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3에서 영웅은 이웃집 친구의 이미지다. 여자친구의 공연장에 찾아가서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이는 파커에게 여자친구는 말한다. "You are such a nerd."(너는 얼간이야) 바보같은 샌님이 영웅이 되는 이야기. 스파이더맨은 영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수십층 높이의 건물에서 떨어지는 시민을 구해준 스파이더맨을 위해, 시민들이 마련한 시민훈장 수여식. 파커는 자신을 영웅처럼 떠받치는 시민들에 의해 한껏 들떠있다. 반면 언론의 악평으로 브로드웨이 극단에서 쫓겨난 신세가 된 메리제인은, 풀이 죽어 남자친구를 위한 잔치에 나타난다. 여자친구의 사진을 찍던 파커, 그의 두번째 샷은 여자친구를 빗겨 그 뒤에 있는 스파이더맨 자신을 향한 찬양 플래카드에 꽂히고 만다. 영웅의식에 들떠있는 파커의 눈에 여자친구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 파커는 제인의 남자친구가 아닌, 스파이더맨이었다.

시민들에 의해 영웅으로 추앙받는 스파이더맨. 그 영웅 의식에 사로잡힐 때, 파커는 자신을 잃고 허황된 꿈을 꾸게 된다. 스파이더맨은 영웅으로 추앙받지만 파커 자신은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웃에게 욕을 해대는 '악한'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 영웅 영화는 더 이상 세상을 구원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영웅 그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갈등하는 영웅의 모습. 그것은 삶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악당은 또 어떤가. 현란한 그래픽으로 '천지창조'를 떠올리게 하며 등장한 샌드맨은 헐리웃 영웅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당이 아닐까 싶다. 그의 등장과 퇴장이 다소 뜬금없긴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삶의 무게로 갈등하는 악당의 모습을 잘 그려 주었다. 그는 말한다. '나는 단지 운이 없을 뿐이었다. 나를 용서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악당을 죽이지 않고, 영웅과 악당이 '화해'한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고, 그 선택의 방향에 따라 우리는 모두 영웅도, 악당도 될 수 있다. 스파이더맨과 샌드맨의 화해는 바로 그런 거다. 미국 사회의 수많은 갈등을 치유하자는 국민계도적 메시지로 비치는 것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지만(마지막에 스파이더맨이 악당을 물리치러 나타날때, 펄럭이는 성조기가 배경으로 깔리는 것을 보았는가.), 뚜렷한 선의 존재와 또한 뚜렷한 악의 존재, 그리고 그 대결이라는 영웅영화의 공식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은 충분히 신선하다.

1편에서, 스파이더맨은 위대한 힘에는 위대한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전하며 메리 제인을 향한 '사사로운'감정을 억제하고 그녀의 곁을 떠난다. 이 영웅의 사랑이 3편에서 어떤 결말을 맺었을까.

스파이더맨에서 영웅은 더이상 '완벽한'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똑같이 살아가는 보통사람들, 그들이 모두 영웅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영웅들이 지켜야 할 것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람들이다. 결국 파커는 메리제인이 노래를 부르는 바를 찾아간다.

결혼을 이야기하는 파커에게 숙모가 물었던 말. "Can you always put her before yourself?"

그것이 지구를 지키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2007-05-06 09:20 ⓒ 2007 OhmyNews
스파이더맨3 토비 맥과이어 영웅 선과 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기쁨을 느끼고자 합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시각을 형성해 왔다고 믿는데 이제는 저의 작은 의견을 개시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