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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차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
ⓒ 정현순

"아저씨 거기 들어가도 되나요?"
"무슨 일이세요?"
"네, 시민기자인데 사진 좀 찍고 싶어서요."

이렇게 해서 119 이동안전체험차량에 나도 들어갈 수 있었다.

며칠 전,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들어가던 중 아파트 앞마당에서 아이들의 모습과 소방차가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 근처까지 갔다가는 도로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 사진을 찍으려면 겉모습만 찍으면 안 되잖아. 소방차 안에도 들어가야 하고…'하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이다. 저만치 가다가 '아니지 그래도 한번 부딪혀 보자'하고 다시 소방차 있는 곳으로 갔다.

그날은 시흥시 어린이집 아이들이 119 이동안전체험을 하는 날이었다. 이날 119 안전 체험은 교통안전, 화재, 가스안전, 전기, 지진, 열, 연기로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119 이동안전체험은 경기도 소방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신청하면 된다. 인기가 아주 좋아 신청을 하고 두 달 정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고 한다. 한 번에 5명씩 소방차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이준영 소방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 정현순

▲ 연기가 자욱한 지진 체험실
ⓒ 정현순

"불이 나면 어떻게 하지요?"
"도망가요."
"맞아요. 도망가야지요. 그리고 아주 큰 소리로 불났어요, 도와주세요, 따라서 해봐요."

아이들은 아주 심각하게 따라서 합창을 해본다.

연기가 자욱한 지진 체험실.

"연기가 날 땐 코를 막아야 해요."
"네~~~."
"그리고 살금살금 벽을 잡고 문을 열고 나가면 됩니다."

▲ 소방관이 들고있는 빨간 불에 의지하고 들어간다
ⓒ 정현순

▲ 지진체험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아이들
ⓒ 정현순

아이들은 소방관이 시키는 대로 벽을 잡고 살금살금 연기가 자욱한 지진 체험실로 들어간다. 자욱한 연기 속에 코를 막고 앞 친구를 잘 따라가고 있다. 오히려 내가 아이들보다 더 더듬더듬 거리자 소방관이 빨간 불을 비추어 주기도 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가 자욱했지만 아이들은 두려워하거나 울지도 않았다. 이때 한 아이가 무섭다고 울면 모두 따라서 운다고 한다. 자욱한 연기 속을 지나 대피소에서 나와 다시 가스 체험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간다. 높은 계단이지만 아이들은 늠름하게 잘도 올라갔다.

▲ 소화기 체험에 나선 아이들
ⓒ 정현순
▲ 불이 났을 때 소화기로 불을 끈다
ⓒ 정현순

가스 안전체험실로 자리를 옮겨간 아이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티끌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하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불이 나고 있을 때 안전핀을 뽑고 소화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체험하게 되었다. 아주 용감하고 의젓한 모습이었다.

▲ 3층 경사 하강식을 기다리는아이들
ⓒ 정현순
▲ 내려가는 아이
ⓒ 정현순

소화기 체험이 끝난 아이들은 다시 3층으로 올라간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소방관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정말 잘 따라 한다. 3층은 경사 하강식 하는 곳이다. 아이들을 무사히 대피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높은 소방차이지만 아이들은 소방관의 지시에 따라 하니깐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다.

아래에서는 다른 소방관 아저씨가 아이들이 무사히 내려오는지를 잘 돌봐주고 있었다. 또 그곳에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구급대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내려가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내려간다고 한다. 난 어째야 하나 하고 망설여졌다. 다른 사람이 번지점프나 놀이기구를 타는 것만 봐도 가슴이 울렁울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6살 아이들도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큰 마음먹고 내려가려고 그 앞까지 갔지만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었다. 내가 몇 번이나 망설이는 것을 본 소방관이 "편한 대로 하세요" "정말 못 내려가겠어요"하고 지진체험실 담당 소방관을 따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아이들이 더 대견해 보였다. 나도 하지 못한 일을 저런 어린아이들이 해냈으니 말이다.

▲ 체험을 한 아이들, 기다리는 아이들
ⓒ 정현순

소방차 앞에는 먼저 경험을 한 아이들과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경험을 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어땠어요. 안 무서웠어요?" "안 무서웠어요, 재미있었어요" 한다.

인솔한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2~3학년이 되어도 이 경험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는다고 해요" 한다. 해마다 체험학습 설문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날 시흥시에 있는 4군데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직접 해 본 아이들은 평소에 일이 닥쳐도 조금은 덜 당황하고, 더욱 조심하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 또 지진체험과 가스안전체험 등 모두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은 모두 시민기자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번 용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스스로 놀라곤 한다.

태그:#119안전체험, #소방차, #어린이집, #가스안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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