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이라지만 날씨가 화창해 집에만 있는다는 게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었던 것. 늦었지만 차를 타고 시외곽으로 나갔다. 그때 마침 생각난 곳이 바로 축령산. 잣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어 산책로를 걷다보면 신비감 마저 든다는 곳, 축령산 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축령산 휴양림 입구와 산림휴양관
▲ 축령산 휴양림 축령산 휴양림 입구와 산림휴양관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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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은 남양주시와 가평군에 걸쳐 있는 해발 879m의 산으로,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조선왕조를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 말 사냥을 왔다가 짐승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해 산 정상에 올라가 제를 지낸 후에야 멧돼지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고사를 올린 산이라 하여 이름을 축령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그 산 기슭에 위치한 휴양림은 1995년 7월 10일 문을 열어 현재 경기도에서 직영 관리하고 있다.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에 있는 휴양림에는 50년생 잣나무림이 잘 가꾸어져 있고, 772ha의 넓은 산림에 산림욕장, 체육시설, 물놀이장, 야영장, 자연관찰장 등이 있어 가족 단위의 휴양공간으로 좋으며 하루 산행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성수기나 주말에 통나무집 등 이곳 주요 시설을 이용하려면 미리 전화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도 좋다고 한다.

잣나무는 산림욕에 가장 좋다고 한다.
▲ 잣나무 숲 잣나무는 산림욕에 가장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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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과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다. 짧은 시간에 정상 도전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울창한 잣나무숲에서 산책할 수 있는 덤도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봄에는 서리산 정상의 철쭉꽃, 여름에는 바위와 숲이 조화된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 겨울에는 설경 등 뚜렷한 계절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수도권 제일의 명소이기도 하다.

아빠와 딸이 아주 정다워 보인다.
▲ 흔들다리 아빠와 딸이 아주 정다워 보인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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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산림휴양관으로 갔다. 계곡이 있고 그 위로 흔들다리가 있어 건너가 보았더니 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였다. 가족팀이 어울려 흔들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어린 딸이 어리광을 피우며 아버지 손에 매달리는 귀엽고도 애잔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집에서야 매일 그러겠지만 야외에 나와서 아빠와 어울리는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훈훈해지는 느낌이었다.

계곡에는 물도 맑았지만 바위도 많았다.
▲ 계곡 계곡에는 물도 맑았지만 바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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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바위를 짚으며 계곡을 가로질러 잣나무 밭으로 갔다. 빼곡히 들어선 나무가 송진내를 풍기며 달려드는데 여기도 가족팀이 있다. 엄마와 아이들이었다. 특히 남매가 하늘을 찌를듯 솟아 있는 잣나무를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연속에 나온 가족조차도 자연과 한무리를 이루어 내는 듯 일체감마저 드는 느낌이었다. 다시 산책로를 걸어 휴양림 안에 있는 작은 전망대로 올라갔다. 올라갈 때는 눈이 드문드문 쌓인 오솔길이었는데, 내려오는 길은 나무를 박아 만든 솔잎이 소복하게 쌓인 엉성한 계단 길이었다.

자연과 닮은 잣나무 숲의 아이들...
▲ 잣나무숲 자연과 닮은 잣나무 숲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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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을 보자 옛 생각이 났다. 집집마다 산에서 긁어온 솔잎으로 불을 때던 시절이 있었다. 불을 때서 밥도 하고 물도 데우고 소죽도 쑤었다. 그때 시골에서는 갈잎보다는 솔잎이 화력이 세다며 솔잎을 갈퀴로 긁어서 커다란 망태에 넣어 지고 산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보통 해가 조금씩 기울어져갈 무렵이었다. 그 시절 저녁무렵 산 언덕에 올라가 마을을 바라보면 집집마다 저녁연기가 피어올랐다. 아직도 눈에 선한 그 풍경은 아릿한 향수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오솔길로 오르니 작은 전망대가 우리를 반겼다.
▲ 작은 전망대 오솔길로 오르니 작은 전망대가 우리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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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이 소복이 쌓인 오솔길을 보자 솔잎이 땔나무 였던 옛날이 떠올랐다.
▲ 오솔길 솔잎이 소복이 쌓인 오솔길을 보자 솔잎이 땔나무 였던 옛날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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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금지와 연탄, 그리고 기름과 가스가 그것을 그대로 산에 쌓이게 했다. 그리고 요즘은 모두가 편한 생활을 누린다. 그 대신 자원 고갈을 염려해야 하고 공기 오염을 두려워 해야 하고, 거기다 현재 밥 못지않게 주식으로 삼고 있는 기름으로 인한 해양 오염도 견뎌야 하지만 말이다. 숲속을 거닐며 여태껏 내 마음에 차 있던 욕심을 들여다 보았다. 우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 있지만 오늘 하루라도 마음을 비워내고 자연이 무상으로 주는 피톤치크를 마음껏 채우려 긴 호흡을 해보았다.

옹기종기 들어 앉은 숲속의 집.
▲ 산막 옹기종기 들어 앉은 숲속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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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앞으로 산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산막 옆 벤치에는 가족들이 오붓하게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넓은 등산로를 바라보니 저만치 중년 부부가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내려오고 있다. 자연과 어울려 있는 사람은 자연과도 많이 닮아 보인다. 그래서 더욱 정다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산속 풍경이었다.

중년부부가 산행을 마치고 정답게 걸어 내려오고 있다.
▲ 등산로 중년부부가 산행을 마치고 정답게 걸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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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입구에는 약수터도 있다. 가장자리의 얼음이 겨울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 약수터 등산로 입구에는 약수터도 있다. 가장자리의 얼음이 겨울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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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서리산이며, 오른쪽은 축령산이다. 한쪽만 선택해서 산을 오르면 2시간 반이면 되고, 두 산을 다 돌아오면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등산로도 비교적 완만한 편이어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니까, 날씨가 화창한 휴일 집에 있기 답답하면 한 번 이리로 나와 볼 일이다. 그래서 자연과 마음껏 호흡하며 피톤치드를 가득 채워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축령산 휴양림에는 11월 25일 다녀왔습니다.



태그:#축령산, #서리산, #축령산 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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