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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하는 후보는 다르지만, 자리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모두 진지하고 차분했다. 그리고 열성적이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 요즘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걸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처음 모이는 술자리라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그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이들은 '젊음'과 '대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공통분모는 어색함 대신에 흥겨움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가끔은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특정후보를 비판하는 발언이 나오면 '그런 발언하시면 안 되죠'라고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답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도 같다. 문답은 빨리 끝내고 그냥 어우러져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질문을 하나 던져 보았다.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공약이 공통점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이 젊은이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젊은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 일자리

 

 

박승종(27·이명박 후보 지지)  "일자리에 관한 문제가 지금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어요.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요. 청년실업을 줄이고 많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 각 후보들의 공약입니다. 저는 이렇게 묻고 싶어요. 각 후보들이 그런 정책을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명박 후보 같은 경우에는 5년, 7년 정도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만들어온 정책이거든요.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을 세계 7대 강국으로 만들겠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라고 묻거든요. 대운하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거든요. 환경·물류·관광 등 많은 것들을 정책에 포함시키고 있어요. 물류혁명에 따른 내륙도시 개발, 거기에 따른 일자리가 또 창출되고요. 관광산업도 같이 생겨나구요. 이명박 후보는 정계에 나오면서 부터 장고끝에 이런 정책들이 나온거거든요. 그래서 전 정책이 확실히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규화(26·권영길 후보 지지) "흔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 이렇게 얘기들 하잖아요. 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보다는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구요. 미국에서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거나, 환율이 변동되거나 하면 한국경제는 독감에 걸립니다. 이런 재벌 중심의 한국경제를 근본부터 바꿔야 됩니다.

 

'수출입국, 수출입국' 했지만 그건 수출이 아니라 국제하청이었거든요. 그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경제로 바꾸려면 그렇게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생산수단이라고 하는 토지·자본 등의 공개념을 확실하게 하고, 사람들의 삶이 안정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고 있는 권영길 후보, 민주노동당이 한번 이 나라를 책임져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김진성(27·이인제 후보 지지)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어떤 정책을 내세우던지 간에 실생활에 맞는 거 그런 거를 내세워야 할 것 같아요. 이인제 후보는 장관도 거치고 도지사도 거치고 의원생활도 거치고 하다보니까, 많은 것들을 해온 것 같더라구요. 여태까지 이만큼 해왔는데 대통령이 되면 못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경제에서도 대통령이 되면 사소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승표(27·이회창 후보 지지) "이번 이회창 후보 공약 중에서 '강소국 연방제'라는 공약이 있습니다. 저는 좀 우파적인 성향이 강한데…. 고려연방제는 안되지만 강소국연방제는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개인과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더 경제를 좌우하고 국가 신뢰도를 창출할 수 있구요.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가 강화되지 않으면 경제는 살 수 없다고 봅니다. 이번 이회창 후보의 공약 강소국 연방제는 국가 5~6개가 연합하는 겁니다. 충분히 현실성이 있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동학(26·정동영 후보 지지) "일자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졸자들이 많은데 그런 대졸자들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가 지금 별로 없잖아요. 이런 부분들을 국가가 챙겨줘야 합니다. 일단 외자유치를 해야합니다. 지금 양질의 노동력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일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외국의 자본을 유치한다는 거에요. 외국의 자본이 들어오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어요. 또 한 가지는 국제적 마인드를 키워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모든 것이 한정되어 있어요. 국제협력단체 같은 기구와 함께 그렇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경제영토를 확대해 나가야죠. 그런 점에서 정동영 후보의 정책이 현실성이 있습니다."

 

김보민(21·문국현 후보 지지) "제가 내일 '경제학 원론'을 시험보거든요. 거기 보면 우리나라 GDP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나라를 살리자고 말할까요. 잘사는 사람들은 계속 잘 살고, 못사는 사람들은 계속 못 살아요. 문국현 후보는 함께 행복하게 잘살자고 얘기하는 거에요. 일자리 500만 개. 사람들이 다 알아요. 대표공약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어떻게? 그 분 정치 안 해봤잖아?' 이렇게 묻는다구요.

 

그런데 그런 사례가 다 있는데 안 찾아봐서 모르는 거에요. 유한킴벌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고, 토론회에서 나왔던 것처럼 시카고 치과의 사례도 있구요. 사람들을 많이 고용해서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나라를 살리는 건 좋아요. 그런데 다 같이 행복하게, 사람다운 경제 살리기를 하자는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살기 좋을까...생각했어요

 


한 사람이 발언하면 모두들 조용히 경청했다. 술잔을 비우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눈빛은 발언자를 향해 있다. 이들은 각 후보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자들이다. 하지만 분명히 주위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 무관심한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후보를 소개하고 설득하는지 물어보았다.

