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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소리 명창인 박윤정 국악예술원장이 오는 7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송서삼설기(誦書三設記)’ 완창 발표회를 갖는다.

 

송서삼설기는 흔히 ‘삼설기’라고 줄여서도 부른다. 이 삼설기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57호인 예능보유자 묵계월씨가 1938년경에 당시 부잣집 서당이나 사랑채를 중심으로 유행되던 송서 삼설기를 이문원 선생에게 사사한 것이다.

 

박윤정 원장의 삼설기 완창발표회는 송서의 일종으로 소리의 창법과 꺾임새가 어려워 전승되지 않던 어려운 소리를 중앙무대에서 밝힌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발표회를 앞둔 박윤정 원장을 만났다.
 
- ‘송서삼설기’란 용어 자체가 생소한데?
"송서(誦書)는 말 그대로 즉 글을 읽는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학>이나 <논어> 같은 고문에 가락을 넣어 글을 읽었다. 흔히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고을마다 읽는 소리가 낭랑하다’는 표현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리 또는 민요로서의 송서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글방에서 글을 읽는 것과는 달리 청을 붙이고 박자(일정하지는 않지만)를 맞추어 멋을 넣어서 구성지게 읽어 넘어가는 것이 ‘송서(誦書)’의 멋이고 맛이다.

 

민요로서의 송서는 적벽부, 출사표, 굴원의 어부사, 그리고 삼설기 등이 있다. 이중 삼설기는 고대 단편소설로 작가나 연대를 자세히 알 수 없고 다만 조선조 중기 이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 삼설기로 논문도 발표하신 것으로 아는데?
"지난해 용인대학교에서 ‘송서삼설기의 선율구조연구-묵계월창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삼설기란 이름은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많은 시가 문학이 대부분 도입부분의 내용을 인용해 이름을 짓는 것처럼 도입부의 ‘삼사횡입황천기(三士橫入黃泉記)’에서 따왔다는 설과 9편3책3설로 구성돼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논문은 은사이신 묵계월 선생님의 삼설기 창을 중심으로 가락과 선율을 중점적으로 분석 종합한 것이다. 삼설기는 크게 소리내 선율을 넣어 낭송조로 읊어 나가는 것으로 전체 사설을 소리하자면 35분 정도 걸린다. 일반인들이 들었을 때는 흥에 겹거나, 멋들어진 장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소리의 꺽음새가 특이하며 누르는 소리와 달아 올리는 소리의 목 쓰는 법이 달라서 우렁차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면이 있으며 창자(唱者)로 하여금 심정을 정화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박 원장의 삼설기 논문은 현업 예능실기인으로, 또 묵계월창의 소리전수자로 누구보다 묵계월창에 밝은 박 원장이 직접 삼설기 선율 구조를 자세히 연구한 최초의 예술논문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이번 공연의 의의를 밝혀 달라. 
"이번 공연은 모두 3부작으로 이어진다. 전체 사설은 35분 분량이지만 고수(鼓手)의 해설을 깃들이면 50분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장 ‘우근진소지의단은…’은 나와 문하생들이 모두 소리를 한다. 2장 ‘산은 첩첩만중한데…’는 묵계월 선생님과 내가 소리를 한다. 3장은 독창으로 ‘만산풍경바라보며’를 한다.
 
공연은 오랫동안 사사한 묵계월 선생님을 모신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제 나름의 경지에 올랐다는 선생님의 평이 있었기에 감히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문하생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권오성 교수(한양대 음대 문학박사, 전 문화재위원)는 “삼설기는 전문적인 소리꾼으로서의 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부르기 어려운 것”이라며 “원래 이문원이라는 명창이 잘했는데, 사설이 어렵고 외우기가 힘들어 부르는 이가 거의 없다가 묵계월 선생이 전수받아 다시 박윤정 선생이 이어 받았다”고 평한다.
 
- 삼설기 음악적 구조의 특성은?
"흔히 삼설기는 낭송조로 읊조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삼설기는 9개의 음으로 옥타브 5도로 돼 있다. 이는 음악적 구조와 짜임새가 분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민요와 굳이 비교하면 보다 넓은 음역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12잡가와는 시김새와 목구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어 사실 묵계월 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을 때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군사부일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삼설기 전수의 뜻을 밝혔을 때 연로하신 나이에도 열정과 꾸지람으로 지도해 주신 묵계월 선생님의 은혜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드린다."
 

 

박윤정 국악예술원장은 누구?

 

박윤정 국악예술원장은 (사)한국국악협회와 (사)한국경기소리보존회 하남시지부장을 맡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전수자로 하남지역에서 국악보급을 위해 박윤정국악예술원을 만들었으며 위례국악예술단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용인대 석사학위논문으로 발표한 ‘삼설기 연구’는 국악인이 발표한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제2회 경·서도 민요경진대회 민요부 장원(1992) △제8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종합대상(2000 서울특별시장 상) △제31회 MBC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2005) △제12회 전국경기국악제 명창부 대상(경기도지사) △한국문화단체예술총연합회장상(2005) △제16회 KBS국악대경연 민요부문 장원(2006) △제13회 전국경기국악제 명창부 대상(경기도지사) 등이 있다.

 

공연문의=박윤정국악예술원(031-792-0909)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티뉴스(www.ctnews.co.kr)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송서 삼설기, #박윤정, #경기민요, #묵계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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