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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순

 

11일, 푸근한 날씨이다. 집을 나서  천천히 길을 걸었다. 그러다 문득 길가에 있는 상점 안을 들여다 보게되었다. 그곳에는 적당한 크기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그 트리를 보다가 '아 참 맞다. 우리집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재료가 있었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만들었던.그래 나도 집에 가서 이번에는 트리를 한번 만들어보자' 하곤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왔다. 어쩜 그렇게 까맣게 잊을 수가 있는건지.

 

베란다에 있는 광문을 열고 크리스마스트리 재료가 들어있는 상자를 찾아냈다. 색깔이 바랜 상자 위에는 딸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써놓은 "크리스마스츄리"라는 글씨가 써 있었다. 참으로 정겹다. 반면 웬지 모를 쓸쓸함이 몰려왔다. 어렴풋이 그시절이 생각나면서 어느새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었고 내가 할머니가 되었다는 사실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그리고 올해도 20일 정도 남았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과 깔깔거리면서 "이건 어디에 걸까? 여기에? 저기에? 아이야 이쪽에 걸어" 하며 만들던 그때가 생각났다.

 

전구상자도 빛을 바랬다. 플라스틱으로 된 소나무를 만들어 놓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신구상자를 열었다. 꼼꼼하게 잘 보관 되어있었다. 상자 위에 비닐로 한 번씩 더 싸놔서 먼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딸아이가 결혼한 뒤에는 광속에 그대로 놔두었다가 이번이 처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장신구를 소나무 위에 하나씩 하나씩 걸기 시작했다. 사이 사이에 손자가 그려서 선물로 준 그림도 걸어놓았다. 손자가 와서 보면 아주 좋아할 것같다.

 

쓸쓸했던 기분이 조금은 좋아진 듯하다. '그래 웃자 웃어' 장신구를 다 걸고 꼬마전구도 걸었다. 새로 산 것같다. 꼬마전구에 플러그를 연결했다. 잠시 후 꼬마전구는 불이 깜빡 깜빡. 들어왔다 꺼졌다 한다. 어느새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는 듯했다. 완성된 크리스마스트리는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저녁에 돌아온 남편도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는 "응 오랜만에 만들어 놨네. 집안 분위가가 한결 밝아진 것 같다" 한다. 저녁을 먹고 집안에 불을 모두 끄고 꼬마전구만 켜놓았다. 기분이 차분해진다. 깜빡 깜빡 거리는 꼬마전구를 보고 있잖니 모든 걱정 근심도 스르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잠시만이라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에게 평화...."


태그:#크리스마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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