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이 끝내 다음 시즌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팀의 부진과 맞물려 손흥민 역시 결정적인 기회를 날린 책임을 피할수 없었다.
 
5월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34라운드에서 토트넘은 맨체스터 시티에 0-2로 패했다.
 
손흥민과 토트넘에게는 가장 뼈아픈 패배가 됐다. 이날 결과로 토트넘의 4위 탈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토트넘은 37경기를 치른 현재 19승 6무 12패 승점 63점을 기록하며 5위에 그쳤다.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4위를 확정한 애스턴 빌라(승점 68)와의 승점차는 5점으로, 이제 토트넘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4위를 탈환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반면 맨시티는 승점 88점째를 획득하며 아스널(승점 86)을 제치고 선두를 탈환했다. 맨시티는 웨스트햄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역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4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맨시티에게 패하면 4위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황에서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술변화를 통하여 승부수를 던졌다. 익숙한 4-2-3-1 전술 대신 변형 4-3-3 혹은 4-2-4에 가까운 전형이었다. 사실상 정통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는 제로톱에 가까운 형태로, 공격시에 미드필더들이 최전방까지 올라가 역습에 가담하는 방식이었다.
 
선발출전한 손흥민은 브레넌 존슨과 투톱을 이뤘다. 최근 원톱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자주 고립되는 모습을 노출했던 손흥민은, 왼쪽 윙어에 가깝게 움직이다가도 공수전환 시에는 최전방까지 올라가 존슨과 제임스 매디슨, 파페 사르와의 연계와 스위칭 플레이로 맨시티의 뒷 공간을 노렸다.
 
맨시티는 토트넘의 변칙 전술에 당황한 듯 초반에는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양팀은 전반을 0-0 무승부로 마감했다. 토트넘은 후반들어 승리를 따내기 위하여 손흥민을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노렸다. 전반에 기회가 적었던 손흥민은 후반에는 활발한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를 시도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4연패를 노리는 맨시티의 저력은 매서웠다. 후반 6분 케빈 더 브라위너가 찔러준 침투패스를 득점왕 엘링 홀란이 이어받아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마침내 토트넘의 골망을 갈랐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교체카드를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맨시티는 빌드업의 핵심인 데 브라위너와 골키퍼 에데르송이 연이어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가 발생하며, 토트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토트넘은 경기막판 찾아온 천금같은 동점골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고 말았다. 첫 번째는 후반 35분, 교체 투입된 데얀 쿨루셉스키가 맨시티 문전에서 수비수와 어깨 경합을 이겨내고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으나,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날린 무리한 슈팅은 오르테가의 선방에 막혔다. 주변에 동료들이 쇄도하고 있었기에 클루셉스키의 판단력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안타깝게도 두번째 기회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40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맨시티의 패스실수를 가로채서 역습에 나선 토트넘은, 손흥민이 전방으로 공을 끌고 올라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다. 그러나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발휘한 오르테가가 발끝으로 손흥민의 슈팅을 또다시 막아내고 말았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토트넘은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정규시간 종료 직전, 페드로 포로가 도쿠의 드리블 돌파를 저지하다가 문전에서 발을 거는 파울을 저지르며 PK까지 내줬다. 키커로 나선 홀란이 PK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점수차는 2골로 벌어졌다. 토트넘의 마지막 실낱같던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사실상 5위가 굳어지면서 2년 연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8위로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자체가 불발되었던 2022-23시즌에 비하면, 그나마 UCL보다 한 단계 낮은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얻은 것은 위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막 10경기 무패행진(8승 2무)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초반 흐름에 비하면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는 아쉬움은 피할 수 없다. 무패행진이 끝난 이후 토트넘은 10승 4무 12패로 중위권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특히 4위경쟁이 걸린 시즌 막바지 6연전에서 강팀들을 연이어 만나는 최악의 대진운 속에, 4연패 포함 1승 5패에 그친게 치명타였다. 시즌 중반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이 상대팀들에게 분석당하며 한계를 드러내고 고질적인 세트피스 수비에도 약점을 노출했지만, 별다른 플랜 B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 무대에 나서지 못했던 토트넘은 컵대회에서도 줄줄이 조기탈락한 데 이어 리그 우승과 4위 탈환에도 실패하며 결국 빈손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토트넘은 이영표가 활약했던 2007-08시즌 리그컵(구 칼링컵) 우승 이후 16년 연속 무관에 그쳤다.
 
손흥민의 부진도 아쉬움이 크다. 손흥민은 올시즌 한국인 최초로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을 맡아 리더십에서 호평을 받았고, 개인성적으로도 17골 9도움을 기록하며 팀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1-2월 AFC 카타르 아시안컵 국가대표 차출 이후 체력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페이스가 크게 떨어졌다. 토트넘의 운명이 걸린 최근 6연전에서 손흥민은 2골(PK 1골)을 넣는데 그쳤고, 활약도 전반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리더로서 시즌 막바지 팀 내분과 불화설 등이 연달아 터지며 어수선해진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는 데도 실패했다.

4위경쟁의 마지막 기회였던 맨시티전에서도 손흥민은 끝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으나,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의 활약이 부진했다며 대체로 낮은 평점을 내렸다.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토트넘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시기가 다가온 손흥민에게 다음 시즌 UCL 진출 무산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손흥민은 2018-19시즌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으로 이끌며 커리어의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했지만, 이후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미 전세계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로 자리잡은 손흥민이지만, 전성기를 보내야 할 시기에 우승 트로피가 전혀 없다는 것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은, 훗날 그의 커리어를 돌아볼 때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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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맨시티 UCL 무관 EPL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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