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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라후족 집모습으로, 약 1m쯤 떨어진 지상과 방의 빈 공간에는 돼지와 닭 개들이 산다.
ⓒ 오문수
태국 북쪽 치앙라이에서 약 70km 떨어진 곳에 메수아이라는 조그만 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미얀마 국경 쪽으로 30분쯤 쌈라를 타고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달리면 깊은 산 속에 라후족 마을이 나타난다.

쌈라는 0.5톤짜리 냉동탑차의 탑의 높이를 약 1m쯤 낮춘 것으로, 뒤칸을 시내버스처럼 고쳐 양쪽으로 승객들이 걸터앉을 수 있도록 개조한 마을버스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양쪽으로 최대한 밀착하여 앉으면 10여 명이 앉을 수 있다.

▲ 대나무로 된 방 바로 아래 빈 공간에 사는 돼지와 닭.
ⓒ 오문수
치앙라이 자체가 1천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인데도 더 높고 깊은 산속으로 구불구불 들어가는 길은 윈도우 바탕화면처럼 아름다웠다. 산 속에서 아편 재배와 사냥으로 살았다는 이들이 지금은 산을 개간하여 옥수수밭이 대부분이다.

라후족은 원래 티베트와 가까운 중국의 운남성 일대에서 살았다. 후에 중국 정부와 갈등을 겪으며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으로 넘어와 고산지대에 정착하게 되었다. 라후족의 명칭은 '수서(또는 무수르)'인데 '사냥꾼'이라는 뜻이다.

▲ 구식 화승총을 들고 사냥을 나가는 라후족.
ⓒ 오문수
고증되지 않았지만 라후족은 한국인의 후손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현복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다.

"일설에는 고구려가 망할 때, 당나라에서 고구려 유민 10만 명을 포로로 끌고 갔는데 이들이 중국을 거쳐 태국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으나, 자세한 것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구려 본기>에 의하면 당나라 고종이 고구려인 3만8300호를 잡아가 중국 남쪽 광막한 땅에 옮겼다고 기록되어 있다. 소수민족 출신의 중국학자 호례극의 주장이다.

"이들 고산족들은 고구려 사람들처럼 남자가 처가살이를 하고, 결혼 때 닭을 옆에 두고 식을 올린다.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는 것도 고구려 옛 풍습이다."

▲ 우리가 먹는 고추와 같은 크기의 고추(왼쪽 사진), 우리가 먹는 배추와 똑같은 배추를 먹는다(오른쪽 사진).
ⓒ 오문수
중국이나 태국말은 어순이 '주어→ 동사 →목적어'인데, 어순도 '주어→ 목적어→ 동사'의 순으로 사용하고, 1인칭인 '나'를 '나'로, 2인칭인 '너'를 '너'로, 1인칭 복수인 '우리'를 '나흐'로, 2인칭 복수인 '너희'를 '너흐'로 사용한다.

식습관도 비슷한 것이 많아 절구통에 찐 찹쌀을 넣고 깨를 묻힌 '깅'이라는 음식은 우리의 인절미와 비슷하다. 라후족 아카족들은 우리처럼 개고기를 먹는다. 또 김치와 된장을 담가 먹는다. 먹으면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매운 태국의 작은 고추를 먹는 게 아니라 한국의 큰 고추를 먹고, 우리와 똑같은 찰벼와 배추를 먹는다.

▲ 사진만 보면 영락없는 우리네 시골 할머니 모습이다.
ⓒ 오문수
라후의 여인들은 어릴 때부터 자수를 비롯한 뜨개질을 배운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여 축젯날이면 준비해 두었던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며 즐긴다. 시간이 많으면 며칠간 숙식을 하며 관찰해 보고 싶었으나 전혀 예정에 없던 일정이어서 아쉽다.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선교사들은 이 산골 오지까지 찾아와 선교를 하고 있었다. 산비탈에 작은 교실 한 칸 크기의 교회를 세우고 선교 활동하는 박철범 목사를 만났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노력이 있어 한국이 조금씩 알려지기도 한다는 생각이다.

▲ 맨 오른쪽이 윤종성 목사, 가운데가 박철범 목사(왼쪽 사진). 아름다운가게에서 마련한 '병아리떼 쫑쫑쫑'옷을 선물하자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나머지 아이들(오른쪽 사진).
ⓒ 오문수
"반군이나 치안 부재 문제로 걱정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목사는 "걱정없다, 만약 염려가 되면 어떻게 선교활동을 하겠느냐?"며 괜찮단다. 박 목사는 현재 4년째 오지 선교활동 중이다.

▲ 라후족이 사는 마을로 가는 길.
ⓒ 오문수
이들의 생김새는 태국 사람들보다는 우리와 너무나 흡사하여 아이들과 대화하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나와 혼자 웃음을 지었다. 학자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라후족,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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