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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길이 대세이다. 확실히 유럽의 좌파정당들이 전통적인 좌파적 경제관을 벗어나고 있다. 그들은 복지병에 대하여 부인하지 않는다. 과도한 복지로 인하여 경제활력이 사라지고 성장율이 낮아졌으며 실업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대표주자는 바로 영국의 전 총리인 토니블레어일 것이다. 그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죄로 수십 년간 집권하지 못했던 노동당을 살렸다. 보수당의 대처가 복지를 축소하고 감세를 단행하며 겨우 영국의 경제를 회생의 길로 돌려 세웠다면, 영영 집권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이던 노동당이 집권하는 데 성공한 것은 바로 제3의 길이다. 노동당이 보수정당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경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내일은 호주의 총선이 있는 날이다. 호주의 경제는 하워드 총리가 집권한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동안 비교적 호황을 누렸다. 하워드는 상당히 장기집권을 하였다. 그런데 내일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워드의 이라크 파병 같은 정책에 대하여 국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당은 이름만 노동당이지 이미 영국의 노동당처럼 보수당 못지않은 경제관으로 변화하였다. 물론 영국과는 달리 호주의 노동당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제 3의 길은 좌파정당들의 대세인 것 같다.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집권도 존립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왜 점차 좌파정당들이 설자리를 잃어 가는가? 모든 좌파정당들이 그렇게 보수적인 경제관을 갖게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전통적인 증세와 복지확대라는 관점에서는 많이 벗어나고 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아마도 서구의 국가들이 이미 복지병을 심각한 수준으로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복지로 인하여 기업들은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놀아도 정부의 보조금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임금에 편한 일자리가 아니면 일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돈을 많이 벌어도 세금을 누진적으로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노력할 필요가 없다. 경제는 활력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높으니 정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뭔가 틀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성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영국의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에 이르러서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모두 자신이 받는 복지혜택에는 욕심을 낸다. 하지만 증세로 인하여 돌아오는 부담은 매우 싫어한다. 뿐만 아니라 증세와 복지확대가 더욱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좌파정당들의 주장처럼 복지의 확대가 경제적 풍요를 가져오지 못하였던 것이다.

 

점차 국민들도 복지병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게 되었다. 당연히 좌파정당들이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과도한 복지를 적절히 축소하고, 높은 세금도 좀 낮춰가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다는 제 3의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보수정당들과의 정도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역시 실용과 국익을 기준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도 점차 그렇게 변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영국이나 호주와는 완연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경제가 그들처럼 위축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다르고, 좌파정당이 주류로 올라선 경험도 전무한 것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점은 경제의 체질과 구조이다.

 

영국이나 호주가 과도한 복지와 높은 세금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와 반대의 어려움을 지금 겪고 있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처지이다. 누진율이 적용되는 직접세의 비율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그나마 세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우리경제의 문제는 양극화이다. 분배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당연히 초래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수출은 잘 되고 있으나 내수가 어렵다. 항상 수출에 편향된 경제구조가 문제점으로 대두되어 왔다. 내수가 어려운 것은 성장률이 낮아서가 아니라 성장을 해도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는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지 못한다. 일자리는 온통 비정규직이다. 저소득층이 삶을 유지할 수단이 없다. 정부의 보조금도 별로 없고, 주택이나 사교육에 투입되는 돈을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전세계가 우향우를 하더라도 우리는 그럴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오히려 저소득층을 보호할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 그 재정을 감당하려면 수출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대기업의 직접세 부담을 늘려야할 처지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좌향좌가 필요한 때이다. 복지병을 염려하기는 커녕 복지가 전무한 시스템을 고칠 때이다. 세금을 낮춰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때가 아니라 세금을 높여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우리의 현상황은 서구의 좌파정당들이 주장하는 제3의 길 정도라도 감읍할 일이다. 그들이 지금 나아가는 제3의 길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열심히 좌향좌를 해야한다. 그래도 제3의 길을 만나기에는 너무 먼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너무 좌측으로 간 사람들이 우향우를 한다고 우리가 그들의 방향만을 추종할 일은 아니다. 여전히 너무 오른쪽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우리의 포지션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도 제3의 길로 가자. 제3의 길로 우향우를 한 영국의 노동당이나 호주의 노동당을 보고 우리는 좌측으로 방향을 돌리자. 그래서 제3의 길에서 그들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 그들과 똑같은 거리를 유지한 채 방향만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면 우리는 오른쪽 벼랑으로 떨어져 모두 죽고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3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우리와 반대쪽에서 가운데로 나아가는 그들은 필연적으로 우리와 마주보게 된다. 그들과 마주보고 우리도 가운데로 나아가자. 우선 좌향좌부터 시작하자.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제3의 길, #영국노동당, #호주노동당, #좌향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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