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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리는 여수 국동항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오후, 여수수협 공판장은 하루 일과를 마친 인부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비가 그치자 항구의 갯바람이 제법 차갑다. 정박 중인 어선에는 어구들이 가득하다. 발 묶인 어선들은 기우뚱기우뚱 하얀 집어등을 흔들어댄다.

 

고개를 들면 돌산대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수협 공판장에서 작업을 마친 어선 한 척이 건너편 항구로 이동한다. 갑판에는 선원들이 이곳저곳을 오가며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공판장 뒤편의 선어가게 앞에는 생선이 거꾸로 매달려 겨울 햇살을 기다리고 있다.

 

 

열두거리 풍어굿 영당

 

돌산대교로 이동하다 오른편을 보니 해신당인 영당이 눈에 띈다. 국동 어항단지에 있는 이곳 영당은 어민들이 바다에서 재난을 막고 풍어를 기원하던 곳으로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이틀에 걸쳐 열두거리 풍어굿이 행해졌다고 전해진다. 영당 풍어굿은 종교성과 오락성을 띤 놀이 굿으로 풍물, 노래, 춤이 어우러져 죽은 사람과 산사람의 살풀이 의식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은 이곳이 풍어를 기원하는 영당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바닷가에서 생각지도 못한 고색창연한 문화유산을 만나 기쁘기 그지없었다. 멋진 옛 담장과 세월을 간직한 유서 깊은 건물은 여행객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도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이 없어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건물을 한 바퀴 돌아봐도 그 어디에도 안내판이 보이질 않는다. 안내판과 담장 일부를 생선상자가 뒤덮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한 걸을 발을 뗄 때마다 도깨비바늘이 바짓단을 붙잡는다.

 

 

국내 유일의 해저석성 장군도

 

바짓단의 도깨비바늘을 떼어내고 돌산대교로 향했다. 돌산대교 여수만 앞바다에 위치한 인공섬 장군도가 볼만하다. 해안선이 600m로 아주 작은 섬 장군도는 연산군 시절 수군절도사 이량이 왜군을 퇴치하고 쌓았다는 국내 유일의 해저석성의 흔적이 발굴된 유서 깊은 곳이다.

 

돌산공원에서 바라보는 넓게 펼쳐진 시원스런 여수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한반도 남단 중간지점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국동항과 돌산대교의 겨울바다를 돌아보는 여행길은 멋진 풍경이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로 세계로 뻗어가는 여수의 남쪽 바닷바람을 마시며 기지개를 켜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동항, #영당, #장군도, #돌산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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