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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군에서 생활고를 겪던 40대 엄마와 4살 난 딸이 숨진 지 두 달만에 발견됐다. 남편과 사별 후 수천만원의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얼마 안되는 월세조차 못 냈다고 한다. "혼자 살기가 너무 어려워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유서는 4년 전의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서울 송파구의 반지하 셋방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일었다. 가장이 숨진 데다 건강까지 안 좋았던 이들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동안 틈만 나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떠들면서 왜 똑같은 비극이 계속되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뒤 복지 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비판이 일자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 때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국기법)을 개정하는 등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수급 자격이 중지되어도 일부 급여는 계속 지원토록 하는 맞춤형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수급 대상자들을 어떻게 찾아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증평 모녀의 경우 국기법에 따른 수급 자격이 있는지, 급여 대상자인데 제대로 파악이 안 돼 혜택을 못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10만원 안팎의 월세와 공과금도 내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수급 혜택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남편이 남긴 수천만원의 빚을 꼭 모녀가 떠안아야 했는지도 궁금하다.

누군가 개인 회생 등 채무 탕감 방안을 알려주고 도와줬으면 극단의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도와달라고 오는 사람을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된다. 구석구석 혜택이 스미도록 찾아가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진정한 복지행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의 변화를 만들어 가려면 공공주도로 탑다운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을 복지거버넌스 차원에서 민관협력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지역의 복지환경을 고려하여 지역내 주요 복지주체들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읍면동주민센터의 공공사례관리 인력이 지역 주민을 파악하고, 초기상담수준을 넘어 맞춤형 상담을 내실 있게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사례관리기관과의 연계나 지역내 민간전문가의 참여 및 양성 등은 공공사례관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중요하다. 

현재 지역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그간 관련 사업을 수행해왔던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기관(단체) 등과의 협력관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각기 개별 동별로 추진되고 있어 사업의 중복과 혼란이 발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복지단체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좋은이웃들 사업'은 자원봉사자가 서비스대상자를 발굴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받도록 의뢰하고 다양한 비공식적 자원을 연계함으로써 공공사례관리업무를 지원하며 지역의 소외계층 해소를 위한 민관 및 민민 협력체계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좋은이웃들 사업은 시군구 단위의 민간차원에서 수행되고 있으나, 사업내용을 보면 동복지에서 추진하고자 있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이라는 목표와 유사하며 사업 참여 인력(기관)도 중복되고 있다.  

능동적으로 찾아가 문제를 예방하고 지역 주민에게 구석구석 혜택이 스며드는 복지를 위해서는 공공은 사업의 추진주체로서 지역사회보호 및 관리의 동력을 확보하고 민간기관(단체)은 사각지대발굴로 파악된 위기가구에게 필요한 다양한 민간자원을 발굴·연계하며 지원하는 보완적 모델. 즉, 민관협력모델로 발전해 가야 한다.

증평군 모녀와 같은 죽음은 위기가구 조사·발굴과 같은 땜질식 행정만으로는 멈출 수 없다. 각기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중복 사업들을 이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체계의 방향으로 운영될 때 가난을 피해 죽음을 택하는 사회는 멈출 수 있다.

#가난#죽음#복지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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