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가 핵심 선수들을 모두 지키는데 성공하며 다가오는 2024-25시즌 정상탈환을 위한 청신호를 밝혔다.
 
DB의 빅맨 김종규는 지난 5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단과 재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특이하게도 구단의 공식발표가 나오기도전에 선수가 먼저 개인적으로 '오피셜'을 띄웠다. 그만큼 구단에 대한 잔류 의지가 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종규는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에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을 팬 여러분들께 이제야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밝히며 "돌아오는 시즌 올해보다 더 뜨거울 원주에서 그 초록색 별을 원주 팬들의 가슴에 꼭 안겨드릴 수 있도록 더 높이 뛰겠다"고 약속했다.
 
국가대표 빅맨인 김종규는 동기인 김민구, 두경민과 함께 아마추어시절부터 '경희대 3인방'으로 불리우며 특급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김종규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창원 LG에 입단하여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9년 첫 FA 자격을 얻은 뒤 원주 DB로 이적했다.
 
김종규는 DB에서 올시즌까지 5년을 활약하며 'DB 산성'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상으로 몇 년간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모처럼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2023-24시즌에는 49경기에서 11.9점·6.1리바운드, 필드골 성공률 61.2%로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건재를 증명했다.
 
이보다 앞서 DB는 팀내 또다른 주축 선수인 '필리핀특급' 이선 알바노와 '전천후 포워드' 강상재 역시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과 필리핀 이중 국적을 갖고 있는 알바노는 2022년 7월 아시아 쿼터로 DB에 영입됐다. 2년차인 2023-24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1분47초를 뛰면서 15.9점과 3리바운드 6.6어시스트 1.5스틸의 맹활약을 기록하며 DB의 야전사령관으로 자리잡았다. 어시스트 부문에서는 이정현(6.61개·고양 소노)에 0.01개 차 뒤진 2위였다.
 
알바노는 지난 시즌 2020년 아시아쿼터가 도입된 이후 KBL 사상 최초로 비한국 국적 선수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DB는 알바노의 공헌도를 인정하여 지난 13일 세후 19만 5000달러, 세전 기준으로 약 3억4250만 원에 2년 계약을 확정했다.
 
강상재는 지난 2021~22시즌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 DB로 트레이드된 뒤 3년만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올시즌 스몰포워드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강상재는 김종규-디드릭 로슨과 DB '트리플포스트'의 한축을 이루며 14.0점(국내 6위) 6.3리바운드(국내 3위) 4.3어시스트(전체 6위)로 맹활약을 펼쳤다.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강상재는 팀동료 알바노와 나란히 리그 베스트5에 선정되었고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강상재는 이번 FA시장에서도 단연 최대어로 꼽혔다. 이제 갓 전성기에 접어들며 아직 30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 현대농구에 적합한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포워드라는 장점은 어느 팀이라도 탐낼만했다.

하지만 강상재는 FA 자격을 얻은지 불과 일주일 만에 DB와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7억원(인센티브 2억원)에 재계약을 맺으며 그 이유로"DB에서 농구하는 게 행복했기 때문"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DB는 올해 자유계약시장에 나온 FA 46명 중 가장 많은 7명의 선수를 공시했다. 강상재-김종규 등 핵심 선수들이 동시에 포함되어 있어서 이번 FA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지난 2022-23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고도 오세근-문성곤 등 FA들이 한꺼번에 대거 이탈하며 한 시즌만에 몰락해버린 안양 정관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DB는 별다른 전력누수없이 순조롭게 핵심 FA들과의 재계약을 조기 완료하며 다음 시즌 전망에도 청신호를 밝히게 됐다. 내년에도 충분히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구단간의 굳건한 신뢰관계가 밑바탕이 되었다는 평가다.
 
DB는 지난 시즌 41승 13패, 승률 .759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좋은 멤버구성에도 불구하고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조직력 문제로 몇 년간 부진을 거듭하고 '6강만 가도 성공'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완전히 뒤집은 쾌거였다. DB의 원클럽맨 레전드 출신인 김주성 감독은 정식 감독 부임 첫해, 선수와 감독으로 DB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최초의 인물이 됐다.
 
하지만 정작 '봄농구'는 DB를 위한 무대가 아니었다. DB는 4강플레이오프에서 각성한 '슈퍼팀' 부산 KCC의 돌풍에 휘말리며 1승 3패로 완패하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리그 1위팀이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8-0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2010-11시즌 부산 KT(현 수원)에 이어 역대 3번째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며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반면 DB를 꺾은 KCC는 기세를 타고 정상까지 차지하며 '정규리그 5위팀 최초의 챔프전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기로에 놓였던 DB는 에어컨 리그에서 핵심 선수들을 대부분 지키는데 성공하면서 다음 시즌도 슈퍼팀 KCC의 유력한 대항마가 될만한 전력을 구축했다. 비록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현재 리그에서 선수구성상 KCC와 그나마 대등한 전력으로 평가받을만한 팀은 사실상 DB가 유일하다. KCC는 국내 핵심 선수들이 건재하지만 골밑에서 육중한 존재감을 과시하던 라건아의 신분 문제로 국내 잔류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변수다.
 
한편 DB는 올시즌 맹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과도 재재약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의 다음 과제는 지난 시즌 식스맨상을 수상한 박인웅을 비롯하여 김훈, 박승재, 이용우 등 백업멤버와 유망주들의 기량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구단과의 갈등을 빚으며 전력외로 분류된 MVP 출신 베테랑 가드 두경민의 거취문제도 분명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DB는 김주성 감독의 현역시절 2007-08시즌 3번째 챔프전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했다. 현재 DB의 전력이라면 내년에도 무조건 우승에 도전해야하는 적기다. 성공적인 FA시장을 보내고 있는 DB가 다음 시즌에는 정상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원주DB 강상재 김종규 이선알바노 프로농구FA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