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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래시장이나 마트, 노점상 등지를 가보면 가격과 상관없이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이 무, 배추다. 김장철이라 재래시장엔 군데군데 산처럼 수북이 쌓아놓고 팔기도 한다. 

 

그리고 생선가게에선 등푸른 생선이, 그 중에서도 통통하고 윤기가 흐르는 고등어가 갓 잡아 올린 듯 신선하여 눈길을 끈다. 근래엔 제철음식이 따로 없다 할 정도로 사계절 식자재가 풍성하지만 그래도 두툼하고 넓적넓적하게 썬 무와 곁들여 만든 고등어조림은 이맘때 먹는 것이 제일 맛있는 거 같다.

 

무 한 개, 고등어 중간 크기 한 마리면 남편하고 둘이 한 끼, 아니 하루는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집집마다 가족들 식성에 따라 부재료로 무가 아닌 감자나 우거지 아니면 시래기를 쓰기도 하지만 필자의 남편은 무를 넣고 조리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미리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우린 물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대파, 다진 마늘, 생강, 맛나, 후추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무를 두툼하고 넓적넓적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토막 내어 손질한 고등어를 올린 다음 준비해 둔 양념장을 듬뿍 얹고 그 위에 고명으로 홍고추와 청고추로 색감을 주면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처음엔 약간 센 불에서 그리고 끓기 시작하면 알맞게 불 조절을 한다. 요즘에 나오는 무는 달기 때문에 익는 동안에 생선살까지 달콤한 맛이 배서 훨씬 맛이 좋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고등어조림이 투명한 유리 뚜껑을 통해 보인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아 수저로 국물을 떠 호~ 호~ 불어가며 맛을 본다. “와~  내가 만든 거지만 정말 환상이네~” 국물만으론 성이 차질 않아 큼직한 무 한 쪽도 꺼내 먹어본다. 

 

 

먹을수록 빠져드는 고등어조림의 유혹에 의지력이 약한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4토막 중 가운데 두 토막은 남겨 놓고 그만, 찬밥을 데워 다른 반찬 없이 고등어조림 하나만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먹고도 남은 국물까지 비벼먹었다.

 

“아~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이 포만감~!”  

 

자신이 만든 요리에 도취되어 이렇게 맛있게 먹니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식성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아서인지 우리 부분 둘 다 평수가 넓은 편이다. 두 딸 역시도…. 

 

엄마, 아빠의 체질을 닮은 것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어릴 땐 “덜 예뻐도 좋으니 잘 먹고 건강하게만 자라거라~” 했는데 어엿한 숙녀가 된 지금은 솔직히 좀 덜 먹고 운동도 하여 체중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리책자가 없어도, 계량컵과 스푼 없이도 친정엄마가 해 주신 걸 먹어 본 기억만으로 대충 만들어 내는 나의 요리는 남편과 두 딸이 인정해 주는 일품요리다.

 

가끔 고등어조림을 해 놓고 남편을 기다리는 날은 마음이 뿌듯하다. 맛있게 먹어줄 생각에 그리고 칭찬을 들을 생각에…. 상을 차리면서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식탁에 앉자마자  “고등어조림이네~” 한다.

 

밥을 평소와 다름없이 펐는데도 더 달란다. 식성이 좋아 가리는 음식이 없건만 오늘은 다른 반찬엔 거의 손이 가질 않는다. 무엇이 담겼었는지 모를 정도로 깨끗이 비워진 고등어조림 접시, 그것을 보자 의기양양해진 난 “석봉 어머니 떡 써는 솜씨만은 못하겠지만 어때 여~?” 하고 물었더니 예상대로 “역시 우리 마누라 솜씨가 최고야~!” 한다.


태그:#고등어조림, #일품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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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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