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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규씨.
 선창규씨.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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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선창규(55)씨가 당시 수사한 검사들을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현재 장수군 한우유통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선씨는 지난 16일 서울남부지검에 김석우 현 인천지검 부장과 이상억  현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소했다. 지난 2009년 관련사건을 수사할 당시 김 부장과 이 부장은 각각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장과 평검사로 근무했다. 김 부장은 현재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도 맡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기 전에 피의자의 혐의를 공표하는 범죄를 가리킨다. 피의사실 공표는 대부분 검사와 수사관이 언론사에 피의사실을 흘려 전파됨으로써 이루어진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된 200여 건의 사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한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사실을 공표해야 할 급박함 없었다"

선씨는 검찰에 낸 고소장에서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제가 혐의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공소 청구 전 저와 처남의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 등을 사용하여 언론사에 피의사실을 공표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혔다"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선씨는 "이들은 제가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호주산으로 속여 판매했다는 내용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라며 "하지만 이후 공소 제기시에는 제가 호주산으로 속여 판매했다는 부분은 빠지고 단지 광우병 의심 우려가 있고 유통기간의 경과로 변질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보관한 점 등에만 공소를 제기했다"라고 지적했다.

선씨는 "이러한 점만 보아도 이들조차 제 혐의사실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유통에 국민의 관심사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제가 위 쇠고기를 유통시킨 것으로 의심받는 기간은 2005년 추석 무렵과 이듬해 구정 때여서 피의사실을 공표한 2009년 2월 26일로부터 4년이나 지난 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 유해한 쇠고기의 유통을 막아야 할 급박함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씨는 "1심과 2심 판결문에 기재된 내용에 의하면 이들은 사실상 증거도 없이 추측에 근거해 제 혐의를 수사하면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피의사실까지 공표해 오랜기간 정육 유통업계에 종사했던 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라며 "특히 이들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광우병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 팔았다는 파렴치범이 되어 저와 가족들이 손가락질을 받았고 생업인 정육 유통업에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재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선씨는 피의사실 공표죄의 공소시효가 오는 2월 25일 만료된다는 점을 헤아려 긴급하게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법무법인 '지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그는 23일 오후 서울남부지검에 출두해 3시간여 동안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지난 2009년 2월 다수의 언론들이 검찰발로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2월 다수의 언론들이 검찰발로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됐다"고 보도했다.
ⓒ S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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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구속한 검사를 용서할 수 없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2009년 2월 SRM(광우병 특정위험물질) 함유 가능성이 있어 폐기명령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는 혐의로 선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따라 언론들은 '광우병 의심 LA갈비 시간차 판매', '유통기한 지난 미국산 쇠고기, 호주산으로 둔갑' 등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관련기사 :  "나는 왜 검사에게 '천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나?").

특히 이상억 당시 검사는 "선창규는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유통기한이 1년 반이나 지난 다음에 부하직원을 시켜 원산지를 호주산으로 바꾼 뒤 까르푸 전 매장에 판매한 파렴치한 사람"이라며 선씨의 구속영장 발부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총 세 차례 선씨를 기소하면서 '호주산으로 둔갑시켰다'는 내용은 뺐고,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과 전혀 관련없는 '탈세혐의'를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플리바게닝(자백감형제도)' 의혹까지 일었다. 당시 수사검사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 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1심과 2심 재판부는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유통 혐의(1심)뿐만 아니라 금품수수 등 배임수재 혐의(2심)에 무죄를 선고했다(관련기사 : 6개월 옥살이시킨 '광우병 쇠고기 유통' 전부 무죄). 하지만 검찰이 추가했던 탈세혐의에만은 유죄로 인정해 그는 벌금 40억 원을 포함해 120억 원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선씨는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지난해 8월 3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증거도 없이 잡아다가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니까 다른 건(탈세혐의)를 털어서 죄를 뒤집어 씌웠다"라며 "저를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 혐의로 구속한 검사를 정말 용서할 수 없다, 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수사 검사 등을 상대로 책임을 묻겠다"라고 '검사 고소'를 예고한 바 있다.   


태그:#선창규,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김석우, #이상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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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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