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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지방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불포화지방산인 식물성기름을 마가린이나 쇼트닝 등으로 가공할 때 주로 생긴다는 트랜스 지방. 특히 아이들이 즐겨 먹는 쿠키나 케이크, 도넛 등에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엄마'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달콤하기만 한 과자나 가공식품들이 몸에 '아주' 나쁘다는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회자됐던 이야기. 그 중심에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2005, 국일미디어)의 저자 안병수(51·후덱식품건강연구소 소장)씨가 있다.

16년 동안 유명 제과업체에서 신제품 개발업무를 담당했던 안병수씨. 그래서일까? 그가 들려주는 가공식품의 유해성은 충격적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후덱식품건강연구소 사무실에서 안병수씨를 만나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과 그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중소업체들 때문에 책 내는 것을 몇 번이나 고민

▲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겉그림.
ⓒ 국일미디어
- 책을 낸 후 과자업체로부터 협박은 없었나?
"직접적인 협박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 경기가 안 좋은데 방송(추적 60분)이 나가고 더 죽을 맛이다' 'OOO제과 회사가 문 닫았다더라'식의 엄살 섞인 간접적인 볼멘소리를 많이 들었다. 큰 회사들은 그래도 타격이 적었지만 작은 영세업체 중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곳도 있었다.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는 것을 알렸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그때 친환경식품개발에 주력하여 지금은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유리해진 업체도 있다. 이 경우 전체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가 훨씬 유리하다.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 식품첨가물, 가공식품의 해악을 알리는 전도사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제과업체를 떠나 다른 일을 하던 중이었다.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식품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다 보니 식품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막연히 불안해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아닌가! 그런데도 너무 교과서적인 책들만 있는 현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토대로 누구나 알기 쉬운 식품상식을 써볼까?' 등은 늘 해오던 생각이었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쓰다 보니 제과업체에서 일하면서 알고 있던 가공식품의 실체를 밝히게 된 것이다. 반드시 알려야 하는 사실과 한때는 동료였던 사람들의 밥줄 사이에서 고민하다, 여러 번 글쓰기를 그만 두었다."

그는 작은 규모로 어렵게 살고 있는 식품관련업체 사람들이 떠올라 여러 번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끝내 놓을 수 없었다고. 이때마다 힘이 되었던 것은 아내. 아내는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아 좋은 제품을 찾으면 결국 제조업체들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계속 용기를 줬다고.

트랜스지방, 왜 위험한가

▲ '전체식품 중 트랜스 지방과 허용 지방 중 트랜스 지방 허용치'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 김현자
얼마 전까지 트랜스 지방은 일반인들에게 낯설었다. 동물성 기름에 비해 식물성 기름이 안전하다는 생각에 마가린에 밥을 비벼먹고 식물성 기름을 쓴 드레싱이 다이어트 식품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새 트랜스 지방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아이들 입에도 트랜스지방이 화제가 될 정도다.

액체상태의 기름은 고체상태의 기름보다 보존기간이 짧고 운반과 보관이 불편하다(고체상태 기름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 몇 년이 지나도 큰 변질이 없단다). 그래서 액체 상태에 수소를 첨가하여 고체 상태로 굳히는데 이때 생기는 것이 트랜스 지방이다. 대표적인 것에 쇼트닝과 마가린이 있는데, 쇼트닝에는 10~20%, 마가린에는 20~30%의 트랜스 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 구체적으로 트랜스 지방이 왜 위험한 것인가.
"지방이 과다 축적되면 좋지 않은 것이지, 모든 지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몸의 기초대사 등에 반드시 필요한 지방도 있다. 트랜스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신진대사에 필요한 지방을 몰아내고 혈관에 쌓이면서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 발암의 원인이 된다.

또 신진대사를 교란하여 만성피로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정신분열증이나 행동과잉 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트랜스 지방이 우리 몸에 머무는 기간은 51일, 신진대사에 필요한 지방은 18일간 몸속에 머문다. 때문에 매일 트랜스 지방을 조금씩이라도 섭취하는 경우 위험은 훨씬 증가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복병들이 언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 최근 제과·제빵업체들이 '트랜스 지방 제로화'에 나섰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인지?
"트랜스 지방의 위험성도 모르고 먹던 때보다 그래도 낫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 제로화'는 불가능하다. 현재 몇몇 업체들이 저감제품(트랜스지방 제로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예전의 수소첨가 방법 대신 3가지의 방법으로 생산한다. 에스테르 반응에 의한 가공과 미생물의 힘을 이용한 미생물 발효법이다.

하지만 에스테르도 화학물질이고 안전성이 검증 안 된 상태다. 미생물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수많은 화학물질과 과다 농약사용으로 인한 중금속의 위험이 수십 년이나 지나 나타난 것처럼 우리 몸이 임상실험에 이용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제2의 트랜스 지방이 될 소지도 얼마든지 있다.

세 번째로 식물성 기름에서 포화지방만 분별하여 고체기름을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팜유에는 특히 포화지방이 많다. 포화지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현재 '트랜스 지방 제로화'를 선언, 저감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 있다. 그런데 '트랜스 지방 제로'라는 말을 표기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저감을 하였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저감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하며 저감방법을 학계로부터 검증받는 절차도 꼭 필요하다고 안병수씨는 말한다.

