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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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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독주체제를 구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규칙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악'으로 평가되는 이번 개정안은 류희림 위원장이 지난 1월처럼 회의를 무단 이탈해도 종료 선언 없이 끝날 수 있고, 동료 위원들의 발언을 위원장이 직접 제지할 권한까지 새롭게 만들어진다. 회의 진행에 있어 위원장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지는 셈이다.

방심위는 지난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본규칙 일부개정안과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등을 입안 예고했고, 22일 의견청취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후 방심위는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그간 류희림 위원장이 야권 측 위원 반발에도 전체회의 여권 측 우위 구도(여6, 야2)를 활용해 방송사 중징계 결정 등을 강행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규칙 개정안은 회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의 책임은 경감되면서 권한은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원장 회의장 도망사건 공식 허용?
(제7조 3항, 신설) 회의일 자정까지 회의가 폐회되지 않은 때에는 자동으로 종료된 것으로 본다.


이번 개정안은 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이 별도로 종료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회의일 자정이 되면 회의 안건은 자동 폐기되면서 종료하도록 규정했다. 즉 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지 않으면, 당일 회의 안건은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되는 것으로 회의 주재자인 위원장의 책임이 경감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지난 1월 8일 류희림 위원장의 '회의장 도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을 동원해 방송민원을 제기했다는 청부 민원 의혹이 제기됐고, 당일 회의에선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한 대책'등을 논의하려 했다.

그런데 류 위원장은 관련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려다 야권 측 위원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이후 일방적으로 정회 선언을 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야권 측 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장이 도망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개정안은 위원장의 이같은 행위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것과 다름 없다. 회의 주재를 맡은 위원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안건이 올라올 경우, 회의장을 이탈해 돌아오지 않으면 안건은 '자동폐기'되고 다시 다루지 않는다. 위원장이 안건 폐기를 주도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한이 주어지는 셈이다.

윤성옥 방심위원(야권 측)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개정안을 추진하는 건, 류 위원장의 당시 행동과 안건 폐기가 절차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 관계자는 "당시 회의 종료 등은 다른 기관의 사례를 참고해 결정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방송사 이어 방심위원도 '입틀막' 가능
(제7조, 신설) 위원장은 효율적인 회의 진행과 위원별 의사 발언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위원 간 발언시간을 균등하게 정할 수 있다.
(제7조의2, 신설) 
위원장은 위원이 회의장에서 이 규칙을 위반하여 회의장의 질서를 어지렵혔을 때에는 경고나 제지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류 위원장은 '동료 위원 입틀막' 권한을 갖게 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위원장이 위원 발언 시간을 정할 수 있고, 경고와 제지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는 위원장이 위원 발언을 제한하는 규정을 명문화해 '합의제기구' 설립 취지를 전면 부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류 위원장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바이든 날리면' 논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정권을 비판한 방송사에 대한 법정제재(중징계) 결정을 주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야권 측 위원(김유진, 윤성옥)들은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류 위원장과 건건이 대립해왔다. 

김유진 방심위원은 "방심위원은 위원장이 임명한 사람도 아니고, 위원장의 부하도 아니다, 희의 안건과 관련해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위원에게 발언을 할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 "방심위 기구는 위원간 논의와 합의를 거쳐 의결을 하도록 구성된 합의제 기구인데, 지금 이 규칙 개정안은 위원 발언을 제한해 합의제 기구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규칙"이라고 비판했다. 

윤성옥 위원도 "현재 위원회에서 의결하는 내용들은 문제를 제기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면서 "최근 소위에서는 위원장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았는데도 의결을 하는 등 야권 측 발언을 듣지 않고 강행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는데, 이걸 명시적으로 규정해 위원 발언을 제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타파 긴급심의 절차적 하자 인정?
(제4조, 개정) 3인 이하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방심위 내 각종 소위원회를 여권 측 위원이 독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우려도 있다.

방심위의 방송사 징계 절차는 전체 회의에 앞서 소위원회(방송심의소위)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위원회는 5인 미만 방송위원으로 구성되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가 열린다. 아울러 의결은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결정한다. 

그런데 지난해 9월 5일 뉴스타파 인용보도 방송사에 대한 긴급심의 결정을 내릴 당시, 황성욱 위원장 대행은 김유진 위원이 퇴장한 상태에서 2명 위원의 합의(소위위원 4인 중 2인)로 결정을 확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개정안은 상임위원 구성을 '3인 이하'로 바꿔, 2명 위원만 참여해 소위원회 의결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권 측 위원들을 일방적으로 배제한 상태에서도 의결이 가능하다. 

야권 측 위원 2명(김유진, 윤성옥)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뉴스타파 인용보도 심의 당시 5인 미만 위원회는 전원찬성으로 의결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하여 강행했다는 방증이며, 이러한 절차상 문제를 뒤늦게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려는 입법 시도"라고 주장했다. 

방심위 사무처 노조도 "반대 80~90%, 입틀막 규칙"

방심위 사무처 직원들조차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전국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5월 21~22일 방심위 사무처 114명을 대상으로 규칙 개정안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반대 의견이 80~9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 "이번 규칙 개정안이 '입틀막' 규칙이며, 위원회 회의의 민주적 의사진행을 저해할 우려가 큰 개악이라는 데 많은 사무처 직원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방송통신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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