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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위조 사건이 연일 터지면서 한국 사회 저명인사들의 학력이 일제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건은 동국대학교 신정아 교수의 학력위조로부터 시작되었다.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녀는 예일대 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캔자스대를 졸업했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니 예일대 출신이 아니었다.

그 뒤로 영어강사 이지영씨,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씨, 김옥랑 전 단국대 교수가 가짜학력으로 질타를 받았다. 최근에는 '행복전도사' 정덕희 명지대 사회교육원교수가 학력파문에 휩싸였다. 물론 명지대에서 그녀는 고졸로 되어있다고 확인해 주었고, MBC <사과나무>에서 본인 스스로 고졸이었다고 이야기한 것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정덕희 교수는 지속적으로 학력위조에 시달리고 있고 "내 입으로 학력을 속인 적이 없다"면서 "사회가 나를 석사로 만들었다"며 울먹였다. 이번엔 연극배우 윤석화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했다는 학력에 대해 고해성사를 했다. 자진해서 밝힌 것으로, CM송을 부르던 시절에 철없는 거짓말을 했으며 30년간 자신을 옥죄였다고 말했다.

당분간 문화계와 방송계에서 일제히 학력검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진해서 밝히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비난의 대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은 학력을 위조, 소위 '간판'을 이용해 이득을 취했기에 잘못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의 학력 위조 파문을 바라보면서 두 가지를 느껴야 한다.

일류대 지향적인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첫 번째는 바로 정덕희 교수가 울먹이며 말한 부분이다. 학력을 속인 적이 없는데, 사회가 자신을 석사를 만들었다는 그 말. 그렇다.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주구장창 부모님과 선생님들로부터 일류대 지향적인 발언을 들어야만 했고, 강요당하며 살아왔다.

실제로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한국 엄마들의 교육열을 풍자한 드라마가 등장했을 정도로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 최강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소위 '서울대' '연세대' 등의 일류대에 들어간 이들을 대단한 사람들로 여긴다.

즉, 이러한 사회 풍토로 인해 대부분 저명인사들이 거짓으로 간판을 내세워야 했다. 사실 연예인들을 볼 때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대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신문에 한두 차례 언급되는 일이 많다.

김태희는 서울대 김태희고, 서경석도 서울대 서경석으로 불린다. 그리고 타블로도 미국 스탠포드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풍토 자체가 우리 스스로 일류대학병을 심각하게 앓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들은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류대학 어디를 나왔다고 하면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가령 소개팅을 나갔다고 하자. 소개팅 상대 남자 혹은 여자가 일류대 출신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점수를 반쯤 받고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일류대 출신들은 인맥으로 인해 직위가 올라가는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모두 '서울대'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분명 '일류대 지향 풍토' 때문이며, 그들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연예계가 아닌 미술계, 문화계는 더욱더 학벌 위주로 파벌이 형성되어 있기에 그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데 일조한 것은 우리 사회다. 물론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진짜 학벌을 내세우고도 성공한 이들은 많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일류대를 지향하는 풍토가 만연한 시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엔 어쩐지 가혹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참에 철저하게 규명하고 밝히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한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말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궁극적으로 일류대를 지향하는 슬픈 자화상을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류대가 사회적 성공 전제 조건은 아니다!

두 번째는 이들의 학력 위조가 밝혀지면서, 성공하는데 일류대가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분명 학력을 위조했지만 그들이 주목을 받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것은 그들의 탁월한 능력 덕분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일류대를 나온다 해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며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역으로 우리는 일류대를 지향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덕희 교수는 고졸 출신이지만 그녀의 경력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여느 대기업에서 강의를 수백 번도 더 하며 인기강사로 군림해왔으며 모두들 그녀의 강의를 듣고 수긍했다. 또한 서태지를 보라. 소녀팬들을 열광케 했던 그는 음악계의 천재로 불릴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학력은 중졸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필수 조건은 개개인의 노력과 전문성이지, 학력이 아니다. 이른바 가방끈에 한이 맺힌 부모세대들이 자녀들에게는 그것을 대물림하기 싫어했던 탓에 오늘날 이 같은 현실이 일어나버렸다.

더욱이 이번 파문은 문화계, 방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화계와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전문직이다. 그들에게 학력은 필요 없다. 노래를 잘하고, 연기를 잘하고, 인테리어를 잘 만들고, 그림을 잘 그리면 될 뿐이다.

윤석화가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면 그것으로 그녀의 할 일을 다한 것이지 이대출신이라는 사실을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서태지가 '컴백홈'을 부르며 한국 교육계를 질타했던 모습을 보면서 중졸이어도 대단한 가수라는 사실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태에 대해 그저 개개인에게 질타하고 비난하며 거짓말쟁이로만 몰아가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 그들을 거짓말을 하게끔 만든 우리들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태그:#일류대, #학력 위조, #서울대, #학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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