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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 내부에서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해산 후 신당 창당'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글을 통해 "국민은 이미 한나라당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며 "설 연휴 직후에 한나라당의 존속 여부에 대해 직접 국민의 뜻을 묻고 그에 따르자"고 제안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해산 후 신당 창당'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시켰음에도 내부에서 이런 주장이 끊이지 않는 데는, 이대로 가다간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 기득권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특히 수도권에서 참패를 할 수도 있겠다는 절박함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대체로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조직의 환부를 도려내 '건강성'을 되찾으려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새 옷'으로 바꿔 입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주장 대부분이 '왜'와 '앞으로 어떻게'에 대한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을 해산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단순히 볼 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전재희 의원의 말처럼 국민이 그것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려면, 먼저 '국민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심사숙고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게 됐는지를 표명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이런 것 없이 그같은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라면 당장 눈앞의 '표심'을 현혹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만약 '해산 후 신당 창당' 주장이 대증요법이 아니라면, 이를 원하는 정치인들은 진정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신당 창당 주장에 걸맞은 명분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은 기본이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나라당 현역 의원 상당 수가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를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넣는 것이 맞다. 하지만 헌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고 새 술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상식이다. '해산 후 신당 창당'을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명심할 말이다.


태그:#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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