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 포스터

영화 <증인>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선택할 땐 흔히 좋은 영화보다는 재밌는 영화를 먼저 고르게 되기 마련입니다. 요즘 흥행 돌풍 중인 어느 영화처럼 말이죠. 저 역시 상영 중인 재밌는 영화들을 거진 섭렵했기에 고르게 된 좋은 영화. 하지만 유난히 호평일색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한 <증인>이었습니다.

천만 배우 김향기는 '메소드 연기'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 주듯, 자폐 소녀를 세심한 관찰을 통해 전혀 어색함 없이 표현해 냈습니다. 김향기도 물론 놀라웠지만, 더더욱 눈에 띄었던 것은 '개념 배우' 정우성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용감하고 소신 있는 그의 발언과 행동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죠. 그의 우월한 외적 요소들이 오히려 지금껏 그의 연기력을 가리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 그의 조각같은 외면에 세월의 흔적이 조금씩 얹히면서 외모에 눈길을 덜 뺏기게 되니 그의 연기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민변 출신이었지만 대형 로펌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 로펌의 대표는 그를 이미지 세탁용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기꺼이 붙잡으며 조직에 순응해 가는 그의 모습은 평범한 직장인과 다름 없어 친근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 옵니다. 눈만 한번 질끈 감으면 그에게 주어질 것은 커다란 부와 보장된 미래입니다. 심지어 그런 선택을 한들 누구 하나 죽거나 다치는 사람도 없습니다. 더욱이 이것을 뿌리칠 때 치러야 할 대가는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뱀이 가져온 달콤하고 탐스러워 보이는 선악과는 누구라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받으면 에덴동산의 주인이 될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그걸 베어 무는 순간 잃어버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기꺼이 선악과를 받아 먹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렸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짐승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요즘 언론에서 사법 농단의 주인공들의 면면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힘없고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법을, 자신들의 사적 소유물 마냥 휘두른 정황이 드러났죠. 그러나 자신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 뻔뻔하고 당당하기까지 한 그들의 태도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처음에는 이런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까요? 자본의 노예로 살기로 결심한 한 번의 선택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러 '괴물들'이 되어 있는 것일까요?

영화는 이렇게 어려운 유혹을 뿌리치고 사람의 도리를 지키는 선택을 했을 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이어지는 지를 보여 줍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자폐라는 장애를 넘어서는 사람의 마음에 관객들까지 동화되고 맙니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에 안구가 뜨거워 집니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판타지 같은 이야기지만 사람 사는 곳이 이래야지 하는 마음이 듭니다. 재밌는 영화는 놓쳐도 괜찮지만 이렇게 좋은 영화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이한감독 증인 정우성 김향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