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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을 거리로 내몬 교육인적자원부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소속교사 1만5천여명이 지난 26일 집단연가를 내고 여의도 관장에 모여 교원들의 성과상여금제 및 자립형 사립고, 7차교육과정 등 교육시장화정책저지와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철야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전교조는 27일 오전에도 전국교육주체결의대회를 갖는 한편, 오후에는 교수노조와 전국교육대학대표자협의회 등과 연대, 교대학점제 실시 반대 등을 위한 제2차 국민대회를 열었다.

전교조는 이 대회를 통해 26일까지 2001년 단협안 합의와 일반노조 수준의 조합활동 보장, 2000년 단협 미이행 사항 예산 반영, 7차교육과정 수정고시, 자립형사립고 철회, 중초임용제 철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음식을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상한 음식도 있고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도 있다. 마찬가지로 교실에서 교사가 무조건 아무 지식이나 많이 암기시키는 것이 옳은 교육이 아니다.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80%는 팽개치고 20%만 가르치라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는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없다. 만신창이 된 실업교육을 비롯한 교실붕괴, 학부모들의 사교유비 부담, 교육기회의 불평등, 대학교육의 질 저하문제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지가 아니다.

철학도 신념도 없는 교육정책에 무조건 순종만 하는 것이 옳은 일일 수 없다. 교육정책은 교육부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비판할 수 없다는 것은 독선이다.

전교조 합법화 후 오랫동안 전교조는 인내심을 가지고 교육부와 협상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인내는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교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교사들이 연가투쟁에 나선 것이다.

물론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산의 고통이 없이 자녀를 얻을 수 없듯이 보다 양질의 교육을 위한 작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서는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없다.

그 동안 학교는 본질적인 교육의 기능을 외면한 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에 매몰돼 왔다. 물론 교사가 교실을 뛰쳐나가는 최악의 상황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상위 20%의 학생을 위해 80%의 학생을 팽개쳐야 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모른 채 한다는 것은 교사의 양심상 차마 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교육부의 시행착오를 방관한다는 것은 자기기만에 다름 아니다. 교사는 '교육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가르치면 된다'는 맹목적인 복종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전교조 교사들의 판단이다.

교사들이 왜 교육부의 정책에 항변하는가? 오늘날 학교의 교문을 한발만 들어서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일제시대나 있을 법한 '선도'라는 완장을 차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복장이며 두발을 샅샅이 살피는 선도생이며 10분 정도 학교장의 훈화를 듣기 위해 전교생을 운동장에 집합시키는 아침조회며, '차렷! 경례! 지금부터 직원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지시 전달장이 된 교직원 모임은 지금도 그대로다. 특정한 지식이 가치 있다고 가르치는 국정 교과서도 그렇고, 학생이 주인이라면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참관조차도 허용 안 되는 학교운영위원회도 그렇다.

최근 교육부가 강행해온 독선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별법에 의해 단체행동권이 삭제된 반쪽노동조합으로 시작한 것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 합법화 후 무려 10차례, 교섭위원회가 열리고, 9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으나 핵심적인 과제는 단 한 가지도 제대로 합의한 것이 없다.

7차교육과정의 무리한 시행으로 학교는 교사들의 불만이 한계상황에 도달한 상태다. 7만 4천여명이 반납서명을 한 교원성과상여금을 강제 집행한 것은 교육부의 오만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다 못해 고등학교까지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2년만 기다리면 해결될 학급당 35명 문제를 음악실이나 미술실까지 교실로 만들다 못해 내년 2월말까지 부족한 교실을 짓기 위해 학교가 공사판이 될 지경이다. 결과를 책임질 사람이 없는 경직된 관료주의로는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사들을 거리로 내몬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부에 있다. 분명한 사실은 교사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거리에 나선 것이 아니다. 실정법운운하며 집회에 참가한 교사들 징계문제를 거론할 여력이 있으면, 위기의 교육을 살릴 정책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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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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