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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론으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선거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누구를 어떻게 찍을까 하는 문제도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국민주권론으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선거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누구를 어떻게 찍을까 하는 문제도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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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선 상황의 돌파구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는데 그 솟아날 구멍이 연합정부의 방법일 수 없을까? 연합정부가 쓸만한 도구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라면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비유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하늘 무너질 일은 결단코 없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했을 때도, 다시 300년 후 드디어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었을 때도,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박정희가 유신독재를 행했을 때도, 그리고 이어서 전두환이가 광주학살을 자행했을 때도 결코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하늘을 원망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렇게 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상황이라면 이명박의 집권 가능성 정도야 하늘 무너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며, 당연히 솟아날 구멍도 많다는 것이다. 그 방도를 찾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치권과 후보들의 몫이겠지만, 마냥 정치권에만 맡겨둘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정치권에 대해서 알만큼 알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는 원론으로 돌아가면 된다. 국민주권론으로 돌아가서 살펴보면 선거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누구를 어떻게 찍을까 하는 문제도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적어도 원론에서 후보란 국민의 선택을 받는 대상일 뿐이다. 국민이 후보를 만들고 후보를 선택한다는 관점을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 대선의 세 가지 딜레마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별히 올해 대선에는 세 가지 커다란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다. 이 걸림돌이 오랫동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첫번째 걸림돌은 과거 악령의 발목잡기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무능과 거듭된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담론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하루 아침에 소멸되고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심판의 논리와 정서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두번째 걸림돌은 대책없는 경제담론이다. 특히, 이 담론으로 장기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이명박의 지지율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는 것처럼 높은 지지율에는 상응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지지율의 내용이 없고 그 정체를 알 수 없으니 판단이 매우 어렵다. '잃어버린 10년' '청계천' '경제성장' 따위의 개념들이 빚어낸 결과일 것으로 막연히 짐작하고 있다.

세 번째 걸림돌은 대안부재론이다. 이명박에 대항하는 인물난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사람은 많은데 인물은 없다"는 말이 사실이다. 10년간 집권했으니 인물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2년 장관했다고 인물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이 없고 지지기반이 없으면 정치적 인물일 수 없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상황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서민들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없이는 지도자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여기서 대선국면을 깊게 가로지르는 국민정서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국민들은 개혁을 외치는 정권을 15년 동안 경험했다. 그 중에서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집권 10년을 겪었다. 이 기간에 적지 않은 민주적 성과가 있었지만 민주세력의 한계도 경험했다. 상식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국민들이 이 변화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참여정부의 거듭된 실정은 변화의 필요성에 불을 붙였다. 구태여 참여정부의 공과를 논할 자리는 아니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논란이 낮은 지지율로 나타났으며 열린우리당의 해체로 나타났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판단보다 더한 진실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들이 정권교체의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결과 올해 대선국면이 매우 어렵게 조성되었다는 사실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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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혁진영 인물군의 특징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창당과 후보지명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선후보들이 모두 등장해 있는 상황이다. 수구보수 진영의 이명박, 범개혁 진영의 정동영·문국현·이인제, 진보진영의 권영길 등 5인이 올해 대선의 메이저리그에 출전할 주전선수들이다. 이수성·정근모·이회창 등은 잠시 논외로 해두어도 좋겠다.

여기서 예년과 구별되는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하나는, 전체 대선구도에서 범개혁 진영의 후보군이 복수로 존재하게 된 결과 진보진영의 후보가 언론에서 비껴나는 상황이 조성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5년 전 이회창-노무현-권영길의 3파전 구도가 문국현 후보의 등장으로 이명박-정동영-문국현의 구도로 형성되면서 민주노동당의 주장을 접할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 진보진영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의 부진에는 민주노동당 자체의 한계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약해서 평가하면 인물과 정책 두 측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새로움과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대선 후보등록을 불과 30일 앞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범개혁 진영의 단일후보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이유가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범개혁 진영이 완전하게 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합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대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문국현과 민주당 일부가 불참하는 등 통합과정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개혁진영의 중심이 강력하게 형성되지 못했고 국민의 감동을 창출할 후보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동영은 제1당의 후보이되 아직은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고 문국현은 새로운 후보이되 국민들에게 확고한 대안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구보수의 강력한 흐름에 대항할 진보적 흐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개혁세력의 집권을 옹호할 어떤 미약한 흐름도 존재하지 않는 침묵의 대선국면이 조성되었다. 5년 전과 비교할 때 올해 대선은 국민경선의 짜릿함도, 월드컵 붉은 악마의 거리외침도, 노사모의 자발적인 참여도, 미선이와 효순이의 촛불시위도 없는 지극히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로 진행되고 있다.

후보단일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왼쪽부터 문국현, 정동영, 이인제 대선 예비후보.(자료사진)
 후보단일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왼쪽부터 문국현, 정동영, 이인제 대선 예비후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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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상상력=연합정부 구상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 선거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선거결과가 바뀐다. 후보가 많아서 문제라면 후보를 줄이면 된다. 후보단일화가 답이다. 1명으로 약하면 복수의 인물로 대응하면 된다. 후보간 연대전략이 답이다. 정책이 약하면 정책을 보강하면 된다. 국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후보가 수용하는 것이 답이다. 국민정책형성론이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연합정부의 구상이 나온다.

이 제안을 후보단일화나 공동정부라고 하지 않고 연합정부론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후보단일화론은 누가 후보가 되느냐 하는 후보의 축소조정에만 관심을 두는 좁은 개념이다. 여러 후보에게 분산된 지지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하자는 산술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공동정부론은 후보단일화와 달리 연대의 개념을 갖지만 이념과 정책의 문제를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합정부론은 이념과 정책의 연대를 바탕으로 한 후보단일화 및 이를 통한 공동정부의 수립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합정부를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고 하는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는 잠시 논외로 하자. 대선국면이 매우 어렵게 형성되어 있는 조건에서 연합정부의 상상력이 대선승리를 위해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만 논의하기로 하자.

우리가 신자유주의적 흐름 속에서 강화되는 사회적 양극화를 바라지 않는다면, 고용없는 성장과 불안정한 비정규직화가 확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오랜 꿈이 무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미래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굳세게 살 수 있게 되기를 진실로 바란다면 수구보수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역사적 결단에 몸을 맡겨야 할 것이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평화노선, 창조한국당의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 민주노동당의 양극화 해소론이 하나의 답으로 묶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민주당이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 힘으로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고, 비정규직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면서 미래의 완전한 통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사족으로 첨언하자면 정치권의 논리로는 이 구상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구상은 정치적 구상이 아니라 국민적 구상이기 때문에 정치권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의 요구가 강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구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연합정부에 대한 상상력을 국민적 요구사항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화가 위기에 처하면 국민이 나서는 것이 맞다. 정치권이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이 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후보가 약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후보를 만들어야 하고, 후보를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면 후보를 묶어주어야 한다. 정책이 취약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의 힘으로 후보를 묶어 만들어가는 연합정부가 필요한 대선이다.

덧붙이는 글 | 정대화 기자는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입니다.



태그:#대선, #정책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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