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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경

5월 초파일이 며칠 앞입니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부처님을 쏙 빼닮은 꽃들을 떠올려 봅니다. 불두화(佛頭花), 부처손, 부처꽃, 지장보살(풀솜대)을 바라보며 꽃마다에 딱 맞는 이름과 의미를 부여해 준 우리 조상님들께 새삼 경외감을 드리곤 합니다.

불두화가 푸른 5월을 한참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 꽃은 초파일을 전후해 피어나 볼수록 더욱 신통하고 그윽하기 그지없습니다. 부처님의 곱슬곱슬한 머리를 닮아 불두화가 되었답니다. 하얀 고깔 모양을 보고 스님들은 승무화(僧舞花)라 부르기도 합니다.

▲ 불두화
ⓒ 윤희경

불두화는 처음엔 연초록색으로 피어납니다. 연초록일 때가 가장 풋풋하고 싱그러워 제일 아름답습니다. 스님들이 출가해 머리를 깎을 때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러다가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 하얀색으로 변합니다. 스님들이 도를 닦아 마음을 비우고 무소유 경지까지의 불심이 깊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불두화는 우아함과 그윽한 향기로 5월의 한낮을 더욱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꽃은 무성화(無性花)여서 풍성하고 탐스러우나 씨가 없습니다. 씨가 없으니 자손이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불심이 깊은 나무, 스님들의 성품을 쏙 빼닮은 꽃이기도 합니다.

이 꽃을 보면 그 풍성함 속에서 항상 숭얼숭얼 염불하는 독경소리를 듣습니다. 부처님 설법도 듣고 고승들의 법문도 듣고 가까운 절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도 듣습니다. '숭얼숭얼' 꽃 속에서 부처님 목소리 듣습니다.

부처손, 부처님은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千手千眼)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처님 손 숫자가 많아야 하는 까닭은 험난한 세상에 보듬고 쓰다듬어줘야 할 중생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부처손이 쉼 없이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할 적마다 자비의 은총과 푸른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고통의 바다(苦海)를 건너며 겪었을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받는 중생들의 우울한 마음을 씻어내리고 새로운 나라를 맞이하도록 자애로운 손과 눈빛으로 가없는 사랑의 사인을 보내고 있습니다.

▲ 부처손
ⓒ 윤희경

그러자니 부처 손은 늘 푸른 마음이어야 하고 푸른 식물로 세상을 맑게 걸러내느라 손길이 바쁩니다. 암을 비롯해 부인병을 다스리고 기관지 천식과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데 많은 효험을 갖고 있다 전해오고 있습니다.

지장보살(풀솜대)은 부처님의 사멸(死滅) 후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 불(佛)이 없는 세상에서 중생을 구원해내는 보살입니다. 지장보살은 죄업으로 고통 받는 일체 중생들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구원해내기 위해 이생은 물론, 지옥 어느 곳에도 나타난다 합니다.

▲ 풀솜대, 또는 지장보살이라고도 합니다.
ⓒ 윤희경

솜대는 대나무의 일종으로 솜 같은 하얀 반점이 일어 붙여진 이름인 데 하얀 가루에서 절 냄새가 난다 하고 스님들의 향기가 풍겨나 지장보살이라 부른답니다. 꽃이 피어 위로 올라갈수록 털이 많아지고 꽃이 지면 가루처럼 하얗게 말라갑니다. 지금 꽃물이 거의 지고 있습니다. 초파일을 맞이해 중생구제를 멈추고 부처님을 만나러 먼 길을 떠나려나 봅니다.

부처꽃은 연못이나 호수가 늪지에서 연꽃과 수련을 따라 피어납니다. 꽃말이 호수, 정열, 사랑의 슬픔입니다. 아마도 호수 같은 넓은 마음과 사랑의 자비심으로 피어나 세상을 향기롭고 맑게 씻어내려나 봅니다.

▲ 부처꽃
ⓒ 윤희경

애별이고(愛別離苦)란 말이 있습니다. 고통 중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만큼 더한 슬픔은 없을 것입니다. 누구든 좋아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부처꽃은 '사랑의 슬픔'을 품고 피어나 헤어짐을 준비하라는 암시를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해맑은 5월 하늘 아래 초파일을 며칠 앞두고 부처를 닮은 꽃들을 대하며 날마다 마음이 더 맑고 향기롭게 되었으면 하고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카페 '북한강 이야기' 윤희경 수필방에도 함께합니다. 우측상단 주소를 클릭하면 쪽빛 강물이 흐르는 북한강 상류에서 고향과 농촌을 사랑하는 많은 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불두화#부처손#지장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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