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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산홍엽.

참 좋다. 어디를 보아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저마다 독특한 색깔로 가을을 말하고 있다. 이파리들은 저마다 제가 더 곱다고 우쭐거리고 있고 산은 산대로 멋을 자랑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파란 하늘은 맑고 투명하게 빛나고 있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일상의 찌든 때를 한꺼번에 말끔하게 씻어주고 있었다.

만산
▲ 홍엽 만산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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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단풍이파리는 어찌나 색깔이 선명한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노란 은행이파리는 노란 색깔이 어찌나 깨끗한지 마음까지 순수하게 정화되어 버린다. 가을의 마법이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생각이 앞선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아파트 주변에도 물들여져 있다. 어찌나 곱고 아름다운지, 두근거린다. 가을이 살포시 내려 앉아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화려하다. 진한 색깔로 화장을 하였고 여러 색깔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녕 가을은 깊어지고 있다. 손을 뻗치면 무엇이라도 다 잡힐 것만 같다.

참을 수 없는
▲ 유혹 참을 수 없는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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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感應)

가을이 마음에 닿아 있었다. 막힘없이 서로 소통하고 있으니, 걸림이 없다. 지극정성을 다 하면 하늘과 하나가 된다고 하였던가? 마음이 하늘에 전해지면 하늘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준다고 하였다. 가을의 정취에 젖어 있으니, 금방이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 하늘이 나에게 선물을 줄 것만 같다.

현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들어낸다고 하였다. 지금 이순간의 생각이 소중한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노력하면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정말로 나쁜 일이 생기는 것처럼 긍정적 생각만 하게 되면 실제로 생각하였던 일을 성취해낼 수 있는 것이다.

하늘과
▲ 감응 하늘과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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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을 하기 위해서는 정성이 필요하다. 내적 일치감을 이룰 수 있어야 감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욕심이나 거짓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절대로 감응은 일어날 수 없다. 가을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가을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져야 감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아름다움이란 순수한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이다.

시선이 닿는 곳 어디라도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 가을이 있음으로 해서 이 모든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은가. 가을의 아름다움에 젖어들 수 있다는 그 것 하나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가을을 통해 욕심을 버리고 비우게 되니, 하늘과 저절로 감응할 수 있지 않은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오직 한 마음으로
▲ 지성 오직 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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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계경(366사)에 보면 감응에 이를 수 있는 실천방안으로 아홉 가지 방법을 말하고 있다. 順天(순천), 應天(응천), 聽天(청천), 樂天(낙천), 待天(대천), 戴天(대천), 禱天(도천), 恃天(시천), 講天(강천)을 들고 있다. 참전계경은 단군 때부터 내려오는 한 철학의 바탕을 이루는 경이다. 반추하면 할수록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순천은 철리에 순응하는 것을 말하며 응천은 천리에 응한다는 뜻이다. 청천은 천명을 듣는다는 것을 말하고 낙천은 하늘의 뜻을 즐겁게 여긴다는 의미다. 대천은 천응을 기다리는 것을 말하며 대천은 하늘을 받든다는 것을 말한다. 도천은 하늘에 기도하는 것을 말하며 시천을 하느님을 모신다는 의미이고 강천은 천도를 배운다는 것을 말한다.

깊어가는
▲ 가을 깊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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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는 가을에 가을의 우뚝함에 취하여 감응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된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게 되면 저절로 감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순리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하면서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모든 욕심을 버리면 하늘이 감응하여 행복하고 기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닐까?

아 ! 참으로 좋다. 가을이어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을 후회 없이 즐겨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더욱 더 사랑하고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곱게 물든 이파리에 진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참 가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가을이어서 참으로 좋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내장사에서



태그:#가을, #감응,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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