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조선의 혼을 찾아서> 책표지
ⓒ 소명출판
언젠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분과 만나 이야기하던 중에 일본 시민단체와의 교류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가를 떠나 시민단체라는 공통분모로 만났기 때문에 공감대도 많았다고 한다. 토론도 하고 땀 흘려 운동도 하며 교류가 이어졌지만, 한국과 일본이란 입장에서 양보하기 힘든 상황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 경험을 통해 가깝지만 정서와 감정적으로는 먼 나라가 일본임을 확인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랜 역사를 통해 쌓인 감정이 현실에서도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면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인들도 일본인들도 이런 양국 사이에 앙금처럼 쌓인 감정 앞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평생을 '조선의 근대 문학사'를 연구해온 일본의 원로학자 오무라 마스오 교수가 2000년 4월부터 일본 신문에 연재해 온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 제목이 <조선의 혼을 찾아서>다. 일본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근대 문학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일본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표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작용할 경우 전혀 다른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 오무라 교수의 시선은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남아 있는 일본인의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거제도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한류 열풍을 불러온 <겨울연가>의 촬영지 외도의 별천지 같은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는 대목은 보통의 일본인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같은 거제도의 포로수용소를 떠올리면서 그 비극의 현장을 찾는 이가 많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오무라 교수의 각별한 생각을 느낄 수 있다.

...항일 애국시인 윤동주의 묘를 다른 사람도 아닌 일본인이 발견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발견 당시 한국과 중국이 아직 국교를 수립하기 전이어서, 한국인 학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정황만으로 위안을 삼을 수는 없었다. 윤동주가 누구인가. 그 문학적 성취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하더라도, 국민적 애송시인으로 항상 첫손가락에 꼽히는 이가 아니던가. 오무라 교수는 윤동주 묘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책 속에서)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단지 한국의 근대 문학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용운을 향한 뜨거운 시선, 온몸으로 독립 투쟁과 문학 활동에 전념했던 김학철에 대한 그리움, 4·3항쟁의 땅 제주도에서 탄생한 문학이 가장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문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욘사마 열풍 속에 담긴 한국 열풍에 대한 견해, 북한과 북한 문학에 대한 생각 등등….

더구나 <친일문학론>을 저술했던 임종국 선생과 오무라 교수의 각별했던 관계를 책을 통해 확인하면서 오무라 교수의 진면목이 느껴졌다. 오무라 교수는 임종국 선생이 사는 집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에 올 정도로 각별했던 관계였다. 오무라 교수는 임종국 선생을 '신념을 가진 인간'으로 높이 평가했고, <친일문학론>을 일본에서 번역 출판했다.

오무라 교수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은 때로는 진심 어린 충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초조감에 젖어 있는 한국에 대한 충고, 남북 공동의 민족 문학 모색을 위한 조언 등이 그것이다.

오무라 교수의 <조선의 혼을 찾아서>란 책을 읽으며 문득 박노자 교수가 떠올랐다. 관점과 입장은 다르지만 한국인 이상으로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생각에서였다.

덧붙이는 글 | 심원섭, 정선태 옮김/소명출판/10000원


조선의 혼을 찾아서

오오무라 마스오 지음, 심원섭.정선태 옮김, 소명출판(2007)


태그:#조선인의 혼을 찾아서, #한국문학, #오무라 마스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