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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천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대중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45대 5"

'45'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말한 시간이고, '5'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시간이다. 29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박상천 대표는 50여분간 진행된 면담 내내 '대통합 불가론'을 역설했다.

'설득'의 형식을 갖췄지만, 자신의 범여권 통합 및 대선승리 전략에 대한 '해명'의 성격이 더 강했다.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의 '좌파, 참여정부 실정 인사 배제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박 대표에게 "배척하지 말라"며 거듭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해석에 따라서는 "대통합의 걸림돌"로 몰리고 있는 박 대표에 대한 질책에 가깝다.

박상천 "중도개혁세력 통합만이 대안"

박상천 대표는 이날 동교동 방문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할 말은 하겠다"며 단단히 각오를 다잡은 상태였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 자리에 앉자마자, 베를린자유대 제1회 자유상 수상에 대해 짧게 축하말을 전하고는 곧바로 범여권 통합 방안에 대한 얘기를 꺼내들었다.

박 대표는 "중도개혁 세력을 대통합해서 후보 단일화를 하면 능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이른바 (열린우리당에서 말하는) 대통합은 승리도 어렵고 부작용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이 말하는) 대통합이 친노파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아무튼 민주개혁 세력이 다 포함되는 것을 대통합이라고 하는데, 누가 들어오고 안들어오고 하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후 박 대표는 "소위 대통합을 하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 우리가 대통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라며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에 대한 문제점을 길게 설명했다. 그는 "현재 열린우리당에는 이질 세력들이 많이 들어와 자기들끼리 분규를 일으키는 등 도저히 정책합의를 할 수 없다"며 "더 중요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은 `잡탕식 통합`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 대표는 또 "민주당은 대통합을 하고 싶더라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2005년 2.3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을 만장일치로 반대하는 특별 결의를 채택했다"며 "만일 통합을 하기 위해서 전대를 다시 열면 아무리 내가 앞장선다고 해도 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도개혁세력 대통합만이 대안"이라며 "국정실패 책임자 극소수를 제외한 열린우리당 대다수를 중도개혁통합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해, 특정인사 배제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만일 중도개혁통합정당을 만들고 열린우리당 잔류 세력이 대선후보를 낼 경우 표가 갈라질 우려가 있다"며 "그 때는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마지막으로 "김 전 대통령이 조금만 도와주면 중도개혁 대통합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표가 연구를 많이 했군요"라고 화답했고, 박 대표는 거듭 "조금만 도와주면 극소수의 국정실패 책임자만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을 포용해서 한나라당과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희망도 갖지만, 잘 될 것인지 걱정"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것은 비한나라, 중도개혁세력, 재야까지 합쳐서 대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일정당으로 하던가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게 안되면 연합전선식으로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박 대표가 끝까지 단일화하겠다고 해서 희망을 갖지만 잘 될 것인지 걱정도 있다"면서 "서로 감정이 악화되지 않도록 배척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배제론'을 정면으로 지적한 셈이다.

나아가 김 전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대선보다 총선에 관심이 있다는 오해도 있는데, 단일후보를 이뤄내지 못하면 국민 앞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나는 단일화가 되기 전에 범여권의 어느 후보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만일 지지도가 열세인 쪽이 단일화에 응하지 않으면 국민 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박 대표를 은근히 압박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 대해 민주당측은 "그동안 언론보도에서 박상천 대표의 배제론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을 했다고 했지만, 오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며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표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측은 이날 박상천 대표와의 면담을 끝으로 당분간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갖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민주개혁 세력 다 포함되는 것이 대통합"
김대중 전 대통령-박상천 민주당 대표 대화록 요지

박상천 "독일에 다녀오신 것 축하드린다. 보도에 보면 김 전 대통령께서 민주당의 통합 방안과 대선 전략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은데, 설명을 드리려고 왔다. 저희는 중도개혁 세력을 대통합해서 후보 단일화를 하면 능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대통합은 승리도 어렵고 부작용도 많다. 대통합이 친노파도 포함되는 것이냐?"

김대중 "아무튼 민주개혁 세력이 다 포함되는 것을 대통합이라고 하는데, 누가 들어오고 안들어오고 하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다."

박상천 "소위 대통합을 하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 우리가 대통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분당 당시와 많이 다르다. 만일 분당 후 6개월 만에 다 합치라고 하시면 즉시 합칠 것이다. 그러나 그 때의 열린우리당과 지금은 많이 변했다. 우선 이질 세력들이 많이 들어와서 자기들끼리 분규를 일으키고 있다. 탈당해 나온 통합신당 의원들에게 왜 탈당했냐고 물어보니까 견해차가 너무 커서 도저히 정책 합의를 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점이다. 국정 실패, 특히 민생 경제의 실패로 인해 국민들이 등을 돌렸고, 대선 때까지 국민 신뢰를 회복 할 수 없다. 만일 부정사건으로 인한 지지 실추라면 해당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회복이 가능한데 그것과 다르다. 국민은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 5.31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 이긴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열린우리당대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는 이길 수 없다. 17대 총선 이후 재보궐 선거에서 40대 0으로 열린우리당이 전패했다. 이렇게 되자 스스로 탈당을 하고 당 해체를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해서 대통령까지 탈당했다. 국민지지를 완전히 상실한 것은 자기들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4.25 재보선은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국정실패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세력이 한나라당과 대결하면 정상적인 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만일 대통합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무분별하게 통합하면 정도의 차가 큰 이질 세력이 모이기 때문에 대선 공약 채택도 어렵고, 엄밀하게 보면 그것은 정상적인 정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당이란 이념과 정책 노선이 같은 사람들의 결사체다. 만일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바로 해체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눈에 확대된 열린우리당으로 보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대통합은 대선보다 총선을 의식한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은 대부분 옛날 민주당의 강세 지역이다. 탄핵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많다. 대통합을 해서 그들이 지역구를 장악하면 사실상 열린우리당만 남고 50년 동안 유지되어온 민주당은 소멸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민주당은 대통합을 설사 하고 싶다 하더라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2005년 2.3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을 만장일치로 반대하는 특별 결의를 채택했다. 만일 통합을 하기 위해서 전대를 다시 열면 아무리 내가 앞장선다고 해도 부결될 것이다.

