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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팽배한 스펙터클 태도
▲ 스펙터클 사회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팽배한 스펙터클 태도
ⓒ 이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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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여에 걸쳐 응답하라 시리즈(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가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때 당시 입던 옷 스타일과 놀이 문화도 유행을 누렸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했던 것은 그 시대의 겉모습이 아니라 정서였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격식 없이 함께 어울려 놀고,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 그때 당시의 사람살이에 설레어했다. 이 정서는  1970년대~199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산업화 시대 국가는 개인을 제거하고 생산자, 노동자, 소비자로 추상화시킨다. 현재 추상화 작업은 국가뿐 아니라 기업, 미디어 다양한 권력 집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을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닌 물상화된 의식으로 접근하는 사회를 스펙터클 사회라 한다.

스펙터클 사회를 처음 이야기한 사람은 기 드보르다. 1967년, 기 드보르는 20세기 서유럽의 풍요 속에서 상품의 추상화를 비판한 스펙터클을 개념화하고 대중들에게 자각을 요청한 철학자다. 스펙터클이란 개인이 아닌 표상화, 추상화된 기호로 남는 것을 말한다. 스펙터클사회에서는 개인의 욕망, 감정, 자아가 통합적인 형태가 아닌 분리화되고 추상화된다. 스펙터클 사회에서 주체성을 잃어버린 개인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오랜 시간동안 스펙터클 사회가 진행되어 현재 스펙터클 사회에 의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체인점 식당이나 백화점, 마트에 갔을 때 모든 종업원이 비슷하게 친절하고, 행동하는 양식에 우리는 전혀 이상하다고 의식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대중들은 그런 행동에 동의하고 접속하여 소비 공간에 맞는 행동을 선보인다.

이제 스펙터클 사회에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일민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전시와 세미나를 통해 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일민미술관에서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 공동체 아카이브展(2017.09.15 ~ 2017.12.03)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변화해온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의 기억을 수집해 여러 형태의 전시물로 구체화하고 있다. 전시물을 통해 우리 민족 고유의 리듬과 해외 거주민의 변화된 리듬, 미술관을 방문한 자신의 리듬까지 알 수 있다.

스펙터클 사회에 대한 설명은 서동진 연구자가 진행하는 세미나에서 다룬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서비스 분야가 환대 철학이라 불릴 정도로 고도로 발달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 경험조차 제조, 생산된다고 한다.   

우리 생활에 적용해보자. 대형 마트에 가면 점원들이 하나같이 같은 태도로 친절하다. 편하긴 하지만 감정이 없어 기계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소비자 역시 그곳의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체인음식점, 백화점, 대형 마트, 대형 극장, 놀이 공원 등을 다니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물상화된 스펙터클에 적응해간다. 그럼으로 우리 자신 역시 그 시스템에 속해 개인성을 잃어버린다. 소비 사회에 속한 전체 속의 소비자로 추상화되어 버린다. 만약 자본주의 물상화의 조건인 돈이 없다면 불안해진다.

전통 시장은 다르다. 소비자와 판매자는 1:1로 만나 자신이 원하는 판매와 소비를 한다. 딱히 물상화된 규칙이 없어 사람에 따라 달릴 흥정된다. 소비자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가격도 흥정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고 산책만 해도 된다.

스펙터클이 사회에 공공연히 널리 퍼지면, 사람의 목숨, 아픔, 고통이 수치화 되어 객관화 되어 버린다. 세월호 문제도 이에 포함될 것이다. 스펙터클 사회를 막으려면, 이양이면 자본주의에 의해 물상화된 공간과 문화를 피하고 개인의 개체성이 확보된 공간,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전통 시장, 소규모 서점, 인디 음악, 소규모 전시, 마을 공동 공간, 보전 재개발을 이용하면 개체성이 유지되고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우선은 본인 스스로 의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되도록 집단에 속한 개인이 아닌 나와 만나는 개인으로 의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집단에서 내려오는 많은 규칙들에서 자유로워져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 것이다.


태그:#스펙터클 사회, #불안함, #대형 마트, #환대 철학, #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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