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 감독의 <A.I>는 '인공지능로봇(이하 A.I)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A.I가 인간의 존엄성을 가질 것을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2시간 정도 되는 러닝타임이었지만 스토리 구성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CG효과면에서도 탁월하여 몰두하며 볼 수 있었다.

다만, 영화에서 아동형 인공지능으로 나오는 데이빗의 존재를 바라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 평론을 쓰고 있는 지금에도 꿈틀거리는 여러 감정은 인간의 또 다른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 고집된 인식을 뒤틀었기에 불편하고 왠지 모르게 의뭉스러운 감정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 감정의 근원지를 영화를 통해 거꾸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영화는 인간들이 개발한 매뉴얼에 따라 사랑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아동형 로봇 데이빗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내가 구분한 이 영화의 에피소드는 크게 3개 주제이다.

첫 번째 주요 에피소드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로봇 개발에 몰두하게 된 사회구조적 배경에 대한 장면이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으로 기근 발생 등이 가속화되는 인간세상에서 자원을 소모하지 않는 로봇을 개발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최후 단계라 할 수 있는 감정인식형 로봇 개발까지 결국에는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 파괴 역시 인간의 손에서 시작되었으며,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또 다른 문명기기를 개발하는 것은 그만큼의 등가교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하비 박사가 지각 장치에 머무르는 게 아닌, 부모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아이 로봇, 꿈꾸는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한 연구원이 던진 질문과도 일맥상통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람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닌가요?"라고 연구원은 윤리적인 질문으로 던졌지만, 하비 박사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답하며 합의일치가 되지 않는 것은 제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감정의 근원 요소이기도 했던 것같다.

내가 꼽은 두 번째 에피소드는 5년여 동안 수면 상태에 빠진 외아들을 대체할 수 있는 아이로봇인 데이빗을 입양한 헨리와 모니카 부부의 이야기이다. 부부는 확신이 없었지만, 남편인 헨리는 아내인 모니카가 아들로 너무 상심하니, 그 대체물이자 소모품으로 데이빗을 권했을 뿐이다.

하지만 모니카는 아들과 똑닮은 데이빗에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후 그 경계의 빗장을 풀고 나아가, 데이빗이 자신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모니카에게 데이빗은 더 이상 로봇이 아니라 아이 그 자체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자신의 진짜 아들인 마틴이 수면상태에서 깨어나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데이빗은 모니카에 대한 맹목적으로 사랑받고자 하는 감정만큼이나 마틴에 대해서는 질투심도 거세게 일어나면서 모니카의 가정은 갈등이 시작된다.

결국에는 모니카는 데이빗을 사랑하지만-자신의 진짜 아들 마틴이 데이빗으로 하여금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하고 남편 헨리와 마틴과의 갈등 관계에서-결국에는 곰돌이 인형인 테디와 함께 숲속에 데이빗을 버리는 가슴아픈 결정을 하고만다.

이를 통해 나는 데이빗에 애초에 매뉴얼에 따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입력했지만, 데이빗이 모니카에 대한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감정만큼이나 마틴에 대한 시기질투심은 감정의 모양은 달라도, 사랑과 질투심은 어쩌면 같은 선상 위에 있는 감정으로 해석했다. 데이빗이 모니카에 대해 끝까지 보여주는 사랑의 감정은 맹목적이고 절대적이었는데, 그것은 인간이 아니고 결국에는 기계이기에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없지 않았을까? 그것이 바로 A.I의 한계점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모니카에게 버림받은 데이빗의 그 이후 여정이다. 바로 모니카가 마틴에게 들려준 동화 '피노키오'의 이야기에 나오는 푸른 요정을 찾는 여정이다. 푸른요정은 피노키오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며, 데이빗 자신이 진짜 사람이 된다면 모니카가 다시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데이빗은 여러 로봇의 도움으로 자신을 개발한 하비 박사도, 푸른요정도, 최종적으로는 엄마인 모니카도 만나며 이 영화는 끝이난다.

이 에피소드 중에서 나는 데이빗이 하루 동안 환생한 모니카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장면만큼이나 인상깊었던 장면이 하비 박사와의 만남이었다. 물론 푸른요정이 데이빗을 엄마 모니카를 만나게 해 준 결정적인 매개체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달라는 데이빗의 거듭되는 요청에 하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인간을 만든 거야. 내가 네 푸른 요정인 셈이지/ 넌 동화를 믿고 사랑의 힘으로 희망을 품으며 여행을 떠났어.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말야. / 자발적 이성과 논리적 결론이 어디서 생기나 보려고/ 인간의 약점 중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희망을 갖는거야. 인간의 장점이기도 한 건 바로 꿈이란다. 너 이전의 기계들은 가질 수 없던 거였어."

이에 데이빗은 "저는 유일하지 않은가요?"라고 되묻고, 하비 박사의 "넌 새로운 종의 최초야"라는 말로 이 둘의 대화는 매듭지어진다.

내가 이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였다. '스필버그 감독이 결국 관객에게 던져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기술개발이 되어 인공지능의 끝판왕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요소가 있는가? 또 인간의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는 무엇인가?'등으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역설적으로 묻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와 만난 데이빗 그 둘 사이에서는 오직 서로만 존재했다. 데이빗이 처음 맞이한 생일을 그렇게 그리워했던 엄마와 하루라는 시간을 보내고, 엄마 모니카 역시 '정말 멋진 하루였다. 항상 사랑했다'고 화답하며 모니카와 데이빗은 깊은 잠에 청하게 된다. 그 순간은 데이빗이 기다리던 영원의 순간이었고, 그의 삶에서 처음으로 꿈이 있는 곳으로 간 것이다.
유일무이 다시보자 스필버그 A.I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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