대안은 중도개혁 대통합이다. 이 경우 민주당은 기득권을 상당부문 포기할 것이다. 실정에서 자유로운 정당이 새로운 정책을 가지고 국민에게 호소하면 대선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4.25 재보선이 입증했다. 국정실패 책임자 극소수를 제외한 열린우리당 대다수는 중도개혁통합에 포함시킬 것이다. 만일 국정실패 책임자로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의 얼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면 열린우리당과 같은 이미지를 준다. 실정에서 자유로운 세력이 중도개혁 정당을 만들고 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직접 만든 민주당의 강령을 중심으로 하면 된다.

(중간 생략)

그런데 제가 하나의 난점이 있다. 만일 중도개혁통합정당을 만들고 열린우리당 잔류 세력이 대선후보를 낼 경우 표가 갈라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잔존 세력이 내는 후보는 지지도가 한 자리 수에 그칠 것이다. 11월쯤 되어서 그쪽 후보의 지지도가 미미하면 사퇴할 것이다. 만일 우리 후보가 그런 상황이면 나부터 앞장서서 사퇴시킬 것이다.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줄 바에는 중도개혁당이 집권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그들도 판단할 것이다. 만일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오면 단일화 협상을 해서 디제이피 연합처럼 단일화에 발벗고 나거셌다. 대통령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중도개혁대통합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김대중 "박상천 대표가 연구를 많이 했군요."

박상천 "누군가 뒷바라지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께서 조금만 도와주면 극소수의 국정실패 책임자만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을 포용하여 친노파든, 민노당이든 모두 포용해서 한나라당과 맞서겠다. 그런데 시점이 중요하다. 처음에 중도개혁통합정당을 출범 시킬 때 열린우리당과 명백히 다르다는 차별성만 인정 받으면 확실히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 국민의 신뢰를 어느정도 얻고 나면 친노든 누구든 후보단일화를 해서 함께 가는 것은 국민들이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처음부터 그들과 함께 하면 불신을 갖게 된다."

김대중 "내가 지금까지 말해온 것은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 뜻에 따라서 가야 하고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비한나라, 중도개혁세력, 재야까지 합쳐서 대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실망이 깊어지기 전에 대통합해야 한다. 그래서 단일정당으로 하던가 원외지구당위원장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게 안되면 연합전선식으로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

박 대표가 끝까지 단일화하겠다고 해서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잘될 것인지 걱정도 있다. 정몽준,노무현 단일화 했듯이 포기하지 말고 해라. 서로 감정악화되지 않도록 배척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대선보다 총선에 관심있다는 오해도 있는데, 단일후보 이뤄내지 못하면 국민 앞에서 책임져야 한다. 나는 단일화되기 전에 범여권의 어느 후보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박상천 "대통령의 뜻은 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과 일대일의 대결을 하라는 것 아닌가."

김대중 "박 대표는 현명하고 판단력이 탁월하니까 국민의 뜻을 잘 생각하고 마지막 단일화는 틀림없이 할 수 있도록 잘해라."

박상천 "마지막 후보 단일화는 틀림없이 해 내겠다."

김대중 "만일 지지도 열세인 쪽이 단일화 응하지 않으면 국민 여론이 가만이 있지 않을 것이다."

박상천 "그것은 능히 가능하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에 있는 분들도 개인적으로는 다 가깝다. 정세균 의장을 비롯 (여러사람의 실명 거론하면서) 다 인간적으로 훌륭한 분들이고 지금도 정치 떠나서 아깝다. 과거 민주당 대선팀이 다 살아있으니, 중도개혁통합을 빨리 끝내고 대선 준비 들어가겠다. 그런데 열린위당이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사람들 못 나가게 붙잡고 있다. 그 기한이 6월 14일이다. 한나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불리하다. 대선때 이들의 선거 개입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중 "여하튼 단일화든 연합이든 국민 앞에서 힘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상천 "처음부터 무조건 합치면 신뢰를 상실한다."

김대중 "그런 일은 실제 일을 하는 여러분이 판단해서 하고, 어떤 일이 있듯지 단일 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후보다."

박상천 "지금 새로운 인물을 찾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김대중 "박 대표의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후보와 연결 되어야 한다. 지난 4.25 재보선은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이다. 후보가 없으면 만들고 키워내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표가 잘 해라."

태그:#박상천, #김대중, #대통합, #배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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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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