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른 여성과 장기간 부적절한 불륜관계를 맺었다면 경찰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한 행위인 만큼 해임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라남도 신안군 지역의 한 파출소장이던 김아무개(52)씨는 2002년 8월부터 A씨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주로 휴무일을 이용해 A씨 등 지역주민들과 수십 회에 걸쳐 1점당 100∼200원 내기의 고스톱을 했다.

그러던 중 2003년 1월 1일 김씨는 평소 호감을 품고 있던 A씨와 성관계를 맺었고, 그 때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 왔다. 이후 5월경 A씨가 이사를 가게 되자, 김씨는 A씨에게 관계를 청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거부하는 바람에 관계를 계속 유지해 오던 중, A씨가 방을 얻어 줄 것을 요구해 김씨는 2004년 3월 A씨에게 아파트를 얻어 주고, 자주 들러 만나곤 했다.

김씨는 2005년 10월 A씨와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A씨가 자신의 처에게 불륜관계를 알리겠다고 해서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런데 A씨가 술에 취해 술병 등을 깨뜨리며 소리를 지르고, 윗옷을 모두 벗고 고함을 질러 김씨는 홧김에 A씨의 뺨을 때렸다. 이 사건은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김씨에게 “부인과 이혼하고 자신과 함께 살든지, 그렇지 않으려면 5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가 응하지 않자, A씨는 불륜관계를 김씨의 아내에게 알리고 진정을 냈다.

김씨는 또 2004년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노래방에서 도우미 2명을 불러 노래를 부르며 유흥을 즐기기도 했다.

A씨의 진정으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씨는 전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2005년 11월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 △품위유지 의무 등을 손상했다며 해임 통보를 받았고, 이에 김씨가 소청심사를 냈으나 역시 기각당했다.

그러자 김씨는 “이런 사실만으로 성실의무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령 징계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주로 사생활에 관한 것으로 직무 관련성이 적고, 재직기간 동안 수차례의 경찰청장 등 표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광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선재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김씨가 전남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5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별다른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고, 수차례의 표창을 받았으며, 근무성적도 상당히 우수했던 점, A씨가 원고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해 줄 것을 탄원하는 점, 원고가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A씨와의 관계를 청산한 점 등에 비춰 보면 경찰관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는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한 25년 동안 특별교양 2회를 받은 이외에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고, 반면 경찰청장 표창 3회, 전남도지사 표창 1회, 지방청장 표창 6회, 경찰서장 표창 11회 등을 받았다.

이렇게 김씨에 대한 해임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전남지방경찰청은 항소했고, 광주고법 제1특별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또 전남지방경찰청은 상고했는데 대법원의 판단은 1·2심과는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해임처분 취소 판결은 정당하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공무원의 징계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 및 성질과 징계에 의해 달성하려는 행정목적 등에 비춰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김씨는 파출소장으로 재직 당시 A씨와 2년 10개월 동안이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고, 또 자신의 결별 요구에 항의하는 A씨를 폭행해 상해를 가했으며, A씨가 김씨의 직장에 진정하게 된 경위, 지역주민들과 수십 회에 걸쳐 고스톱 도박을 한 사실, 노래방에서 도우미와 함께 유흥을 즐긴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경찰공무원은 범죄의 수사, 치안의 확보 등을 고유한 업무로 하는 공무원으로서 수사를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상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며 “김씨의 행위는 경찰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현저히 손상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록 김씨가 25년간 경찰공무원으로서 근무하면서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고 근무성적이 상당히 우수했다는 사정 등을 참작하더라도, 해임처분이 김씨의 비위 정도에 비춰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한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법, #광주고법, #경찰관, #불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