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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일 박상천 대표의 '좌파, 국정실패 인사 배제론'과 중도개혁통합신당(통합신당)과의 통합 논의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았다.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는 "좌파를 배제하자는 것은 색깔론"이라며 "박 대표가 소통합을 강행할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박상천 대표는 "확대 해석하지 말라, 중도개혁주의가 아닌 극좌세력과 함께 하면 대선에서 필패한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당의 기강이 서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또 당내에서 '대통합'을 주장하며 서명 작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결국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대통합을 주장하는 현역 의원 등이 대거 불참하는 한편 상당수 중앙위원들이 박 대표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박 대표식 통합론으로 당론을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통합신당과의 통합 협상에 대해서도 전권을 위임받고 추후 통합이 타결 될 경우 중앙위에서 다시 추인 받기로 했다.

그러나 서명을 주도한 '대통합'파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민주당의 내홍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가면 왕따 당한다"-"확대 해석하지 말라"

▲ 민주당은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위원회의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초 중앙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박상천 대표가 중앙위 직전 통합추진위원들과의 긴급 회의를 소집해 20여분간 지연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체 중앙위원 97명 중 64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합파 중에는 장상 전 대표와 엄대우 군산지역위원장만 참석했고, 이낙연·김효석 의원은 불참했다.

박상천 대표는 인사말에서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소위 대통합을 추진한다고 하고, 당내 일부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논의하고자 한다"며 운을 띄운 뒤 통합신당과의 협상 과정, 쟁점 사항 등에 대해 보고했다.

이후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대통합 추진을 위한 서명'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엄대우 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엄 위원장은 "원외위원장 92명(전체 187명)의 서명을 받았다, 소통합 논의를 중단하고 대통합추진 기구로 가야 한다"며 "소통합으로 가면 민주당의 당적을 상실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상천 대표의 '좌파 배제' 주장에 대해 "색깔론"이라고 규정한 뒤, "여기 김상현 고문을 비롯해 민주세력들이 고난을 당하고 피해를 봤는데, 열린우리당의 극단적 세력과 국정실패 책임자까지 배제하자면서 뺄셈 정치를 하면 어떻게 대선 승리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상천 대표는 "엄밀히 말하면 서명운동은 당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해당 행위"라며 "효과도 없고, 그런 분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한 뒤, "오늘 이후부터 서명작업을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표는 특히 "일부 지방언론에 '현역 의원 5명이 탈당을 논의하고 15일쯤 거취를 표명한다'고 (보도가) 됐는데 당사자들에게 확인해봤더니 전혀 사실무근이었다"며 당내 반발 세력이 크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장상 전 대표는 "대표 시절 당론 결정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당 대 당' 통합은 안된다고 했는데, 밖에 나가보니까 우리가 왕따를 당하는 형국"이라며 "2007년의 시대정신을 보고 가야한다"고 반박했다.

장 전 대표는 이어 "이렇게 가면 민주당의 역사성·정통성을 찾지 못하게 된다, 왕따를 당하게 된다"며 "당의 목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창조적이고, 또 과거지향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대통합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박상천 대표는 "확대 해석하지 말라"며 장 전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박 대표는 "여러 사람이 (배제 대상에) 분당세력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저는 그것이 과거지향적이기 때문에 뺐다"면서 "그러나 중도개혁주의가 아닌 극좌세력과 함께 할 수는 없다, 대선에서 필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또 "우리가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라 국정실패의 책임이 있는 열린우리당이 국민들로부터 해체 명령을 받았고 왜소화 되고 있고, 사실상 국민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의 단합과 기강이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당의 기강이 서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대통합은 대분열의 씨앗"-"6월 14일 이후에 일괄 통합하자"

▲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중앙위원회의에 앞서 통합추진회의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후 자유발언에 나선 대부분의 중앙위원들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은 대분열의 씨앗(이치호)", "대통합론은 민주당을 망하게 하는 것(김경재)", "뿌리 의식이 약한 사람이 당내에서 대통합을 주장하면서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있다(김충조)" 등 박상천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정재책 위원장 등 충남도당 상무위원회는 "좌편향 및 분당과 국정파탄 책임자까지 포함된 무원칙한 잡탕식 통합은 대의명분과 당원 및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선전략에 하책이므로 배척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 이날 회의에서 보고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이인제 의원도 "박상천 대표가 중심이 되어 하고 있는 통합에 대해 다소 의견이 다르고 접근 방법이 다르더라도 지혜를 하나로 모아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세했다. 이윤수 전 의원 등은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여권 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통령으로 안된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정오규 부산시당위원장과 배기운 전 사무총장만이 박상천 대표의 국정실패 책임자 배제론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6월 14일 열린우리당 통합 시한을 전후로 이탈하는 세력과 (대)통합을 이루자"며 통합신당과의 '소통합'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중앙위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박상천 대표가 "중도개혁 대통합이라는 기존 당론에 이의가 없느냐"고 물었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만장일치로 '박상천 통합론'을 추인받았다. 장상 전 대표나 엄대우 위원장은 이미 퇴장을 한 뒤였다.

박 대표는 "이번 통합신당과의 통합은 1단계이고, 현재 열린우리당 내 의원들 중 동참하겠다는 사람들과 2단계 통합을 하고, 3단계는 시민사회의 여러 유능한 인물들까지 통합해 나가는 계적 통합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대우 위원장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박 대표가 결국 소통합으로 가면 결행을 할 수밖에 없다, 대통합으로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행에는 탈당 등 모든 것을 다 포함한다"고 말했다. 엄 위원장은 또 "오는 4일 서명에 동참한 92명의 원외위원장과 함께 중대한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신당 "2일 의총에서 최종 결론"

한편 민주당과 막바지 통합 협상을 벌이고 있는 통합신당측은 오는 2일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양형일 대변인은 "오늘 오전 통합추진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내일(2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이제까지의 통합 협상에 대한 결과를 검토하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통합신당측이 박상천 대표의 '배제론'에 대해 "수용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해왔고, 민주당측이 통합신당측에 '호남 70%, 수도권 50%'의 지분을 요구하면서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격어왔다.

통합신당측이 2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최종 결정할 경우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방식과 지도부 구성, 당명 등 최종 합의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박상천, #대통합, #민주당, #장상, #배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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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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