 

박승종 "제 친구들을 보면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 몰라요. 그래서 설득이라기보다는 제가 가르쳐주는 입장입니다. 제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봐요. 제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니까. '너는 왜 그런 후보를 좋아하냐'라고 저한테 물어요. 이명박 후보는 저한테 하나의 모델이에요. 이 후보는 정말 가난하게 살면서도 열심히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해오신 분이거든요.

 

실제로 만나보면 굉장히 후덕하세요. 후원활동이나 봉사활동도 많이 해오셨구요. 무의탁노인·소년소녀가장·불우이웃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어요. 일도 열심히 하고, 마음도 따뜻하고 능력도 있고 실천도 잘하고. 친구들 만나면 '넌 어떻게 이런 분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있냐'라고 말하죠."

 

김진성 "저는 대놓고 그럽니다. '너가 알아서 찍어, 그런데 너가 누구를 찍으면 너가 나중에 애낳고 잘 살겠어?'. 실제로 자기한테 뭔가가 와닿아야지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잖아요. 너가 느껴봐라. 이번 정권 들어서서 너가 뭘 느꼈냐. 깝깝하잖냐.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동학 "일단 후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우선 가슴 아픈 것이 이번 참여정부에 관한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것에 대한 책임이 정동영 후보에게 던져지고, 책임을 지려면 사퇴해야되지 않냐. 그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는 책임이 있다고 해서, 사퇴라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잘한 부분이 있고 못한 부분이 있는데, 못한 부분은 책임을 져야죠. 우리가 못한 부분을 알고 있으니까 그것을 보완해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후보라고 말합니다. 정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이 정말 우리나라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 말합니다. 정 후보가 도덕적으로 검증되었다는 사실도 빼놓으면 안되죠."

 

김보민 "저는 더 이상 정치는 설득이 아니라 감동이라고 생각해요. 정보도 많이 있고 해서 사람들이 설득한다고 해서 넘어오지 않아요. 어느 정도 자신한테 다가오고 감동이 있어야 넘어온다구요. 사실 제가 정치에 대해서 되게 회의적이었어요. 공약들 쭉 보면서 난 돈도 없고 빽도 없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살기 좋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면서 하나하나 지우다보니까 '문국현 후보가 날 살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거에요. 그러면서 휙 넘어온 거에요. 친구들한테도 문 후보에 대한 자료를 보여줘요. 그러면 친구들도 넘어오거든요. 설득은 안 해요. 대신에 감동시켜야죠."

 

홍승표 "전 이렇게 얘기합니다. 대통령 후보는 그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그런 것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 후보는 조타수의 역할을 하면 되는데, 그 면에 있어서 학식과 30년 동안의 국정경험을 가진 이회창 후보가 적절하다, 이렇게 말합니다.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 왜 또 나왔냐'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10년 동안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나, 링컨만큼 준비되지 않았냐.' 이렇게 얘기합니다."

 

최규화 "보통 민주노동당을 '진보정당' '데모정당'이라고 합니다. 밥먹고 데모만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어떻게 하겠냐, 라는 얘기를 제가 많이 듣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당신의 밥그릇을 채워주기 위해서 한 달씩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할 대통령이 어디에 있냐, 그런 대통령이 권영길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데모가 더 많아지겠냐 적어지겠냐, 권영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데모가 없어질 거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지금 민노당 지지율이 한 10% 정도고, 권 후보 지지율이 3% 정도입니다. 저는 잃어버린 7%가 참 아쉽습니다. 지난번에는 노무현이 될 거 같으니까 노무현을 찍고, 이번에는 이명박이 지지율이 높으니까 이명박을 찍고. 이런 풍토가 저는 참 우습다고 봐요. 정치는 진짜 물을 주는 심정으로 키우고 싶은 나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민노당의 10% 지지율이 10% 득표율로 가고, 그 때부터 20%, 30% 성장해왔다면 지금은 아마 제 생각에는 진보와 보수 이렇게 양당구조로 오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후에도 이야기와 웃음소리는 계속 되었다. 질문과 대답 사이사이마다 각자 자유롭게 화제를 꺼내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기호 13번 문근영'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6번 문국현, 7번 정근모, 8번 허경영 후보의 이름을 순서대로 쓴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한 글자씩 연결하면 '문근영'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온 우스갯소리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이런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때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오늘은 비교적 일찍 자리를 마쳐야겠지만, 그 아쉬움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대선 이후의 2차 만남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태그:#2007 대선, #취중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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