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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차 ‘Free Burma Campaign(korea)’ 모습
ⓒ 인권실천시민연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때로는 농 짙은 전라도 방언의 구수함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때로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들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화려한 휴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아마도 두 가지로 함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데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영화 실화라면서…."

물론 광주의 비참한 상황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27년 전 광주에서 자행되었던 군부독재의 잔인한 탄압과 폭력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가 없는 세대들에게 영화 화려한 휴가는 나름 의미 있는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이 다 잘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편협함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을 하는 영화였던 것 같았다.

이제 상황을 1988년 버마로 옮겨 보기로 한다. 1962년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네윈의 버마식 사회주의는 1986년을 기점으로 버마를 돌이킬 수 없는 경제공황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상황은 군부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염증으로 맞물려 버마인들의 불만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1988년 8월 8일 민주화운동의 발단은 같은 해 4월 버마의 수도 양곤의 카페에서 대학생들 간의 싸움으로 시작이 되었다. 싸움의 원인이 된 학생이 집권정당 간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석방이 되자 이에 대한 항의로 버마의 민주화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과 대학생들의 요청이 확산되어 88년 8월 8일 오전 8시를 기해 전국적인 시위가 시작되었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8월 26일 집회에 50만 명의 인파를 불러 모으며 버마 민주화의 상징이 된다.

설정된 상황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버마와 한국의 민중들은 국민이 그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간단하고도 명백한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쏟았다. 그리고 2007년 한국은 1980년 광주의 상황을 영화화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그러나 1988년에서 19년이 지난 버마의 상황은 아직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현재에도 상상할 수 없는 강제노동, 언론탄압 등 셀 수 없이 많은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돌아가면 정치범으로 몰려서 평생 감옥살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버마 활동가들 역시 이와 같은 탄압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버마의 시민들은 대다수가 1980년 광주의 시민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집안에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군인들과 총과 칼로 자신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군부독재에 맞서 이들은 좌절하지 않으며 꿋꿋이 민주주의의 염원을 담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8월 8일이 다가온다. 무슨 일을 해도 항상 여유가 가득해서 보는 이들을 약간 불안하게도 만드는 한국에 거주하는 버마의 친구들은 8월 8일을 위해서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버마 8888민중항쟁' 기념행사 개최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제30차 버마자유운동(Free Burma Campaign-Korea)에서도 기념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1980년 광주 민중항쟁 당시 광주의 상황을 알린 것은 우리나라의 언론사가 아니라, 외신들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언론사들은 광주의 상황이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광주의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가기 바빴다.

2007년 8월 8일 이제는 우리나라의 시민들과 언론이 1980년 광주 민중항쟁 당시의 외신이 돼 버마의 상황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는 것은 큰 욕심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인턴활동가인 이주현 학생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버마 8888 민중항쟁 19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단체들이 그날의 뜨거웠던 열기와 자유를 향하는 함성을 이어나가고자 버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Free Burma Campaign(korea)(http://cafe.naver.com/freeburma)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태그:#버마, #화려한 휴가, #민주화, #8888,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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