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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문화재를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자신을 유지하며 지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월을 통해 온갖 어려움과 아픔을 모두 다 승화시켰기 때문에 문화재가 된 것이다. 격동의 역사를 온 몸으로 부딪히며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빛이 발하는 것이다.

▲ 육각 다층 석탑(보물 27호)
ⓒ 정기상
전북 김제에 있는 금산사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다. 국보(미륵전 등)도 있고 보물(석연대, 육각다층석탑 등)도 있다. 국보와 보물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월의 햇살을 받으면서 대웅전 앞마당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경외심이 저절로 생긴다. 미륵전의 웅장함 앞에서는 그 크기에 압도된다. 그러나 문화재에서 배어나오는 향은 크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마음으로 바라보면 들을 수 있다. 슬픈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민초들이 살아가면서 겪은 고뇌어린 이야기가 이제는 전설이 되어 전해지는 것이다. 문화재에는 이 땅을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감미롭게 들리는 이야기에 젖어있노라면 감동의 물결이 출렁인다.

▲ 석연대(보물 23호)
ⓒ 정기상
금산사의 역사는 1400여년이 넘었다. 백제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과 함께 해 온 것이다. 후백제의 견훤이 유폐된 곳이 바로 여기다. 애중과 사랑이 교차하면서 세월이 축적되어 온 것이다.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다양한 문화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뿐만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이 설렌다.

천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이것을 보고 감동하였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세월을 초월하여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사는 시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야릇한 흥분을 느낄 수 있다. 온 몸에 전해지는 기운을 손을 만지면서 활기를 얻게 된다.

▲ 방등계단 사리탑(보물 26호)
ⓒ 정기상
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양식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유형을 갖추게 되면 문화가 되는 것이다. 문화재는 이런 문화의 산물이다.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상관없다. 사람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축적되어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소중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화재를 바라보면 사람의 능력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정교하고 아름다움이 크면 클수록 생기는 감탄과 존경심이 커지게 된다.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마음이 어떠하였는지를 생각하게 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받고 싶어진다.

▲ 미륵전(국보 62호)
ⓒ 정기상
살면서 사람들은 능력을 5%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재를 보면 분명 혼신의 힘을 모두 다 발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번 왔다 가는 것이 인생이다. 5%밖에 쓰고 가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닌가. 100% 아니 그 이상의 능력을 모두 다 발휘하면서 살아야 후회가 없을 것이 아닌가.

문화재에서 배우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가르침은 최선을 다 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라도 진력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문화재 앞에 서 있으면 내 삶을 돌아다보게 된다. 5%만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힘을 다 하여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금산사가 햇빛에 찬란하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금산사에서 촬영


#금산사#미륵전#석연대#육각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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