트랜스 지방이 가장 문제 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BRI@- 23일, 식약청이 "선진국에 비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또 소비자가 알기 쉬운 1회 분량 기준으로 0.5g미만이 들었을 경우, '트랜스지방 0(제로)'로 0.2g 미만이 함유돼 있을 때는 '무(無) 트랜스지방'이라고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표기법의 문제는 없는 건가?
"미국의 기준일 뿐, 훨씬 엄격한 나라들도 있다. 화학물질인 트랜스 지방은 우리 몸에 100% 해로운 만큼 최대한 엄격한 나라의 방식을 따랐으면 한다. 0.5g 이하 '무(無) 트랜스지방'표시는 1회 분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허용 트랜스지방 함량이 달라진다. 단 0.1%라도 함량을 일일이 표시하는 방법이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올해 말까지 '미국의 기준을 따를 것인가. 일일이 함량을 표시 하는가'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트랜스지방이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다. 일본과 우리나라에 패스트푸드가 가장 많이 상륙한 영향도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젊은 층과 어린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를 많이 선호하는 추세라 더 위험하다. 때문에 지금 최대한 엄격한 법을 적용해야 한다."

- 트랜스지방 관련,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은 어떤가?
"미국은 현재 0.5g이하를 트랜스지방 제로라고 하지만 앞으로 더 강화될 계획이다. 2007년 7월1일부터 뉴욕시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름에 1회 제공 기준 트랜스지방을 0.5g미만으로 규제하고 2008년에는 패스트푸드점 서빙제품에도 규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그 나라의 전통 조리법이 많이 유지되고 있어서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현재 관심을 갖고 주목만 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덴마크는 2003년부터 전체식품의 지방이 차지하는 양에서 2%를 허용하고 있다. 가령, 100g짜리 과자 한 봉지가 있다면 이중 2%는 2g이지만, 100g중 지방이 20g이라면 2%는 0.04g이 된다. 덴마크는 지방 전체는 물론 트랜스지방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가장 모범적인 국가다."

부드러움과 바삭바삭함 속에 숨어 있는 트랜스 지방, 대안 없나

▲ "식품성분표시를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자
-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다 보면 먹을 수 있는 것이 극히 한정된다.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
"현대인의 먹거리들은 오염 투성이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노력에 따라 오염과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야채 등으로 직접 요리하여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슘제나 비타민제 등을 먹는 것보다는 식품에서 몸에 필요한 성분을 얻는 태도도 필요하다. 식품첨가물이나 트랜스 지방, 항생 물질을 100% 막을 수는 없어도 최대한 멀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식품 중 특히 피해야할 음식이 있다면?
"극장 등 시중에서 사먹는 팝콘(전자렌지에 튀겨먹게 가공된 팝콘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먹는 감자튀김, 케이크나 페스츄리, 옥수수(횟집 등에서 제공되는 조리된 옥수수)등에 특히 더 많다. 케이크의 부드러운 맛은 쇼트닝이 만들고 페스츄리의 바삭하고 부드러운 맛은 마가린이 만든다. 비스킷도 딱딱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제품에 트랜스지방이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 지나치게 부드럽고 지나치게 바삭한 맛은 쇼트닝과 마가린을 얼마나 넣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극히 일부의 고급제품을 빼고는, 길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중 마가린과 쇼트닝을 쓰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 보면 된다."

안병수씨는 아이들 간식거리로 떡, 고구마, 감자, 호두, 땅콩, 과일 등을 추천했다. 이 중 고구마는 특히 좋은데(추천 도서: <고구마가 내 몸을 살린다>), 찐 고구마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군고구마를 해주면 누구나 잘 먹는다고. 스스로 경험했고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출간 이후 아이들 간식 고민을 상담해 온 어머니들에게 알려주었는데, 그렇게 해주니 잘 먹는다며 고마워하는 주부들이 많았다고.

시중에서 파는 '고구마 냄비'를 사서 저온으로 20분만 찌면(구우면) 되는데 냄비도 저렴하단다. 이밖에도 가급이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를 멀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고, 어떤 식품이든(과자든, 조미료든, 식품이든) 제품 뒷면의 식품성분표시를 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델식품건강연구소 소장인 안병수씨는 현재 식품문제 관련 강연과 저술로 바쁘다.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식품관련 책을 계속 저술할 계획이며 '우리가 알아야 할 지방'에 대한 책을 집필중이라고 한다.

트랜스 지방 더 알기

트랜스 지방에는 공액형과 비공액형이 있다.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트랜스 지방은 화학물질로 비공액형. 굳이 말하자면 트랜스 지방은 자연계의 모든 존재에 소량이 들어 있는데(공액형) 이것은 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에는 같지만 입체구조가 전혀 다르다.

동물성 기름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에 기초, 1911년 미국의 유지회사 크리스코가 가정용 쇼트닝을 처음으로 생산했다.

이후 50~60년대 어느 학자가 인체에 유해할 수 도 있다는 이의를 제기, 하지만 도리어 무시당한다. 지동설을 주장하여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은 갈릴레오처럼. 하지만 여성 생리학자 메리 에닉 박사가 의구심을 가지고 76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 1990년에 이 학자의 의견에 동조했고 트랜스 지방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메리 에닉 박사의 연구결과와 주장으로 다른 학자들도 관심을 갖고 연구, 위험성을 알리지만 FDA는 관련업체 등과 담합해 묵언한다. 결국 1992년 뉴욕타임즈와 미국농무성이 연구, 위험성을 인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안병수씨는 말했다. / 김현자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2005)


태그:#트랜스 지방, #안병수, #과자, #식품문제, #후델식품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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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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